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1431

급류 _ 오세영

급류                       오세영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때로 웃기고 때로 울리는 감정처럼어제런듯 화사하게 꽃피웠다가금세 싸늘해져 낙엽으로 내리는 대지의물.가능한 속내는겉으로 드러내지 않을수록 좋다.안으로, 안으로 모두어든든한 제방에 가두어 두어야 한다.그 수맥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감정 깊은 골은 언제인가 반드시무너져홍수를 일으키니까.  * 2024년 7월 15일 월요일입니다.출발선 보다는 목표지점이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포기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장작불 _ 백무산

장작불                        백무산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먼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늦게 붙는 놈은 마른 놈 곁에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마른 놈은 단단한 놈을 도와야 해단단한 놈일수록 늦게 붙으나옮겨 붙기만 하면 불의 중심이 되어탈 거야 그때는 젖은 놈도 타기 시작하지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몇 개 장작만으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장작은 장작끼리 여러 몸을 맞대지 않으면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여러 놈이 엉겨 붙지 않으면쓸모없는 그을음만 날 뿐이야죽어서도 잿더미만 클 뿐이야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 2024년 7월 12일 금요일입니다.나와 다른 걸 틀리다고 생각해선 안됩니다.다양성을 인정하는 하루 ..

줄다리기 _ 박상천

줄다리기                      박상천  줄다리기의 역설을 아는 이들은조급해 하지 않습니다.힘이 강한이가 힘을 쓴 만큼그들은 뒤로 물러 갑니다.물러가고서도 이겼다고 좋아 하지만그러나, 아시나요힘이 약해 끌려 간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강한 이들의 영토를 차지 하면서전진하고 있다는 것을줄다리기의 역설을 아는 이들은세상을, 조급한 마음으로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 2024년 7월 11일 목요일입니다.무엇이든 다르게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고정관념을 벗어나 현상을 다르게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7월, 여름편지 _ 이해인

7월, 여름편지                           이해인  움직이지 않아도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여름이 오면, 친구야우리도 서로 더욱뜨겁게 사랑하며기쁨으로 타오르는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산에 오르지 않아도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여름이 오면, 친구야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우는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고 했지?바닷가에 나가지 않아도파도소리가 마음을 흔드는여름이 오면, 친구야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매일을 출렁이는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여름을 좋아해서여름을 닮아가는 초록빛 친구야멀리 떠나지 않고서도삶을 즐기는 법을 너는 알고 있구나너의 싱싱한 기쁨으로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 2024년 7월 10일 수요일입니다.근본적인 걸 해결하..

동그라미와 직선 _ 고명

동그라미와 직선                                  고명  지루할거야 나무들은꽃을 피우는 일도 그만 신물이 날거야해마다 다른 꽃을 피울 수 있다면야몰라, 같은 빛깔 같은 모양게다가 환히 알고 있는 순서 그대로 헤어지는 일에도 이골이 났을거야가을엔 모두를 떠나보낸다지만잎이 떨어진 자리마다 어느새새봄을 감춰 놓고 있던 걸 아니야, 이별이 아니야겨울 한 철 떠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어손 흔들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어 때로는 나무처럼 살고 싶을 때도 있지만지나온 길 발자욱마다 다시 밟아같은 빛깔 같은 모양 되풀이 피울 바에야 헤쳐 가야겠다, 안개 속 외줄기 길아무도 밟지 않은 그 새벽길을아득히 끝을 보며 시작을 보며  * 2024년 7월 8일 월요일입니다.놀라운 아이디어는 보통 더 오래..

7월에 꿈꾸는 사랑 _ 이채

7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하찮은 풀 한 포기에도뿌리가 있고이름 모를 들꽃에도꽃대와 꽃술이 있지요아무리 작은 존재라 해도갖출 것을 다 갖춰야 비로소 생명인 걸요 뜨거운 태양 아래바람에 흔들리며 흔들리며소박하게 겸허하게 살아가는저 여린 풀과 들꽃을 보노라면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견딜 것을 다 견뎌야 비로소 삶인 걸요 대의만이 명분인가요장엄해야 위대한가요힘만 세다고 이길 수 있나요저마다의 하늘을 열고저마다의 의미를 갖는그 어떤 삶도 나름의 철학이 있는 걸요 어울려 세상을 이루는 그대들이여!저 풀처럼 들꽃처럼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그 무엇하나 넉넉하지 않아도이 하루 살아 있음이 행복하고더불어 자연의 한 조각임이 축복입니다  * 2024년 7월 5일 금요일..

개망초꽃 _ 안도현

개망초꽃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개망초꽃은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훗날 그 보잘 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 2024년 7월 4일 목요일입니다.후추는 살짝 치면 음식의 풍미를 높여주지만 과하면 모든 걸 덮어버립니다.적정량을 지키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길 _ 신경림

길                        신경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 내어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그늘을 ..

행복에게 _ 이해인

행복에게                       이해인  어디엘 가면 그댈 만날 수 있을까요누굴 만나면 그댈 보여 줄까요내내 궁리 하다가제가 찾기로 했습니다 하루 하루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일저무는 시간 속에서마음을 고요히 하고갯벌에 숨어 있는 조개를 찾듯두 눈을 크게 뜨고그대를 찾기로 했습니다 내가 발견 해야만빛나는 옷을 차려입고 사뿐히 날아올나의 그대 내가 길들여야만낯설지 않은 보석이 될나의 그대를  * 2024년 7월 2일 화요일입니다.새로운 시각을 얻고자 한다면 익숙함을 버려야 합니다.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별을 바라보며 _ 효림

별을 바라보며                              효림  한 일억 광년 정도 멀리 서서아예 저 광활한 우주 끝을 지나 그 너머에서여기 우리가 날마다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는 이 지구를반짝이는 작은 별로 바라보고 싶다 민들레가 피고 들국화가 피고그리고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또 누군가는 아픈 가슴으로 이별을 하고전쟁을 하고 사람이 죽고사연들이 그냥 반짝이는 빛으로만 보이겠지오늘밤 저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 나는 혹시 저 중의 별 하나에서 왔는지도 모른다그리고 그 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연들을여기에서 반짝이는 작은 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겠지  * 2024년 7월 1일 월요일입니다.한 해의 새로운 절반이 시작되었습니다.보람되고 다정한 여정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