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봄비 _ 문태준

봄비 문태준 봄비 온다 공손한 말씨의 봄비 온다 먼 산등성이에 상수리나무 잎새에 송홧가루 날려 내리듯 봄비 온다 네 마음에 맴도는 봄비 온다 머윗잎에 마늘밭에 일하고 오는 소의 곧은 등 위에 봄비 온다 어진 마음의 봄비 온다 * 2022년 4월 25일 봄비 오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날 한채 _ 노향림

봄날 한채 노향림 저녁노을 속을 누가 혼자 걸어간다. 높은 빌딩 유리창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거대한 낙타처럼 터덜터덜 걸어내려간다. 강변 둔치까지는 구름표범나비 등을 타고 넘어갈까 황사바람 누런 목덜미를 타고 넘어갈까 잠시 머뭇거린다. 타클라마칸 혹은 고비가 내 마음 안에도 펼쳐 있고 모래 위에 환한 유칼리나무 잠시 피었다가 지워진 아치형 길이 홀로 뚫려 있다. 시끄러운 세상은 돌아보지 마라 매정하게 채찍 휘두르며 낙타 등에 올라 그 길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누가 혼자 넘어간다. 봄날 한채가 아득히 저문다. * 2022년 4월 22일 금요일입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마음으로는 "핑계"만 찾아지는 법입니다. 마음을 바꾸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4월의 노래 _ 박목월

4월의 노래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지를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 2022년 4월 21일 목요일입니다. 주변에 환절기 감기 환자가 많습니다. 봄 햇살과 함께 건강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풀잎 _ 박성룡

풀잎 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 2022년 4월 20일 수요일 절기상 곡우, 장애인의 날입니다.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님을 인정하면 관계가 원만해지는 법입니다. '다름'과 '틀림'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비스듬히 _ 정현종

비스듬히 정현종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 2022년 4월 19일 화요일입니다. 비스듬히 서로 기대고 있는 게 사람 "人"입니다. 기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 이슬 _ 문정희

아침 이슬 문정희 지난밤 무슨 생각을 굴리고 굴려 아침 풀잎 위에 이렇듯 영롱한 한 방울의 은유로 태어났을까 고뇌였을까, 별빛 같은 슬픔의 살이며 뼈인 생명 한 알 누가 이리도 둥근 것을 낳았을까 고통은 원래 부드럽고 차가운 것은 아닐까 사랑은 짧은 절정, 숨소리 하나 스미지 못하는 순간의 보석 밤새 홀로 걸어와 무슨 말을 전하려고 아침 풀잎 위에 이렇듯 맑고 위태한 시간을 머금고 있는가 * 2022년 4월 18일 월요일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작은 친절과 배려에 감동 받는 법입니다. 주변에 감동을 주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자리 _ 조용미

자리 조용미 무엇이 있다가 사라진 자리는 적막이 가득하다 절이 있던 터 연못이 있던 자리 사람이 앉아 있던 자리 꽃이 머물다 간 자리 고요함의 현현, 무엇이 있다 사라진 자리는 바라볼 수 없는 고요로 바글거린다 * 2022년 4월 15일 금요일입니다. 봄이 성큼 성큼 다가오는 아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_ 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

해마다 봄이 되면 _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2022년 4월 13일 수요일입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새로운 희망을 느낍니다. 봄처럼 부..

4월의 시 _ 김철기

4월의 시 김철기 산에는 땅의 입김 새벽이슬 먹고 새잎 실바람 타는 종달새에 내 눈 머문다 산비탈 오르는 발걸음 걸음마다 흐르는 땀방울은 여름인 듯하고 화들짝 놀란 진달래꽃 곱디곱게 생생한데 노송의 솔향 사방으로 흩날린다 이 아름다운 세상 하얀 바람 흔들어 내 가슴 확 당긴다 나도 나서니 그대도 따라나선다 * 2022년 4월 12일 화요일입니다. 계절의 변곡점에 와 있는 아침입니다. 오후 봄 비 소식이 있으니 외출하실 때 우산 챙기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