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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지우개 _ 안도현

분홍지우개 안도현 분홍지우개로 그대에게 쓴 편지를 지웁니다. 설레이다 써버린 사랑한다는 말을 조금씩 지워 나갑니다. 그래도 지운 자리에 다시 살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생각 분홍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그리운 그 생각의 끝을 없애려고 혼자 눈을 감아봅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지워질 것 같습니다. * 2022년 5월 4일 수요일입니다. 어린 시절 분홍지우개는 틀린 것들을 없애주는 신비한 물건이었습니다. 지우개로 지울 수 없는 것들을 바로잡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_ 이성희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이성희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산길 모퉁이 금강 초롱 그 꽃잎 사이에서 나풀거리는 아침으로 새벽하늘에 돋아난 금성 그 별빛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라 거울에서 사라진 웃음 눈물로 번제를 드린다면 다시 눈부신 오후의 타악기처럼 웃을 수 있을까 징검다리의 돌 하나로 살고 싶어라 시냇물의 노래를 들으며 가장 넉넉한 자리에 안착하는 새를 보며 저녁을 맞고 싶어라 * 2022년 5월 3일 화요일입니다. 현재의 모습을 버려야만 바라는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좋은 변화가 시작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5월을 드립니다 _ 오광수

5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 2022년 5월 2일 월요일입니다. 좋은 것들을 생각하면 좋은 일들이 생기는 법입니다. 긍정의 생각들로 가득한 5월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빗소리 _ 주요한

빗소리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물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2022년 4월 29일 금요일 비 오는 아침입니다. 다음 주부터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하네요. 5월부터는 다시 예전의 평범한 일상을 기대해봅니다. 홍승환 드림

봄의 사람 _ 나태주

봄의 사람 나태주 내 인생의 봄은 갔어도 네가 있으니 나는 여전히 봄의 사람 너를 생각하면 가슴속에 새싹이 돋아나 연초록빛 야들야들한 새싹 너를 떠올리면 마음속에 꽃이 피어나 분홍빛 몽골몽골한 꽃송이 네가 사는 세상이 좋아 너를 생각하는 내가 좋아 내가 숨 쉬는 네가 좋아 * 2022년 4월 28일 목요일입니다. 매년 새로운 봄이 있어 새로운 희망도 있습니다. 희망찬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기쁨이란 반지는 _ 이해인

기쁨이란 반지는 이해인 기쁨은 날마다 내가 새로 만들어 끼고 다니는 풀꽃 반지 누가 눈여겨보지 않아도 소중히 간직하다가 어느 날 누가 내게 달라고 하면 이내 내어주고 다시 만들어 끼지 크고 눈부시지 않아 더욱 아름다워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나누어 가질수록 그 향기를 더하네 기쁨이란 반지는 * 2022년 4월 27일 수요일입니다. 하루에 한 명에게만 미소를 주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니체가 말했습니다. 주변에 미소를 전달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거리에서 _ 김사이

거리에서 김사이 문을 열고 나가니 안이다 그 문을 열고 나가니 다시 안이다 끊임없이 문을 열었으나 언제나 안이다 언제나 내게로 되돌아온다 문을 열고 나가니 내가 있다 내게서 나누어지는 물음들 나는 문이다 나를 열고 나가니 낭떠러지다 닿을 듯 말 듯 한 낭떠러지들 넋 나간 슬픔처럼 떠다닌다 나는 나를 잠그고 내가 싼 물음들을 주워 먹는다 * 2022년 4월 26일 화요일입니다. 생각들을 정리하는 생각꽂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 정돈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비 _ 문태준

봄비 문태준 봄비 온다 공손한 말씨의 봄비 온다 먼 산등성이에 상수리나무 잎새에 송홧가루 날려 내리듯 봄비 온다 네 마음에 맴도는 봄비 온다 머윗잎에 마늘밭에 일하고 오는 소의 곧은 등 위에 봄비 온다 어진 마음의 봄비 온다 * 2022년 4월 25일 봄비 오는 월요일 아침입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면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움직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날 한채 _ 노향림

봄날 한채 노향림 저녁노을 속을 누가 혼자 걸어간다. 높은 빌딩 유리창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거대한 낙타처럼 터덜터덜 걸어내려간다. 강변 둔치까지는 구름표범나비 등을 타고 넘어갈까 황사바람 누런 목덜미를 타고 넘어갈까 잠시 머뭇거린다. 타클라마칸 혹은 고비가 내 마음 안에도 펼쳐 있고 모래 위에 환한 유칼리나무 잠시 피었다가 지워진 아치형 길이 홀로 뚫려 있다. 시끄러운 세상은 돌아보지 마라 매정하게 채찍 휘두르며 낙타 등에 올라 그 길을 느리게 아주 느리게 누가 혼자 넘어간다. 봄날 한채가 아득히 저문다. * 2022년 4월 22일 금요일입니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마음으로는 "핑계"만 찾아지는 법입니다. 마음을 바꾸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4월의 노래 _ 박목월

4월의 노래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지를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 2022년 4월 21일 목요일입니다. 주변에 환절기 감기 환자가 많습니다. 봄 햇살과 함께 건강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