매일시 963

너도 느리게 살아봐 _ 장영희

너도 느리게 살아봐 장영희 수술과 암술이 어느 봄날 벌 나비를 만나 눈빛 주고받고 하늘 여행 다니는 바람과 어울려 향기롭게 사랑하면 튼실한 씨앗 품을 수 있지. 그 사랑 깨달으려면 아주 천천히 가면서 느리게 살아야 한다. 너울너울 춤추며 산 넘고 물 건너는 빛나는 민들레 홀씨 그 질긴 생명의 경이로움 알려면 꼭 그만큼 천천히 걸어야 한단다. 번쩍 하고 지나가는 관계 속에서는 따사로운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사랑 한 올 나누지 못한다 쏜살같이 살면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할 것 볼 수 없단다. 마음의 절름발이일수록 생각이 외곬으로 기울수록 느리게 살아야 하는 의미를 가슴에 새겨야 한단다. 아이야 , 너도 느리게 살아 봐. * 2022년 3월 28일 월요일입니다. 느리게 천천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_ 천상병

바람에게도 길이 있다 천상병 강하게 때론 약하게 함부로 부는 바람인 줄 알아도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길을 바람은 용케 찾아간다 바람길은 사통팔달이다. 나는 비로소 나의 길을 가는데 바람은 바람길을 간다. 길은 언제나 어디에나 있다. * 2022년 3월 25일 금요일입니다. 바람처럼 자유로운 생각이 어려운 길을 찾게 만듭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_ 구약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구약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 하늘 아래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다 정해진 때가 있다.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살릴 때가 있으며 부술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다.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다.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모을 때가 있으며 껴안을 때가 있고 껴안는 것을 멀리할 때가 있다. 얻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다. 침묵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싸울 때가 있고 화해할 때가 있다 * 2022년 3월 24일 목요일입니다. 모든 것에는 가장 적합한 때가 있는..

작은 기도 _ 정연복

작은 기도 정연복 보이지 않는 생의 중심에 깊은 뿌리 하나 있어 굳은 심지 하나 품어 지금은 한겨울 아무런 볼품없어도 안달하지 않고 평화롭고 잔잔한 모습의 나목(裸木)의 그 너른 마음 올 한 해 나의 마음 되게 하소서 * 2022년 3월 23일 수요일입니다. 열정이라는 중심이 없으면 쉽게 쓰러지기 마련입니다. 방전된 것들을 충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 풍경 _ 신달자

봄 풍경 신달자 싹 틀라나 몸 근질근질한 나뭇가지 위로 참새들 자르르 내려앉는다 가려운 곳을 찾지 못해 새들이 무작위로 혀로 핥거나 꾹꾹 눌러 주는데 가지들 시원한지 몸 부르르 떤다 다시 한 패거리 새 떼들 소복이 앉아 엥엥거리며 남은 가려운 곳 입질 끝내고는 후드득 날아오른다 만개한 꽃 본다 * 2022년 3월 22일 화요일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하면 경험이 되고 그 시작을 마무리 하면 경력이 됩니다. 경험에서 경력으로 나아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_ 김소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김소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그림자 같은 벗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쓸데없는 괴로움으로만 보내었겠습니까! 오늘은 또다시, 당신의 가슴속, 속모를 곳을 울면서 나는 휘저어 버리고 떠납니다그려. 허수한 맘, 둘 곳 없는 심사에 쓰라린 가슴은 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힙니다 * 2022년 3월 18일 금요일입니다. 시간 배분을 못하는 사람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는 법입니다. 시간을 지배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멀리 있기 _ 유안진

멀리 있기 유안진 멀리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리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리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영원한 느낌표 * 2022년 3월 17일 목요일입니다. 가까이에서는 안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문제를 멀리서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_ 유인숙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유인숙 아,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메어야 할 짐이 있다면 찡그린 얼굴로 돌아서거나 버거워하지 않는 삶 하찮은 것조차 기뻐하는 삶이고 싶다 한순간이라도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때로는 그 삶의 무게만큼 기울어져 힘이 들어도 나에게 주어진 몫이거니 기꺼운 마음으로 순응하고 싶다 사랑을 가슴으로 품고 주고 또 주어도 달라하지 않는 소망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의 눈빛을 보며 기다릴 줄 아는 자가 되고 싶다 슬픔도 안으로 끌어안고 기쁨도 가슴에 담을 줄 아는 그래서 행복하다고 노래할 줄 아는 가장 소중한 사람의 참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 2022년 3월 16일 수요일입니다. 작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 삶이 되고 역사가 되는 법입니다. 하찮아 보이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

오늘은 조금만 더 희망을 노래하자 _ 이기철

오늘은 조금만 더 희망을 노래하자 이기철 미래는 저녁 창문처럼 금새 어두워지지만 작별해 버린 어제가 모두 탕진은 아니다 모래의 시간 속으로 걸어온 구두 밑창의 진흙은 숙명을 넘어온 기록이다 내 손은 모든 명사의 사물을 다 만졌다 추상이 지배하는 인생은 불행하다 명백한 것은 햇빛밖에 없다 죄마저 꽃으로 피워둘 날 기다려 삶을 받아쓸 종이를 마련하자 가벼워지고 싶어서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모든 노래를 받기 위해서 입 다무는 침묵처럼 오늘은 단추 한 칸의 가슴을 열자 오늘은 조금만 더 희망을 노래하자 * 2022년 3월 15일 화요일입니다. 장기적인 추세를 바꿀 수는 건 혁신입니다. 희망을 노래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_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 2022년 3월 14일 월요일입니다. 물이 부족해야 땅속에 있는 물을 찾기 위해서 뿌리가 안간힘을 다해 뻗어가고 그래야 꽃이 핍니다. 결핍이 창조를 낳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