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 963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_ 김용택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김용택 작년에 피었던 꽃 올해도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 피어 새롭습니다 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 올해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이 피어나니 다시 또 서럽고 눈물 납니다 이렇게 거기 그 자리 피어나는 꽃 눈물로 서서 바라보는 것은 꽃 피는 그 자리 거기 당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 없이 꽃 핀들 지금 이 꽃은 꽃이 아니라 서러움과 눈물입니다 작년에 피던 꽃 올해도 거기 그 자리 그렇게 꽃 피었으니 내년에도 꽃 피어나겠지요 내년에도 꽃 피면 내후년, 내내후년에도 꽃 피어 만발할 테니 거기 그 자리 꽃 피면 언젠가 당신 거기 서서 꽃처럼 웃을 날 보겠지요 꽃같이 웃을 날 있겠지요. * 2021년 3월 24일 수요일입니다.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도 받아들이는 건 다른 법입니다. 봄날..

이 다음에 너는 _ 최옥

이 다음에 너는 최옥 엄마가 너의 등을 두드려 주듯 흔들리는 모든 것들의 마음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어라 널 안고 있으면 내 마음 빈틈없이 차오르듯 눈빛 하나, 말 한마디로 이 세상 가득 채우고 지금 널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처럼 그렇게 세상을 보아라 들숨 날숨으로 고운 마음 엮어서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되어라 * 2021년 3월 23일 화요일입니다. 다음을 기약하다보면 지금에 충실하지 못하게 됩니다. 가끔은 배수의 진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홍승환 드림

봄편지 _ 김철기

봄편지 김철기 잠자던 그 자리에 숨어 있다 네갈래 꽃뿌리 향기에 쫑끗 햇살 따르고 오랜 그리움 출렁이며 가슴 속 깊이 날아와서 널출어진 네 잎 나래를 편다 이슬 머금은 바람에도 날 듯 가름하다 어미의 살갗을 뚫고 하늘 오르는 노란 나비처럼 분분히 날던 꽃잎 머뭇거리다 만개한 웃음 지으며 노랗게 물들인 꽃잎 물고 나로 온다 * 2021년 3월 19일 금요일입니다. 새로운 계절은 또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숲 _ 반기룡

숲 반기룡 숲 속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안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기대어 온갖 조건과 환경을 잘 견디고 있는 것을 햇살이 비칠 때면 지그시 감았던 두 눈 뜨며 자연과 합일되고 강풍이 몰아치면 원가지 곁가지 잔가지 마른가지 할 것 없이 포옹하며 모진 비바람 견디어 내는 것을 사람이 사는 것도 별것 아니다 어려울 때 서로 기대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되고 가려울 때 그 부분을 긁어주며 연리지처럼 어우러지고 함께 뒹구는 것이다 햇살과 비바람이 존재하기에 빛과 어둠이 상생하기에 자신의 밝고 어두운 여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 2021년 3월 18일 목요일입니다. 나무들 하나하나는 보지만 숲을 못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걸음 뒤에서 큰 숲을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름다운 얘기를 하자 _ 노천명

아름다운 얘기를 하자 노천명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 별이 자꾸 우리를 보지 않느냐 닷돈짜리 왜떡을 사먹을 제도 살구꽃이 환한 마을에서 우리는 정답게 지냈다 성황당 고개를 넘으면서도 우리 서로 의지하면 든든했다 하필 옛날이 그리울 것이냐만 늬 안에도 내 속에도 시방은 귀신이 뿔을 돋쳤기에 병든 너는 내 그림자 미운 네 꼴은 또 하나의 나 어쩌자는 얘기냐, 너는 어쩌자는 얘기냐 별이 자꾸 우리를 보지 않느냐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 * 2021년 3월 17일 수요일입니다. 남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앞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만 해야 합니다. 솔직함을 이야기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_ 박노해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박노해 알려지지 않았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별은 뜨고 꽃은 핀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의 일을 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의 길을 간다 * 2021년 3월 16일 화요일입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상식과 기본을 지키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속도 _ 이원규

속도 이원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일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 뿐 그들은 서로 마주친 적도 없다 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왜 백 미터를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 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 마침내 비닐하우스 속에 온 지구를 구겨 넣고 계시는, 스스로 속성재배 되는지도 모르시는 인간은 그리하여 살아도 백 년을 넘지 못한다 * 2021년 3월 15일 월요일입니다. 길게 볼 때는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방향인 지 고민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구름 _ 이성선

구름 이성선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 2021년 3월 12일 금요일입니다. 오후 비 소식이 있는 구름이 잔뜩 낀 아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좋겠다 _ 백창우

좋겠다 백창우 끝까지 다 부를 수 있는 노래 몇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 시 한 편씩 들려주는 여자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안 가는 예쁜 시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몹시 힘들 때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 재워 줄 착한 아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바람을 노래할 때 그 바람 그치기를 기다려 차 한 잔 끓여 줄 고운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 2021년 3월 11일 목요일입니다.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을 이루는 법입니다. 작은 것들에 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차 한잔의 추억 _ 박현진

차 한잔의 추억 박현진 기억의 저편에 있는 그를 생각 할 때마다 고이는 그리움 접어 테이블 한 편에 올려 놓고 그를 닮은 진한 커피 향에 잠시 취해본다. 아침이 깨어나는 시간 깊어가는 그리움도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같이 사랑의 향기 그윽하다. 잔잔한 선율에 마음 실어 추억의 그림자 먼 길 여행을 떠난다. 꽃 비 내리는 아침 투명한 기억을 타서 차 한잔 마셔본다. * 2021년 3월 10일 수요일입니다. 일을 어렵게 만들기는 쉽지만, 일을 쉽게 만들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일을 쉽게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