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 300

이 다음에 너는 _ 최옥

이 다음에 너는 최옥 엄마가 너의 등을 두드려 주듯 흔들리는 모든 것들의 마음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어라 널 안고 있으면 내 마음 빈틈없이 차오르듯 눈빛 하나, 말 한마디로 이 세상 가득 채우고 지금 널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처럼 그렇게 세상을 보아라 들숨 날숨으로 고운 마음 엮어서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되어라 * 2019년 10월 25일 금요일입니다. 생각에도 근육이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생기지 않는 법입니다. 생각에 힘을 줄 수 있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희망의 바깥은 없다 _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이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 2019년 10월 22일 화요일입니다. 희망을 찾아낼 수 있는 것도 기술입니다. 작은 변화들로 희망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는 맛 _ 정일근

사는 맛 정일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 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맛 그 하나라도 독처럼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도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 2019년 10월 21일 월요일입니다. 좋아하는 것만 먹다 보면 불균형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인생의 달고, 쓰고, 맵고, 신 맛을 골고루 맛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사는 맛을 느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겸손의 향기 _ 이해인

겸손의 향기 이해인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꽂히는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나보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 보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 포기의 난초를 가꾸듯 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올린 지혜의 맑은 물로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 겸손히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 2019년 10월 16일 수요일입니다. ..

가을 한 조각 _ 임영준

가을 한 조각 임영준 한 뼘의 달빛과 한 모금의 바람으로 고향집 귀뚜라미 알차게 여물어 맛깔난 시를 읊어주었지 다시 그 가을 한 조각 떼어다 붙이면 설움이 그리움이 될 것도 같은데 이젠 어디서 찾아야 하나 그 가을 한 조각 * 2019년 10월 15일 화요일입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 뛰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늘 해야 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버리며 살기 _ 나명욱

버리며 살기 나명욱 마음의 욕심을 버리고 무엇을 이루겠다는 이상을 버리고 어느 정상까지 오르고야 말겠다는 그 최고의 환상을 버리고 무한한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하나로 통합하여 바라보면 내가 바로 이 우주가 된다 너와 내가 없고 이것과 저것이 없고 높고 낮음도 없고 좋고 나쁨도 없는 비로소 자유로움으로 돌아가는 일 다 버리고도 다 가질 수 있는 충만함을 느낄 것이니 버린다는 것은 이미 다 가진 것이다 홀연히 그 어디 무엇에도 구속됨이 없이 세상 한가운데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니 신이 되는 것이다 신선이 되는 것이다 참 시인이 되는 것이다 * 2019년 10월 14일 월요일입니다. 버릴 줄 알아야 채울 수 있는 법입니다. 호리병안의 사탕을 움켜쥔 채로는 손을 꺼낼 수 없습니다. 채움을 위해 ..

세 잎 클로버 _ 정연복

세 잎 클로버 정연복 어린 시절에 토끼풀 우거진 들판에서 행운의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애쓰던 추억이 있다 지천에 널린 세 잎 클로버 사이로 번쩍 눈에 띄는 네 잎 클로버는 눈부시게 황홀했지. 며칠 전, 어느 두툼한 책의 모퉁이에서 우연히 눈길이 닿은 한 구절이 벼락처럼 내 가슴을 내리쳤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지만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입니다.˝ 그래, 행운은 내게로 오지 않아도 좋으리 눈부신 행운을 꿈꾸지는 않으리 다만, 들판의 세 잎 클로버처럼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평범한 것들에서 생명의 기쁨을 느끼는 욕심 없는 마음 하나 가질 수 있기를! 가까운 날에 들판에 나가 세 잎 클로버들에게 사죄해야지 ´말없이 내 주변을 맴도는 소중한 너희들을 몰라봐서 정말 미안해´ * 2019..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_ 조병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조병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은 사람이란다 * 2019년 10월 7일 월요일입니다. 제법 많은 비가 내리는 가을 아침입니다. 한 주의 시작, 빗소리와 함께 차분히 출발해보세요. 환절기 감기 조심 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바람의 향기 _ 박명순

가을바람의 향기 박명순 노란빛 가을바람이 은은한 국화향기를 머금고 그대에게서 불어 옵니다 바람은 그대에게서 시작되나 봅니다 그대를 그리는 마음에 노란 국화 한다발 소복이 놓이며 노란 바람이 불어 옵니다 차마 떨쳐버리지 못한 미련이 남아 가을바람이 부나 봅니다 풋풋한 가을바람이 단내를 풍기며 남에서 불어 옵니다 아마도 그리움처럼 가을도 익어가고 있나 봅니다 그리움의 깊이를 모르듯 계절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가을바람이 향기를 머금고 자꾸만 가슴을 헤집습니다 그대의 온기처럼 * 2019년 10월 4일 금요일입니다. 복잡한 것들을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아는 것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10월 _ 오세영

10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2019년 10월 2일 수요일입니다. 제 18호 태풍 미탁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비 피해, 강풍 피해 없도록 주변을 잘 살피시고 건강한 하루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