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좋아하는시 52

4월의 꽃 _ 신달자

4월의 꽃 신달자 홀로 피는 꽃은 그저 꽃이지만 와르르 몰려 숨 넘어가듯 엉겨 피어 쌓는 저 사건 뭉치들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벚꽃 철쭉들 저 집합의 무리는 그저 꽃이 아니다 우루루 몰려 몰려 뜻 맞추어 무슨 결의라도 하듯이 그래 좋다 한마음으로 왁자히 필 때까지 피어보는 서럽고 억울한 4월의 혼령들 잠시 이승에 불러모아 한번은 화끈하게 환생의 잔치를 베풀게 하는 신이 벌이는 4월의 이벤트 * 2020년 4월 1일 수요일입니다. 코로나19가 마무리 되는 4월을 기대해 봅니다. 새로운 한 달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_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너와 나는 _ 이해인

너와 나는 이해인 돌아도 끝없는 둥근 세상 너와 나는 밤낮을 같이하는 두 개의 시계바늘 네가 길면 나는 짧고 네가 짧으면 나는 길고 사랑으로 못 박히면 돌이킬 수 없네 서로를 받쳐 주는 원 안에 빛을 향해 눈뜨는 숙명의 반려 한순간도 쉴 틈이 없는 너와 나는 영원을 똑딱이는 두 개의 시계바늘 * 2020년 3월 13일 금요일입니다. 코로나 펜데믹 선언으로 전 세계가 패닉 상태입니다. 치료제 개발, 확산세 감소 등 하루 빨리 상황이 개선되길 기원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홍승환 드림

겸손의 향기 _ 이해인

겸손의 향기 이해인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꽂히는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나보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 보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 포기의 난초를 가꾸듯 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올린 지혜의 맑은 물로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 겸손히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 2020년 3월 5일 목요일 경칩입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_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2020년 3월 3일 화요일입니다. 어려운 시간들은 함께 해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3월의 기도 _ 안성란

3월의 기도 안성란 날마다 부르는 노래에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잔잔히 흐르는 언어의 무대는 입술이 아니고 마음이게 하소서. 오랜 벗이 아니어도 반가운 표현을 할 줄 알고 미소 띤 얼굴에 마음의 향내가 풍기는 행복을 알게 하소서. 꽃이 있어 나비가 되고 벌이 있어 꿀이 되는 아름다운 이치를 깨달아 인연의 소중함을 따뜻이 안고 살게 하소서. 검은색이 싫다고 타인의 실수를 질책하기보다 하얀색을 좋아하는 자신의 착오로 오늘과 내일을 비교치 말게 하소서. * 2020년 3월 2일 월요일입니다. 정신없이 2월을 보내고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3월에는 봄과 좋은 소식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홍승환 드림

다시 피는 꽃 _ 도종환

다시 피는 꽃 도종환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나무는 다시 푸른 잎을 낸다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럽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 한 강물의 소리 알아듣고 물밑 가장 낮은 곳으로..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_ 유안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유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에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 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 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조차도 하지 않고 무시해 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 싶다. 유안진의 ˝그리운 말 ..

석련 _ 정호승

석련 정호승 바위도 하나의 꽃이었지요 꽃들도 하나의 바위였지요 어느 날 당신이 나를 찾은 후 나의 손을 처음으로 잡아주신 후 나는 한 송이 석련으로 피어났지요 시들지 않는 연꽃으로 피어났지요 바위도 하나의 눈물이었지요 눈물도 하나의 바위였지요 어느 날 당신이 나를 떠난 후 나의 손을 영영 놓아버린 후 나는 또 한 송이 석련으로 피어났지요 당신을 향한 연꽃으로 피어났지요 * 2020년 2월 21일 금요일입니다.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급증했습니다. 개인위생에 좀 더 신경 쓰시고 건강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눈 오는 날에 _ 김철기

눈 오는 날에 김철기 눈 오는 날 문밖으로 나가 내 가슴에 박혀 아픔을 주던 각진 돌들을 꺼내어 놓고 슬퍼해야 하는가 그럴 사람 나 뿐만은 아니겠지만 흩날리는 눈보라에 움츠려 접는 날개 눈 오려고 능선 오르는 바람 소리 목놓아 울부짖는 마음 어린 시간이 떼 지어 산너머 하늘을 지난다 눈 오면 발맞추어 함께 다닐 길 하얀 눈 쌓이는 더 깊은 사랑 더 뜨거워진 가슴에 그대 하얀 사랑을 차곡차곡 채워져 가는 내가 되고 싶다 * 2020년 2월 17일 월요일입니다. 어제부터 내린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바꿔놓았습니다. 하얗게 시작된 한 주, 알차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