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시 1164

해녀의 꿈 _ 이해인

해녀의 꿈 이해인 욕심 없이 바다에 뛰어들면 바다는 더욱 아름다워요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사랑 안에서 자유롭습니다 암초를 헤치며 미역을 따듯이 전복을 따듯이 힘들어도 희망을 꼭 따오겠어요 바다 속에 집을 짓고 살고 싶지만 다시 뭍으로 올라와야지요 짠 냄새 가득 풍기는 물기 어린 삶을 살아내기 위하여ㅡ * 2019년 5월 7일 화요일입니다. 작은 성취들이 모여 큰 결과물이 만들어집니다. 일교차가 심하니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직 가지 않은 길 _ 고은

아직 가지 않은 길 고은 이제 다 왔다고 말하지 말자 천리 만리였건만 그 동안 걸어온 길보다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행여 날 저물어 하룻밤 잠든 짐승으로 새우고 나면 더 멀리 가야 할 길이 있다 그 동안의 친구였던 외로움일지라도 어찌 그것이 외로움뿐이었으랴 그것이야말로 세상이었고 아직 가지 않은 길 그것이야말로 어느 누구도 모르는 세상이리라 바람이 분다. * 2019년 4월 29일 월요일입니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하는 법입니다. 말로는 다 할 수 있지만 시작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성과를 위해 무엇이든 시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꿈길에서2 _ 이해인

꿈길에서2 이해인 나는 늘 꿈에도 길을 가지 남들이 가지 않으려는 멀고도 좁은 길을 낯익은 사람 낯선 사람 꿈속에선 모두 가까운 동행인이 되지 꿈속의 길이라고 더 새롭지도 않은 나의 평범한 길을 열심히 걷다 보면 깨어나서도 내내 기쁨으로 흘러가는 나의 시간들 마음도 걸음도 흩어지지 않으려고 꿈에도 연습을 많이 했지 나를 길들이며 누구에게나 떳떳하고 아름다운 이웃으로 문을 열고 싶었지. * 2019년 4월 26일 금요일입니다. 누구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실제로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바람과 햇살과 별빛 _ 정연복

바람과 햇살과 별빛 정연복 꽃잎에 맴돌다 가는 바람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바람에 꽃잎의 몸은 흔들렸으리 꽃잎에 머물다 가는 햇살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햇살에 꽃잎의 마음은 따스했으리 꽃잎에 입맞춤하는 별빛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별빛에 꽃잎의 영혼은 행복했으리 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여 * 2019년 4월 24일 수요일입니다. 봄비가 내려 촉촉한 아침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을 믿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오늘을 위한 기도 _ 홍수희

오늘을 위한 기도 홍수희 나로 하여 오늘을 살게 하소서 내일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내일이 오면 또 그 내일이 온다는 안일함으로 오늘 내게 주어진 소중한 작은 것들을 부디 잃지 않게 하소서 더러는 마음 상하는 일이 있었더라도 나보다는 너의 편에서 이해할 수 있는 여유를 더러는 우쭐하는 마음이 있었더라도 칭찬은 너에게로 돌릴 수 있는 따스한 용기를 날카로운 시선에는 오히려 부드러움을 미움에는 오히려 베푸는 향기를 나로 하여 오늘을 그렇게 살게 하소서 내일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지나고 나면 다시는 오지 않을 오늘이라면 지금 이 시간 사랑으로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 2019년 4월 23일 화요일입니다. 자켓을 벗고 들고 다녀야할 정도로 포근한 날씨입니다. 또 봄은 오고, 어김없이 계절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오후..

좋은 언어 _ 신동엽

좋은 언어 신동엽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 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구 기다려 보세요. 모여들 와도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으로 머리로 속속들이 구비돌아 적셔 보세요. 허잘 것 없는 일로 지난 날 언어들을 고되게 부려만 먹었군요. 때는 와요.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때 허지만 그때까진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해요. * 2019년 4월 22일 월요일입니다. 바람이 없어 바람개비가 돌지 않을 때는 앞으로 열심히 달려나가면 됩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구름 _ 천상병

구름 천상병 저건 하늘의 빈털터리 꽃 뭇 사람의 눈길 이끌고 세월처럼 유유하다. 갈 데만 가는 영원한 나그네 이 나그네는 바람 함께 정처 없이 목적 없이 천천히 보면 볼수록 허허한 모습 통틀어 무게 없어 보이니 흰색 빛깔로 상공 수놓네. * 2019년 4월 19일 금요일입니다. 이승만 독재 정권에 맞서 학생과 시민들이 일으킨 419민주주의 혁명기념일입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소중한 목숨을 아낌없이 희생한 분들을 기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장작불 _ 백무산

장작불 백무산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먼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 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 늦게 붙는 놈은 마른 놈 곁에 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 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 마른 놈은 단단한 놈을 도와야 해 단단한 놈일수록 늦게 붙으나 옮겨 붙기만 하면 불의 중심이 되어 탈 거야 그때는 젖은 놈도 타기 시작하지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몇 개 장작만으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 장작은 장작끼리 여러 몸을 맞대지 않으면 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 여러 놈이 엉겨 붙지 않으면 쓸모없는 그을음만 날 뿐이야 죽어서도 잿더미만 클 뿐이야 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 2019년 4월 12일 금요일입니다. 벚꽃과 개나리, 진달래 등 봄꽃이 절정을 치닫고 있습니다. 한 주 마무리..

멀리 가는 물 _ 도종환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길을 가지 않는가. 때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 2019년 4월 10..

마음세탁소 _ 김종제

마음세탁소 김종제 홍제동 산 1번지 미로의 골목길 들어가면 할아버지 한 분이 시간이 고요히 가라앉은 듯한 낡은 재봉틀 의자에 앉아 손님이 맡기고 간 물건을 부지런히 뜯어 고치고 있다 지친 마음 잠깐 벗어주면 구겨지거나 헤진 곳을 하루만에 깨끗이 처리해 준다고 방금 산 새옷처럼 흠 하나 없이 만들어서 삯도 받지 않고 당신에게 건네준다는 세탁소다 간판도 떨어져나가고 바람 조금 불어도 덜컹거리는 문짝의 세탁소 안에서 휴일도 없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가슴에 고랑을 판 사람들 세월에 홧병든 사람들의 한을 다리고 설움을 깁고 있다 홍제동 인왕산 자락에 잠깐 놀러 왔다가 그냥 눌러 앉고 말았다는 무학을 닮은 노인네가 세탁소 열어놓은 것이 몇 백 년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옷걸이에 수북하게 걸려있는 생들을 오늘도 수선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