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시 76

들꽃 _ 구광렬

들꽃 구광렬 주인 없어 좋아라 바람을 만나면 바람의 꽃이 되고 비를 만나면 비의 꽃이 되어라 이름 없어 좋아라 송이송이 피지 않고 무더기로 피어나 넓은 들녘에 지천으로 꽂히니 우리들 이름은 마냥 들꽃이로다 뉘 꽃을 나약하다 하였나 꺾어 보아라 하나를 꺾으면 둘 둘을 꺾으면 셋 셋을 꺾으면 들판이 일어나니 코끝을 간지르는 향기는 없어도 가슴을 파헤치는 광기는 있다 들이 좋아 들에서 사노니 내버려두어라 꽃이라 아니 불린들 어떠랴 주인 없어 좋아라 이름 없어 좋아라 * 2016년 4월 24일 화요일입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하는 게 낫습니다.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비 오던 날 _ 최옥

봄비 오던 날 최옥 혼잣말을 합니다 그대가 나를 조금만 자유롭게 하기를 그렇게 하기를 가두었던 말(言)들을 빗물속에 흘려 보냅니다 구름처럼 먼 데 둘 수밖에 없는 사랑 수평선처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대 한때 당신을 향했던 불같은 몸살도 이제는 편안해진 그리움이길 재울 것은 재우고 깨울 것은 깨우며 봄비속에 연신 혼잣말을 합니다 가두었던 말(言)들을 풀어줍니다 * 2018년 4월 23일 월요일입니다.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한 주의 시작 여유롭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어느날 문득, 꽃은 피어나고 _ 채상근

어느날 문득, 꽃은 피어나고 채상근 그리움은 틈새에 있습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틈새로 어느 날 문득, 꽃은 피어나고 나와 꽃 사이에 틈이 있습니다 꽃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가슴속에 그리움의 틈새가 있습니다 그 속에 그대가 있습니다 나는 산허리에 피어나는 붉은 꽃들을 바라봅니다 그 속에 푸른 그대가 있습니다 그리운 그대가 있습니다 * 2018년 4월 17일 화요일입니다.어느날 문득 피어난 꽃들이 거리 곳곳을 장식하고 있습니다.따스한 봄햇살과 함께 행복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봄처럼 오는 당신 _ 정유찬

봄처럼 오는 당신 정유찬 추운 날 그토록 기다리던 당신이 봄처럼 옵니다 간간이 흩날리던 눈발조차 사라지고 온화한 바람으로 투명한 아지랑이로 봄날과 함께 다가오는 당신은 그리움의 환영처럼 아득하고 손에 잡히지도 길게 머물지도 않을 야속한 사람이지만 순식간에 제 마음을 꽃과 풀 향기로 가득 채우는 신비한 사람입니다 아! 잔디 위를 구르는 햇볕 나무 위를 걷는 바람 정겨워라 제가 당신 안에서 봄을 느끼고 당신이 다시 봄처럼 저를 품에 안으니 새파란 새싹처럼 제가 노래합니다 노란 병아리처럼 행복합니다 * 2018년 4월 12일 목요일입니다.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결함에 있습니다.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 봄이여 _ 임영준

봄, 봄이여 임영준 이젠 말라붙은 껍질을 뚫고나오는 헤실거리는 떡잎 같은 추억일랑 가차 없이 묻어버리자 경춘선 열차에서 강변 어느 민박집 마당에서 봄 뿌리까지 짜내던 젊은 합창일랑 흘러가는 대로 흘려버리자 굶주린 그네들의 몸부림도 물안개처럼 모호하게 번져버렸겠지 밤새 지피던 모닥불에 활활 타오르고 말았겠지 한때 냉엄한 바람만 피하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어느덧 달콤한 손길마저 뿌리치게 되었는가 더 이상 눈 돌릴 수 없는 봄, 봄이여 * 2018년 4월 3일 화요일입니다.평화와 인권에 대한 사건인 제주 4.3 항쟁 70주년입니다.역사 속에서 이름없이 스러져 간 수많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립니다. 홍승환 드림

해마다 봄이 되면 _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물위에서,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2018년 3월 20일 화요일입니다.봄은 한 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절입니다.멋진 시작을 준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