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 16

삶 _ 이정하

삶 이정하 무작정 밤열차를 타본 적이 있습니까?플랫폼의 가로등이 소슬히 비에 젖고 있을 때비옷을 입은 역무원이 혼자 깃발을 흔드는 것을무심코 바라본 적이 있습니까? 삶이란 것도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도저렇게 배웅을 받으며 떠나는 것은 아닐까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밤열차에 몸을 실은 적이 있습니까? * 2025년 9월 30일 화요일입니다.기다림은 시간이 아니라, 신념을 견디는 일입니다.믿고 기다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Life Lee jeong-ha Have you ever taken an overnight tra..

배틀그라운드 _ 문보영

배틀그라운드 문보영 너는 설원의 우주선 발사 기지에 가보고 싶었네 나는얼어붙은 강이 보고 싶었네 그러나 원이 영 다른 데생겨서 우리는 한 방향으로 뛸 수 있었네 눈으로 덮인 작은 섬은 뒷모습을 연습하기에 좋은장소네 현실이 조준이 잘 안 되네 나는 네 손을 잡고싶네 태어날 때부터 나는 쭉 내 뒤에 서 있었네 나는 나의뒷모습만을 바라봤네 나는 관전만 해왔네 뒤돌아보지않고도 나는 내 뒤가 보이네 내 뒤에 있다고 해서 내입장이 되어보는 것은 아니네 필요한 건 사람을 만나도 죽지 않는 경험이네 그런 세상을 믿는자는 게임 참여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네 누가 내 등 뒤를 털어 갔네 * 2025년 9월 29일 월요일입니다.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떠맡는 사람들..

날개 _ 신경림

날개 신경림 강에 가면 강에 산에 가면 산에내게 붙은 것 그 성가진 것들을 팽개치고부두에 가면 부두에 저자에 가면 저자에내가 가진 그 너절한 것들을 버린다가벼워진 몸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나는훨훨 새처럼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그러나 어쩌랴 하룻밤새 팽개친 것버린 것이 되붙으며 내 몸은 무거워지니이래서 나는 하늘을 나는 꿈을 버리지만누가 알았으랴 더미로 모이고 켜로 쌓여그것들 서섯히 크고 단단한 날개로 자라리라고나는 다시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강에 가면 강에서 저자에 가면 저자에서엣날에 내가 팽개친 것 버린 것그 성가신 것 너절한 것들을 도로 주워내 날개를 더 크고 튼튼하게 만들면서 * 2025년 9월 24일 수요일입니다.물러설 줄 알아야 큰 화를 면할 수 있는..

가을편지 _ 이해인

가을편지 이해인 늦가을 산 위에 올라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깊이 사랑할수록 죽음 또한 아름다운 것이라고노래하며 사라지는 나뭇잎들춤추며 사라지는 무희들의마지막 공연을 보듯이조금은 서운한 마음으로떨어지는 나뭇잎들을 바라봅니다매일 조금씩 떨어져나가는나의 시간들을 지켜보듯이 * 2025년 9월 22일 월요일입니다.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핑계가 보이는 법입니다.방법을 찾아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Autumn Letter Lee Hae-in On a lat..

단추를 채우며 _ 천양희

단추를 채우며 천양희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단추를 채우는 일이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누구에겐가 잘못하고절하는 밤잘못 채운 단추가잘못을 깨운다그래, 그래 산다는 건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2025년 9월 17일 수요일입니다.첫 단추를 잘못 채우고 계속 채우면 많은 단추를 다시 풀어야 합니다.잘못 채워진 단추를 풀어버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Fasteni..

별 _ 김춘수

별 김춘수같은 말도 굴릴 때마다다른 소리를 낸다.한때는 별이금은金銀의 소리를 냈다. 그 소리아주 가까이에서 들리는 듯했다.요즘 서울의 하늘에는 별이 없다.별은 어디로 숨었나.나뭇가지에 걸린 그림자처럼할쑥하게 바래진 누군가의 그 그림자처럼바람에 흔들리다 흔들리다제물에 사그러진다.혓바닥을 칫솔질하는 어디선가그런 소리가 난다.지금 나는 별이란 말을 새삼잇새로 굴리고 있다.참 오랜만이다. * 2025년 9월 16일 화요일입니다.하늘을 바라봐야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습니다.오늘 밤에는 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세요. 홍승환 드림 ==================================== A Star K..

경계 _ 박노해

경계 박노해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 * 2025년 9월 15일 월요일입니다.스스로를 경계하지 않으면 나태해지기 마련입니다.수고로움을 선택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Boundary Park No-hae Do not sell the past to live today,Let not reality devour the future,Do not bury the past while speaking of the future..

평행선 _ 김남조

평행선 김남조 우리는 서로 만나본 적도 없지만헤어져 본 적도 없습니다.무슨 인연으로 태어났기에어쩔 수 없는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합니까 가까워지면 가까워질까 두려워하고멀어지면 멀어질까 두려워하고나는 그를 부르며그는 나를 부르며스스로를 저버리며 가야만 합니까우리는 아직 하나가 되어본 적도 없지만은둘이 되어 본 적도 없습니다 * 2025년 9월 12일 금요일입니다.평행선이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변수가 있어야 합니다.변수를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Parallel Lines Kim nam-jo We have n..

손톱을 깎으며 _ 이해인

손톱을 깎으며 이해인언제 이만큼 자랐나?나도 모르는 새굳어버린나의 자의식무심한 세월이 얹힌마른 껍질을스스로 깎아낸다조심스럽게언제 또 이만큼 자랐나?나도 모르는 새새로 돋는나의 자의식 * 2025년 9월 11일 목요일입니다.무의식 속에 쌓이는 것들이 무서운 법입니다.정신을 챙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 Trimming my fingernails Lee hae-in When did they grow this long?Before I knew it,my solidifiedsense of self. The dry ..

선물 _ 신달자

선물 신달자 피아노 소리일까바이올린 소리일까가깝게 맑은 악기소리 울린다너의 선물을 생각하는 나는 감미로운 악기인가 봐거리로 나갔다. 시장 백화점선물을 고르기 위해 다리가 휘청거리도록종일 기웃거렸다왜 선물이 그렇게 정해지지 않았을까그러나 내 마음을 나는 잘 알지뭘 살까 생각하는 그 마음을 즐기기 위해나는 오래 선물을 정하지 않고 행복해 한 거야선물은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란 걸 선물을 사면서나는 알았어.이 행복한 마음바로 네가 준 선물임을 그때 나는 알았어. * 2025년 9월 10일 수요일입니다.시간이 지나면 결국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진심을 다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 Gif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