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시 26

당신의 향기가 참 좋은 하루 _ 이채

당신의 향기가 참 좋은 하루 이채 숲속의 풀잎이랄까 풀잎의 이슬이랄까 당신의 미소에 스쳐오는 향기 싱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나는 샤르르 피어나는 기쁨의 꽃잎 천사의 날개에 실려 왔을까 새들의 노래에 날아 왔을까 당신의 향기와 첫인사를 건네면 꽃내음 그윽한 화창한 뜰이 열려요 나는 나폴나폴 춤추는 행복의 나비 당신의 향기로 오늘은 한송이 백합꽃을 피우겠어요 꽃잎마다 수를 놓고 물감을 들이겠어요 하얗게, 눈부시게 하얗게 나는 파르르 떨리는 사랑의 숨결 햇살 고운 창가에 한아름 꽃마음이 아름다워요 * 2023년 5월 19일 금요일입니다. 훌륭한 원칙을 가졌다면 성공적인 삶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만의 훌륭한 원칙을 만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찔레나무 가지 _ 박의상

찔레나무 가지 박의상 찔레나무를 가꾸는 사람만이 찔레나무의 어느 가지를 잘라내야 할지 안다 그의 무수한 말 무수한 눈 가운에 어느 만큼인가 그는 버려야 하는 것처럼 찔레나무를 가꾸기 위해 찔레나무의 어느 가지를 그는 그렇게 오늘도 자른다 헛된 욕망을 버리는 것처럼이 아니라 욕망이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처럼 그는 찔레나무의 가지를 자르면서 자기의 소중한 눈물 가운데 어느 눈물을 버려야 할지 깨닫는다 * 2022년 7월 13일 수요일입니다. 작은 것들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을 수 있습니다. 버려야 할 것들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새들도 언어로 소식을 전한다 _ 유진택

새들도 언어로 소식을 전한다 유진택 산속도 오래되면 등뼈가 휘어지는 법이다 산등성이마다 튀어나온 굵은 바위들이 봄날이면 몸살나게 뒤척인다 산등성이 곳곳에 박힌 굵은 뿌리를 홍역처럼 꽃망울을 앓아 피우고 고사목으로 굳어진 나무, 등뼈처럼 허리가 휜다 이 깊은 산속에도 진달래는 지천인데 그 꽃향기 아랫마을 내려가지 못해 산속에만 꽃내음이 가득 찬다 진달래 뿌리는 엉키고 엉켜 그 속에서 잔뿌리가 나고 꽃들도 지치고 지쳐 여린 꽃잎 다시 지는데 아무도 없는 이 산속 진달래는 왜 피는가 보아줄 이도 없는데 연지곤지 예쁘게 단장하고 분홍색 색동저고리로 손짓하지만 나는 잘 안다, 새들이 수시로 들락이는 저 산속 낙타처럼 누워 있는 산등성이로 와서 우리들이 알 수 없는 언어로 몇마디 지껄이고 가면 진달래는 더 붉어 홍..

풍경 _ 나태주

풍경 나태주 어느 곳에 가든지 공기에게 먼저 인사들 드려야 한다 나 여기 있어도 좋을까요? 머리 조아려 공손히 인사를 드려야 한다 어느 곳에 가든지 나무나 풀들에게 먼저 말을 걸어야 한다 그동안 별고 없으셨나요? 궁금했는데 그쪽도 잘들 계셨는지요? 그리하여 풍경이 우리를 한 가족으로 받아줄 때 비로소 우리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고 편안하게 숨도 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2022년 5월 6일 금요일입니다. 하기 싫은 일들을 먼저 해야 변화할 수 있습니다. 미루고 미루던 일을 처리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풀잎 _ 박성룡

풀잎 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그러나,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 버리거든요. * 2022년 4월 20일 수요일 절기상 곡우, 장애인의 날입니다.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님을 인정하면 관계가 원만해지는 법입니다. '다름'과 '틀림'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나무처럼 살기 _ 이경숙

나무처럼 살기 이경숙 욕심부리지 않기 화내지 않기 혼자 가슴으로 울기 풀들에게 새들에게 칭찬해 주기 안아 주기 성난 바람에게 가만가만 속삭이고 이야기 들어주기 구름에게 기차에게 손 흔들기 하늘 자주 보기 손뼉치고 웃기 크게 감사하기 미워하지 않기 혼자 우물처럼 깊이 생각하기 눈감고 조용히 기도하기 * 2022년 4월 5일 화요일 식목일입니다. 계절의 변화에 자신을 맞추는 나무에게서 배워야겠습니다. 겨울을 견뎌내고 봄을 맞이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산이 있는 풍경 _ 윤수천

산이 있는 풍경 윤수천 산을 내려갈 때에는 언제나 허리를 낮추어야 한다 뻣뻣하게 세우고 내려갈 수는 없다 고개도 숙여야 한다 고개를 세운 채 내려갈 수는 없다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고 위를 쳐다보면 아, 하늘은 높고 푸르구나 이것이다 산이 보여주려는 것 하늘은 무척 높다는 것 푸르다는 것 사람보다 훨씬 크다는 것 이것을 보여주려고 산은 날마다 손을 내밀어 오라 오라 했나보다 * 2021년 10월 26일 화요일입니다.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멋진 풍경을 위해 겸손해지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을바람의 향기 _ 박명순

가을바람의 향기 박명순 노란빛 가을바람이 은은한 국화향기를 머금고 그대에게서 불어 옵니다 바람은 그대에게서 시작되나 봅니다 그대를 그리는 마음에 노란 국화 한 다발 소복이 놓이며 노란 바람이 불어 옵니다 차마 떨쳐버리지 못한 미련이 남아 가을바람이 부나 봅니다 풋풋한 가을바람이 단내를 풍기며 남에서 불어 옵니다 아마도 그리움처럼 가을도 익어가고 있나 봅니다 그리움의 깊이를 모르듯 계절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가을바람이 향기를 머금고 자꾸만 가슴을 헤집습니다 그대의 온기처럼 * 2021년 10월 19일 화요일입니다. 급하게 무언가 많이 하다가 중단하는 사람보다는 작은 거라도 꾸준히 늘 하는 사람이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꾸준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감자 한 알 _ 임영준

감자 한 알 임영준 봉지 안에 숨어 있던 감자 한 알에 삐죽빼죽 싹이 나온 것을 보고 열 살짜리 딸아이가 버려진 화분에 서툰 손길로 묻어둔 것이 나날이 불쑥 솟아오르더니 이젠 울타리를 휘감아 도는 제법 번듯한 생명이 되었는데 마치 아무런 연고나 배경이 없어도 굳건히 자리를 잡은 이민자 같구나 덩그러니 뿌려져도 튼실하게 잘 자라난 내 아이들 같구나 감자 한 알도 그들을 어여삐 여겨 무성하게 뻗어 가는 것 같구나 낯선 나라 날 선 세상에 무성한 줄기 굴강한 뿌리가 되라고 버려질 뻔한 보잘것 없는 감자 한 알도 우리에게 자신감을 보태는구나 그러니 어려울 게 무엇이겠는가 * 2021년 9월 8일 수요일입니다. 대체할 수 있는 것들과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을 챙기는 하루 되시기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