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바깥에 갇히다 _ 정용화

시 쓰는 마케터 2022. 10. 26. 08:58

 

 

바깥에 갇히다

 

                            정용화

 

 

우리 집 현관문에는 번호키가 달려있다.

세 번, 비밀번호를 잘못 누르면

가차 없이 문이 나를 거부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지갑도 휴대폰도 없이 제대로 바깥에 갇히고 말았다.

 

안과 밖이 전도되는 순간

열리지 않는 문은 그대로 벽이 된다.

 

계단에 앉아있는 30분 동안

겨울이 왔다.

 

바람은 골목을 넓히려는 듯 세차게 불고

추위를 모르는 비둘기는

연신 모이를 쪼아댄다.

 

내 것이면서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이

어디 문뿐이겠는가

낡을 대로 낡아버린 현수막이

바깥에 갇힌 나를 반성도 없이 흔든다.

 

걸터앉은 계단이

제멋대로 흩어지는 길 위의 낙엽이

새들이 자유롭게 풀어놓은 허공이

나를 구속하고 있는 바깥이라니!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나는 지금 바깥이다.

 

 

* 2022년 10월 26일 수요일입니다.

때로는 안과 밖의 구분이 모호해 질 수 있습니다.

바깥에 갇히는 일이 없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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