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다림질
정끝별
장롱 맨 아랫서랍을 열면
한 치쯤의 안개, 가장 벽촌에 묻혀
눈을 감으면 내 마음 숲길에
나비 떼처럼 쏟아져
내친김에 반듯하게 살고 싶어
풀기 없이 구겨져 손때 묻은 추억에
알 같은 몇 방울의 습기를 뿌려
고온의 열과 압력으로 다림질한다
태연히 감추었던 지난 시절 구름
내 날개를 적시는 빗물과 같아,
안주머니까지 뒤집어 솔질을 하면
여기저기 실밥처럼 풀어지는
여름, 그대는 앞주름 건너에
겨울, 그대는 뒷주름 너머에
기억할수록 날 세워 빛나는 것들
기억할수록 몸서리쳐 접히는 것들
오랜 서랍을 뒤져
얼룩진 미련마저 다리자면
추억이여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다리면 다릴수록 익숙히 접혀지는
은폐된 사랑이여
* 2024년 2월 29일 목요일입니다.
방향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될 수 없습니다.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빨래집게 _ 김경복 (24) | 2024.03.05 |
---|---|
3월의 꿈 _ 임영준 (24) | 2024.03.04 |
젊은 날엔 남겨두라 _ 박노해 (27) | 2024.02.28 |
못을 박다가 _ 신현복 (23) | 2024.02.27 |
뿌린 만큼 받는 양식 _ 하영순 (22) | 2024.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