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 152

사람 _ 신혜경

사람 신혜경 한문수업 시간 정년퇴임 앞둔 선생님께 제일 먼저 배운 한자는 옥편의 첫 글자 한 일(一)도 아니고 천자문의 하늘 천(天)도, 그 나이에 제일 큰 관심사였던 사랑 애(愛)는 더더욱 아니고 지게와 지게작대기에 비유한 사람 인(人)이었다 마흔을 훌쩍 넘은 지금도 사람 인(人)자를 바라보고 있으면 등 기대고 있는 한 사람이 아슬하다 너와 나 사이가 아찔하다 * 2021년 4월 28일 수요일입니다. 서로 기대고 함께 해야 쓰러지지 않는 게 사람입니다. 기대고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과 햇살과 별빛 _ 정연복

바람과 햇살과 별빛 정연복 꽃잎에 맴돌다 가는 바람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바람에 꽃잎의 몸은 흔들렸으리 꽃잎에 머물다 가는 햇살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햇살에 꽃잎의 마음은 따스했으리 꽃잎에 입맞춤 하는 별빛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별빛에 꽃잎의 영혼은 행복했으리 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여 * 2021년 4월 16일 금요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 무서운 법입니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즐거운 무게 _ 박상천

즐거운 무게 박상천 너의 무게를 생각한다. 내 삶에 걸리는 너의 무게를 생각한다. 무중력 상태에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무게를 갖지 못하지만 나의 몫만큼,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내가 이 땅에서 나의 무게를 갖듯 우리는 서로의 몫을 끌어 당기며 서로의 무게를 확인한다. 너를 끌어당기는 힘을 버리고 지독한 어둠 속에서 유영의 홀가분함을 즐기는 것보다도 나는, 내 삶에 걸리는 너의 무게가 그 무게가 더 즐겁다. 무겁게, 더 무겁게 네 무게를 내 삶에 담으마. 오 즐거운 무게. * 2021년 4월 13일 화요일입니다. 좋은 재능이 있더라도 좋은 습관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합니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랑법 _ 강은교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2021년 3월 26일 금요일입니다. 가장 큰 하늘은 보이지 않는 등 뒤에 있는 법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백치애인 _ 신달자

백치애인 신달자 나에게는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모른다 별볼일 없이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다방에서 다방 문이 열릴 때마다 불길 같은 애수의 눈물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또는 시장 속에서 행여 어떤 곳에서도 네가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착각 속에서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며 한 마디도 하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다. 바보애인..

아름다운 얘기를 하자 _ 노천명

아름다운 얘기를 하자 노천명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 별이 자꾸 우리를 보지 않느냐 닷돈짜리 왜떡을 사먹을 제도 살구꽃이 환한 마을에서 우리는 정답게 지냈다 성황당 고개를 넘으면서도 우리 서로 의지하면 든든했다 하필 옛날이 그리울 것이냐만 늬 안에도 내 속에도 시방은 귀신이 뿔을 돋쳤기에 병든 너는 내 그림자 미운 네 꼴은 또 하나의 나 어쩌자는 얘기냐, 너는 어쩌자는 얘기냐 별이 자꾸 우리를 보지 않느냐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 * 2021년 3월 17일 수요일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앞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해야 합니다. 솔직함을 이야기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구름 _ 이성선

구름 이성선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 2021년 3월 12일 금요일입니다. 오후 비 소식이 있는 구름이 잔뜩 낀 아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좋겠다 _ 백창우

좋겠다 백창우 끝까지 다 부를 수 있는 노래 몇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 시 한 편씩 들려주는 여자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안 가는 예쁜 시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몹시 힘들 때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 재워 줄 착한 아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바람을 노래할 때 그 바람 그치기를 기다려 차 한 잔 끓여 줄 고운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 2021년 3월 11일 목요일입니다.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을 이루는 법입니다. 작은 것들에 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좋은 사람 _ 노여심

좋은 사람 노여심 좋은 사람은 가슴에 담아 놓기만 해도 좋다. 차를 타고 그가 사는 마을로 찾아가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아도 나의 가슴엔 늘 우리들의 이야기가 살아있고 그는 그의 마을에서 나는 나의 마을에서 조용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어쩌다 우연한 곳에서 마주치기라도 할 때면 날마다 만났던 것처럼 가벼운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는 악수를 쉽게도 해야겠지만 좋은 사람을 가슴에 담아놓은 것만으로도 우리들 마음은 늘 아침이다 * 2021년 2월 25일 목요일입니다. 그 사람을 생각했을 때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다. 좋은 생각과 행동으로 좋은 사람이 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슴이 따뜻해서 아름다운 사람에게 _ 김진학

가슴이 따뜻해서 아름다운 사람에게 김진학 꽃이 피어나던 어느 날 기차여행을 처음하는 사람처럼이나 설레임으로 그대 앞에 다가가던 날 숱한 고뇌에서 피어난 눈 위의 동백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곁에 오셨습니다 마주한 찻잔에 안개로 오르는 커피 내음처럼이나 향기롭게 준비된 내 사람이었습니다 아파 온 날들만큼 그대 사랑하리라 아파 온 날들 만큼 따뜻하리라 밤마다 부르는 장미의 노래로 서로의 가슴에 기대어 살아 갈 날들이 아름다울 것입니다 아무리 험한 세상이 우리들 곁에 온다 해도 머물어 쉬지 않는 사랑의 눈빛이 서로의 가슴에 머물어 있는 한 * 2021년 2월 24일 수요일입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서로 편합니다. 가슴이 따뜻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