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1476

봄길과 동행하다 _ 이기철

봄길과 동행하다 이기철 움 돋는 풀잎 외에도 오늘 저 들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꽃 피는 일 외에도 오늘 저 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종일 풀잎들은 초록의 생각에 빠져 있다 젊은 들길이 아침마다 파란 수저를 들 때 그때는 우리도 한 번쯤 그리움을 그리워해볼 일이다 마을 밖으로 달려나온 어린 길 위에 네 이름도 한 번 쓸 일이다 길을 데리고 그리움을 마중하다 보면 세상이 한 번은 저물고 한 번은 밝아오는 이유를 안다 이런 나절엔 바람의 발길에 끝없이 짓밟혀라도 보았으면 꽃들이 함께 피어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 꽃의 언어로 편지를 쓰고 나도 너를 찾아 봄길과 동행하고 싶다 봄 속에서 길 잃고 봄 속에서 깨어나고 싶다 * 2018년 3월 9일 금요일입니..

우산이 되어 _ 이해인

우산이 되어 이해인 우산도 받지 않은 쓸쓸한 사랑이 문 밖에 울고 있다 누구의 설움이 비 되어 노나 피해도 젖어 노는 무수한 빗방울 땅 위에 떨어지는 구름의 선물로 죄를 씻고 씻은 비오는 날은 젖은 사랑 수많은 나의 너와 젖은 손 악수하며 이 세상 큰 거리를 한없이 쏘다니리 우산을 펴 주고 싶어 누구에게나 우산이 되리 모두를 위해 * 2018년 3월 8일 목요일입니다.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건강 챙기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음의 기도 _ 이해인

마음의 기도 이해인 늘 푸른 소나무처럼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숲속의 호수처럼 고요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하늘을 담은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밤새 내린 첫눈처럼 순결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사랑의 심지를 깊이 묻어둔 등불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사하고 기도합니다 가을 들녘의 볏단처럼 익을수록 고개 숙이는 겸손한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나이에 상관없이 능금처럼 풋풋하고 설레는 마음을 주십사고 기도합니다. * 2018년 3월 7일 수요일입니다.경칩이 하루 지나고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합니다.일교차가 심하니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오늘은 조금만 더 희망을 노래하자 _ 이기철

오늘은 조금만 더 희망을 노래하자 이기철 미래는 저녁 창문처럼 금새 어두워지지만 작별해 버린 어제가 모두 탕진은 아니다 모래의 시간 속으로 걸어온 구두 밑창의 진흙은 숙명을 넘어온 기록이다 내 손은 모든 명사의 사물을 다 만졌다 추상이 지배하는 인생은 불행하다 명백한 것은 햇빛밖에 없다 죄마저 꽃으로 피워둘 날 기다려 삶을 받아쓸 종이를 마련하자 가벼워지고 싶어서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모든 노래를 받기 위해서 입 다무는 침묵처럼 오늘은 단추 한 칸의 가슴을 열자 오늘은 조금만 더 희망을 노래하자 * 2018년 3월 6일 화요일입니다.모든 결과는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좋은 결과의 원인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까움 느끼기 _ 용혜원

가까움 느끼기 용혜원 끝도 알 수 없고 크기도 알 수 없이 커가는 그리움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늘 마주친다고 서로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삶을 살다보면 왠지 느낌이 좋고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고 늘 그리움으로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까움을 느끼려면 모든 껍질을 훌훌 벗어내고 정직해야 합니다 진실해야 합니다 솔직해야 합니다 외로움으로 고독만을 움켜잡고 야위어만 가는 삶의 시간 속에 갇혀있어서는 불행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더욱 가까워지기를 연습하며 서로 사랑하기 위하여 묶어 놓은 끈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입니다 * 2018년 3월 5일 월요일입니다.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아침입니다.한 주의 시작 차분하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흔들리면 피는 꽃 _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2018년 3월 2일 금요일입니다.오늘은 절기상 정월대보름입니다.부럼과 오곡밥 드시고 둥근 보름달에 소원도 빌어보세요. 홍승환 드림

사랑법 _ 강은교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2018년 2월 28일 수요일입니다.바람이 없어 바람개비가 돌아가지 않는다면바람개비를 들고 앞으로 힘차게 뛰어나가면 됩니다.2월의 마지막 날 보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에게 _ 이해인

바람에게 이해인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한 날 너는 나의 어여쁜 위안이다. 바람이여 창문을 열면 언제라도 들어와 무더기로 쏟아내는 네 초록빛 웃음에 취해 나도 바람이 될까 근심 속에 저무는 무거운 하루일지라도 자꾸 가라앉지 않도록 나를 일으켜다오 나무들이 많이 사는 숲의 나라로 나를 데려가다오 거기서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겠다 삶의 절반은 뉘우침뿐이라고 눈물 흘리는 나의 등을 토닥이며 묵묵히 하늘을 보여준 그 한 사람을 꼭 만나야겠다. * 2018년 2월 27일 화요일입니다.일이 되게 하는 한 두가지 중요한 점을 찾아내는 사람이 프로입니다.핵심을 찾아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연필 깎는 시간 _ 김재진

연필 깎는 시간 김재진 마음속에서 누군가 속삭이듯 이야기할 때 있습니다. 사각거리며 걸어가는 눈 위의 발소리처럼 내 마음속의 백지 위로 누군가 긴 편지 쓸 때 있습니다. 한 쪽 무릎 세우고 뭔가를 깎아 보고 싶어 연필을 손에 쥡니다. 주전자의 물이 끓는 겨울 저녁 9시 유리창엔 김이 서립니다. 내 마음에도 김이 서립니다. 때로 몸이 느끼지 못하는 걸 마음이 먼저 느낄 때 있습니다. 채 깎지 않은 연필로 종이 위에 '시간'이라 써 봅니다. 좀더 크게 '세월'이라 써 봅니다. 아직도 나는 내게 허용된 사랑을 다 써버리지 않았습니다. * 2018년 2월 26일 월요일입니다.감기라는 친구가 딱붙어 떨어지질 않네요.건강 챙기시고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세요. 홍승환 드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_ 류시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2018년 2월 23일 금요일입니다.어떤 마음으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마련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