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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 _ 정호승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by 시 쓰는 마케터 2020. 9. 2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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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나이

 

                             정호승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 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 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 2020년 9월 24일 목요일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나중에 후회할 일들을 만들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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