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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도 _ 정연복

작은 기도 정연복 보이지 않는 생의 중심에 깊은 뿌리 하나 있어 굳은 심지 하나 품어 지금은 한겨울 아무런 볼품없어도 안달하지 않고 평화롭고 잔잔한 모습의 나목(裸木)의 그 너른 마음 올 한 해 나의 마음 되게 하소서 * 2022년 3월 23일 수요일입니다. 열정이라는 중심이 없으면 쉽게 쓰러지기 마련입니다. 방전된 것들을 충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 풍경 _ 신달자

봄 풍경 신달자 싹 틀라나 몸 근질근질한 나뭇가지 위로 참새들 자르르 내려앉는다 가려운 곳을 찾지 못해 새들이 무작위로 혀로 핥거나 꾹꾹 눌러 주는데 가지들 시원한지 몸 부르르 떤다 다시 한 패거리 새 떼들 소복이 앉아 엥엥거리며 남은 가려운 곳 입질 끝내고는 후드득 날아오른다 만개한 꽃 본다 * 2022년 3월 22일 화요일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하면 경험이 되고 그 시작을 마무리 하면 경력이 됩니다. 경험에서 경력으로 나아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_ 김소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김소월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그림자 같은 벗 하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쓸데없는 괴로움으로만 보내었겠습니까! 오늘은 또다시, 당신의 가슴속, 속모를 곳을 울면서 나는 휘저어 버리고 떠납니다그려. 허수한 맘, 둘 곳 없는 심사에 쓰라린 가슴은 그것이 사랑, 사랑이던 줄이 아니도 잊힙니다 * 2022년 3월 18일 금요일입니다. 시간 배분을 못하는 사람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없는 법입니다. 시간을 지배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멀리 있기 _ 유안진

멀리 있기 유안진 멀리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멀리서 나를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멀리서 슬프고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죽기까지 나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영원한 느낌표 * 2022년 3월 17일 목요일입니다. 가까이에서는 안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문제를 멀리서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_ 유인숙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유인숙 아,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메어야 할 짐이 있다면 찡그린 얼굴로 돌아서거나 버거워하지 않는 삶 하찮은 것조차 기뻐하는 삶이고 싶다 한순간이라도 서로의 짐을 나누어지고 때로는 그 삶의 무게만큼 기울어져 힘이 들어도 나에게 주어진 몫이거니 기꺼운 마음으로 순응하고 싶다 사랑을 가슴으로 품고 주고 또 주어도 달라하지 않는 소망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의 눈빛을 보며 기다릴 줄 아는 자가 되고 싶다 슬픔도 안으로 끌어안고 기쁨도 가슴에 담을 줄 아는 그래서 행복하다고 노래할 줄 아는 가장 소중한 사람의 참 좋은 사랑이 되고 싶다 * 2022년 3월 16일 수요일입니다. 작은 것들이 켜켜이 쌓여 삶이 되고 역사가 되는 법입니다. 하찮아 보이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

오늘은 조금만 더 희망을 노래하자 _ 이기철

오늘은 조금만 더 희망을 노래하자 이기철 미래는 저녁 창문처럼 금새 어두워지지만 작별해 버린 어제가 모두 탕진은 아니다 모래의 시간 속으로 걸어온 구두 밑창의 진흙은 숙명을 넘어온 기록이다 내 손은 모든 명사의 사물을 다 만졌다 추상이 지배하는 인생은 불행하다 명백한 것은 햇빛밖에 없다 죄마저 꽃으로 피워둘 날 기다려 삶을 받아쓸 종이를 마련하자 가벼워지고 싶어서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모든 노래를 받기 위해서 입 다무는 침묵처럼 오늘은 단추 한 칸의 가슴을 열자 오늘은 조금만 더 희망을 노래하자 * 2022년 3월 15일 화요일입니다. 장기적인 추세를 바꿀 수는 건 혁신입니다. 희망을 노래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_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최두석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무슨 꽃인들 어떠리 그 꽃이 뿜어내는 빛깔과 향내에 취해 절로 웃음짓거나 저절로 노래하게 된다면 사람들 사이에 나비가 날 때 무슨 나비인들 어떠리 그 나비 춤추며 넘놀며 꿀을 빨 때 가슴에 맺힌 응어리 저절로 풀리게 된다면 * 2022년 3월 14일 월요일입니다. 물이 부족해야 땅속에 있는 물을 찾기 위해서 뿌리가 안간힘을 다해 뻗어가고 그래야 꽃이 핍니다. 결핍이 창조를 낳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무를 위한 예의 _ 나태주

나무를 위한 예의 나태주 나무한테 찡그린 얼굴로 인사하지 마세요 나무한테 화낸 목소리로 말을 걸지 마세요 나무는 꾸중들을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는 화낼만한 일을 조금도 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네 가족의 가훈은 입니다 그리고 이기도 합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싹을 내밀고 꽃을 피우고 또 열매 맺어 가을을 맞고 겨울이면 옷을 벗어버린 채 서서 봄을 기다릴 따름이지요 나무의 집은 하늘이고 땅이에요 그건 나무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때부터의 기인 역사이지요 그 무엇도 욕심껏 가지는 일이 없고 모아두는 일도 없답니다 있는 것만큼 고마워하고 받은 만큼 덜어낼 줄 안답니다 나무한테 속상한 얼굴을 보여주지 마세요 나무한테 어두운 목소리로 투정하지 마세요 그건 나무한테 하는 예의가 아니랍니다 * 2022년 3월..

길 _ 윤동주

길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2022년 3월 10일 목요일입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길이 있는 법입니다. 자신만의 길을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음의 등대 하나 세우며 _ 도종환

마음의 등대 하나 세우며 도종환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교만하지 않으면서도 당당한 삶 비굴하지 않으면서도 겸손한 삶 역경이 닥쳤을 때든 그것을 극복했을 때든 늘 평상심으로 살아가는 삶 유연하되 원칙을 잃지 않는 삶 어려울 때마다 근본으로 돌아가 거기서 다시 시작하는 삶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 2022년 3월 8일 화요일입니다. 처음, 기본으로 돌아갈 때 가장 강력해 지는 법입니다. 첫마음을 잃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