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1479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 _ 법정스님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 법정스님 저마다 자기의 일상생활이 있다. 자기의 세계가 있다. 그 일상의 삶으로부터 거듭 거듭 떨쳐버리는 출가의 정신이 필요하다. 머리를 깎고 산이나 절로 가라는 것이 아니라 비본질적인 것들을 버리고 떠나는 정신이 필요하다. 외롭다고 다른 탈출구를 찾으려는 버릇을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처럼 영혼의 투명성이 고이다가 사라져 버린다. 마음을 텅 비우고 무심히 지켜보는 시간이 없으면 삶의 탄력을 잃게 된다. * 2018년 1월 11일 목요일입니다.비우지 않으면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법입니다.비본질적인 것들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다시 _ 박노해

다시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그 자신이 새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있다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사람만이 희망이다 * 2018년 1월 9일 화요일입니다. 나 자신을 웃게 만들 수 있는 일을 찾는게 중요합니다.좋아하는 일을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 사람을 가졌는가 _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2018년 1월 8일 월요일입니다.정..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_ 정호승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_ 도종환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들판일수록 좋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한 장일수록 좋다. 누군가가 와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빛깔의 여백으로 가득 찬 마음, 그 마음의 한 쪽 페이지에는 우물이 있다. 그 우물을 마시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우물은 퍼내면 퍼낼수록 마르지 않고, 나누어 마시면 마실수록 단맛이 난다. 사랑은 가난할수록 좋다. 사랑은 풍부하거나 화려하면 빛을 잃는다. 겉으로 보아 가난한 사람은 속으로는 알찬 수확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너무 화려한 쪽으로 가려다 헤어진 사랑을 본다. 너무 풍요로운 미래로 가려다 갈라진 사랑을 본다. 내용은 풍요롭게, 포장은 검소해야 오래가는 사랑이다. * 2018년 1월 4일 목요일입니다.겨울다운 매콤한 공기의..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_ 이해인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 스치듯 빨리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지나가지요? 나이들수록 시간들은 더 빨리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건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 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 2018년 1월 3일 수요일입니다.같은 돌이라도 누군가에는 걸림돌이, 누군가에는 디딤돌이 됩니다.디딤돌을 딛고 일어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행복 _ 유치환

행복 유치환 사랑 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머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이 와선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도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곁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 2018년 1월 2일 화요..

새해에는 _ 임영준

새해에는 임영준 새해엔 모두 부자되게 하소서 돈벼락을 맞아 입원한 사람들을 문안하느라 정신없게 하여주소서 새해에는 다들 정치인이 되게 하소서 특정인 몇몇이 다 해먹는 삼류국이 아닌 일등나라 사람으로 자부심을 갖게 하소서 새해에는 사랑으로 넘치는 세상이게 하소서 콧대높은 여자도, 두 얼굴의 남자도 누구에게나 베푸는 약간은 에로틱한 사회가 되게 하소서 새해에는 시간이 느려터지게 하여 주소서 한해가 다섯해만큼이나 늘어져서 지루한 중년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친구녀석들의 푸념에 질리게하여 주소서 새해에는 이도 저도 이루어지지 못할거라면 그냥 지금 이대로 소시민으로 남게해 주소서 그것 뿐이외다. * 2017년 12월 29일 금요일입니다.다사다난했던 2017년이 이제 3일 남았습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2018..

반쯤 깨진 연탄 _ 안도현

반쯤 깨진 연탄 안도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한지 손을 뻗어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