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바람의 말 - 마종기

바람의 말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싶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 2022년 5월 10일 화요일입니다. 사람은 말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법입니다. 착하고 진실한 말을 전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타는 목마름으로 _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

풍경 _ 나태주

풍경 나태주 어느 곳에 가든지 공기에게 먼저 인사들 드려야 한다 나 여기 있어도 좋을까요? 머리 조아려 공손히 인사를 드려야 한다 어느 곳에 가든지 나무나 풀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야 한다 그동안 별고 없으셨나요? 궁금했는데 그쪽도 잘들 계셨는지요? 그리하여 풍경이 우리를 한 가족으로 받아줄 때 비로소 우리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편안하게 숨도 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2022년 5월 6일 금요일입니다. 하기 싫은 일들을 먼저 해야 변화할 수 있습니다. 미루고 미루던 일을 처리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분홍지우개 _ 안도현

분홍지우개 안도현 분홍지우개로 그대에게 쓴 편지를 지웁니다. 설레이다 써버린 사랑한다는 말을 조금씩 지워 나갑니다. 그래도 지운 자리에 다시 살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생각 분홍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그리운 그 생각의 끝을 없애려고 혼자 눈을 감아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지워질 것 같습니다. * 2022년 5월 4일 수요일입니다. 어린 시절 분홍지우개는 틀린 것들을 없애주는 신비한 물건이었습니다. 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것들을 바로잡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_ 이성희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이성희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산길 모퉁이 금강 초롱 그 꽃잎 사이에서 나풀거리는 아침으로 새벽하늘에 돋아난 금성 그 별빛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거울에서 사라진 웃음 눈물로 번제를 드린다면 다시 눈부신 오후의 타악기처럼 웃을 수 있을까 징검다리의 돌 하나로 살고 싶어라 시냇물의 노래를 들으며 가장 넉넉한 자리에 안착하는 새를 보며 저녁을 맞고 싶어라 * 2022년 5월 3일 화요일입니다. 현재의 모습을 버려야만 바라는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좋은 변화가 시작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5월을 드립니다 _ 오광수

5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 2022년 5월 2일 월요일입니다. 좋은 것들을 생각하면 좋은 일들이 생기는 법입니다. 긍정의 생각들로 가득한 5월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빗소리 _ 주요한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물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2022년 4월 29일 금요일 비 오는 아침입니다. 다음 주부터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하네요. 5월부터는 다시 예전의 평범한 일상을 기대해봅니다. 홍승환 드림

봄의 사람 _ 나태주

봄의 사람 나태주 내 인생의 봄은 갔어도 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봄의 사람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 연초록빛 야들야들한 새싹 너를 떠올리면 마음속에 꽃이 피어나 분홍빛 몽골몽골한 꽃송이 네가 사는 세상이 좋아 너를 생각하는 내가 좋아 내가 숨 쉬는 네가 좋아 * 2022년 4월 28일 목요일입니다. 매년 새로운 봄이 있어 새로운 희망도 있습니다. 희망찬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기쁨이란 반지는 _ 이해인

기쁨이란 반지는 이해인 기쁨은 날마다 내가 새로 만들어 끼고 다니는 풀꽃 반지 누가 눈여겨보지 않아도 소중히 간직하다가 어느 날 누가 내게 달라고 하면 이내 내어주고 다시 만들어 끼지 크고 눈부시지 않아 더욱 아름다워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나누어 가질수록 그 향기를 더하네 기쁨이란 반지는 * 2022년 4월 27일 수요일입니다. 하루에 한 명에게만 미소를 주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니체가 말했습니다. 주변에 미소를 전달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거리에서 _ 김사이

거리에서 김사이 문을 열고 나가니 안이다 그 문을 열고 나가니 다시 안이다 끊임없이 문을 열었으나 언제나 안이다 언제나 내게로 되돌아온다 문을 열고 나가니 내가 있다 내게서 나누어지는 물음들 나는 문이다 나를 열고 나가니 낭떠러지다 닿을 듯 말 듯 한 낭떠러지들 넋 나간 슬픔처럼 떠다닌다 나는 나를 잠그고 내가 싼 물음들을 주워 먹는다 * 2022년 4월 26일 화요일입니다. 생각들을 정리하는 생각꽂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정돈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