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좋아하는시 52

사랑하는 법 하나 _ 이성신

사랑하는 법 하나 이성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마주쳐 마음 비춰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 갖고 싶다. 외로울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 2020년 2월 14일 금요일입니다. 말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입니다. 머리 속의 생각들을 몸으로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실천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거울 _ 이상

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 2020년 2월 12일 수요일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운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상냥함, 즐거움, 존경, 감사로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반지 _ 이해인

반지 이해인 약속의 사슬로 나를 묶는다 조금씩 신음하며 닳아 가는 너 난초 같은 나의 세월 몰래 넘겨 보먀 가늘게 한숨 쉬는 사랑의 무게 말없이 인사 건네며 시간을 감는다 나의 반려는 잠든 넋을 깨우는 약속의 사슬 * 2020년 2월 7일 금요일입니다. 아이디어는 보고 듣고 읽고 경험한 것들에서 나옵니다.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읽고 경험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밤편지 _ 김남조

밤편지 김남조 편지를 쓰게 해다오 이날의 할 말을 마치고 늙도록 거르지 않는 독백의 연습도 마친 다음 날마다 한 구절씩 깊은 밤에 편지를 쓰게 해다오 밤 기도에 이슬 내리는 적멸을 촛불빛에 풀리는 나직히 습한 樂曲들을 겨울 枕上에 적시이게 해다오 새벽을 낳으면서 죽어가는 밤들을 가슴 저려 가슴 저려 사랑하게 해다오 세월이 깊을수록 삶의 달갑고 절실함도 더해 젊어선 가슴으로 소리내고 이 시절 골수에서 말하게 되는 걸 고쳐 못쓸 유언처럼 기록하게 해다오 날마다 사랑함은 날마다 죽는 일임을 이 또한 적어두게 해다오 눈 오는 날엔 눈발에 섞여 바람 부는 날엔 바람결에 실려 땅 끝까지 돌아서 오는 영혼의 밤외출도 후련히 털어놓게 해다오 어느 날 밤은 나의 편지도 끝날이 되겠거니 가장 먼 별 하나의 빛남으로 종지부..

휘파람을 불어다오 _ 유안진

휘파람을 불어다오 유안진 이 허황된 시대의 한구석에 나를 용납해 준 너그러움과 있는 나를 없는 듯이 여기는 괄시에 대한 보답과 분풀이로 가장 초라하여 아프고 아픈 한 소절의 노래로 오그라들고 꼬부라지고 다시 꺾어들어서 노래 자체가 제목과 곡조인 한 소절의 모국어로 내 허망아 휘파람을 불어다오 * 2020년 1월 31일 금요일입니다. 신종 코로나에 대처하는 모습에서도 인간의 본성이 보입니다. 한 주의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존재의 빛 _ 김후란

존재의 빛 김후란 새벽별을 지켜본다 사람들아 서로 기댈 어깨가 그립구나 적막한 이 시간 깨끗한 돌계단 틈에 어쩌다 작은 풀꽃 놀라움이듯 하나의 목숨 존재의 빛 모든 생의 몸짓이 소중하구나 * 2020년 1월 30일 목요일입니다. 돌계단 틈의 작은 풀꽃도 소중한 생명입니다. 존재의 빛을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길 _ 윤동주

길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2019년 12월 12일 목요일입니다. 세상은 점점 나만 아는 것들이 점점 없어집니다. 공유와 효율을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말의 빛 _ 이해인

말의 빛 이해인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 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 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없는 청청한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 * 2019년 11월 1일 금요일입니다. 다른 이에게 하는 말을 항상 자신에게 하는 말로 바꿔보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용납될 수 없는 말을 다른 이에게 하는 실수를 범해선 안되겠습니다. 11월의 첫 날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우리가 어느 별에서 _ 정호승

우리가 어느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는 별에서 만났기에이토록 서로 그리워 하느냐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 하였기에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우리가 어는 별에서 잠들었기에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뜨기 전에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저문 바닷가에 홀로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어느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 2018년 12월 13일 목요일입니다.흰 눈이 내리는 겨울 아침입니다.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말과 침묵 _ 이해인

말과 침묵 이해인 말을 할 때 마다 쓸쓸함이 깊어가는 것은 내가 아직 어리석기 때문일까 마음 속 고요한 말을 꺼내 가까운 이들에게 소리로 건네어도 돌아오는 것은 낯선 메아리뿐 말을 하는 사이에 조금씩 빠져나간 내 꿈의 조각들은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말을 거듭할수록 목이 말라 찾아오는 침묵의 샘 이곳에 오래 머물러야 나는 비로소 맑고 고운 말 한 마디가 내 안에 찰랑이는 소리를 듣네 * 2018년 10월 24일 수요일입니다.때로는 백마디의 말보다 침묵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침묵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