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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여름 _ 청연

어머니의 여름 청연 밭이랑 뒤로하고 발걸음 바쁘셔라 햇살을 탐하더니 단맛이 베었다며 빨간볼 돌복숭아를 한소쿠리 따셨네 모깃불 풀연기가 평상을 날아돌면 여름밤 달빛아래 옥수수 감자익어 속살이 툭툭 터지는 가마솥을 여시네 울타리 주렁주렁 조롱박 매어달고 텃밭은 물감풀어 수채화 그리셨네 땡볕에 어머니 정성 가을꿈이 자란다 * 2023년 7월 19일 수요일입니다. 이른 여름부터 폭우 뒤에 폭염입니다. 건강 챙기시고 시원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세월은 _ 조병화

세월은 조병화 세월은 떠나가면서 기쁨보다는 슬픔을 더 많이 남기고 갑니다 봄 여름이 지나가면서 가을을 남기고 가듯이 가을이 지나가면서 겨울을 남기고 가듯이 만남이 지나가면서 이별을 남기고 가듯이 사랑이 지나가면서 그리움을 남기고 가듯이 아, 세월 지나가면서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빈 자리를 남기고 갑니다 * 2023년 7월 18일 화요일입니다. 느린 것을 걱정하지 말고 멈추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멈추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물방울 송곳 _ 안효희

물방울 송곳 안효희 하수구를 내려온 물들이 배관 속의 질서를 벗어난 물들이 똑똑똑 시간을 배분하여 떨어진다 석고보드 벽면을 타고 흐르던 은밀한 꿈이 초록빛 곰팡이꽃을 피운다 하릴없는 후회와 반성으로 끌끌 혀를 차고 있을 때 꽃의 거대한 힘에 짓눌린 아랫집 벽이 무릎을 꿇는다 단절의 두려움이 무너진다 덩어리진 결핍이 톱질 당한다 수많은 부재를 흔들고 뒤집고 부수는 물방울은 송곳이다 떨어지는 물과 물의 사이를 떨어지는 시간과 시간의 사이를 하염없이 쿡쿡 찌르는 물방울은, 그리고 침묵하는 송곳은 전율하는 피뢰침이다 생각 열 하나의 반성과 생각 열 둘의 존재가 젖어 그렁그렁 넘치는 송곳은 언제나 정수리를 뚫는다 * 2023년 7월 17일 월요일 제헌절입니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

익숙해진다는 것 _ 고운기

익숙해진다는 것 고운기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 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가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 2023년 7월 14일 금요일입니다. 리더는 외부의 큰 파도에 당당하게 맞서줘야 합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옆모습 _ 안도현

옆모습 안도현 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으며 등 돌리고 밤새 울지도 않는다 나무는 사랑하면 그냥, 옆모습만 보여준다 옆모습이란 말 얼마나 좋아 옆모습, 옆모습 자꾸 말하다 보면 옆구리가 시큰거리잖아 앞모습과 뒷모습이 그렇게 반반씩 들어앉아 있는 거 당신하고 나하고는 옆모습을 단 하루라도 오래도록 바라보자 사나흘이라도 바라보자 * 2023년 7월 13일 목요일입니다. 변화를 하려면 생각을 정리하고 주변을 정리해야 됩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정리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숨비소리 _ 김종제

숨비소리 김종제 숨을 참고 있다가 입밖으로 몰아 쉬는 소리라서 새벽 안개를 닮았다 수선화를 닮았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새를 닮았다 물 속에서 땅 속에서 어머니를 뚫고 나오는 소리라서 그 빛깔이 고고하게 짙으니 미루나무의 잎을 닮았다 나비의 날개를 닮았다 사월의 바람을 닮았다 죽은 듯 숨어있다가 머리를 쑤욱 내밀고 제 존재를 드러내는 소리라서 우후죽순 풀을 닮았다 한 곳에서 나온 모태의 소리라서 얼굴이 친숙하게 서로 닮았다 살아있다고 고함치면서 해와 달을 뜨게 하고 별을 낳게 하는 저 숨비소리가 온 세상에 가득찼다 숨이 막혔다가 터졌다가 죽었다가 살았다가 뱃속에서부터 단박에 내질러 무덤속의 것들을 깨우는 소리다 * 2023년 7월 12일 수요일입니다. 제주해녀들의 숨비소리는 삶의 휘파람입니다. 참았던 숨을 ..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_ 유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유연 가장 중대한 장애는 두려움 가장 좋은 날은 오늘 가장 하기 쉬운 일은 결점을 찾는 것 가장 쓸모없는 재산은 자존심 가장 큰 실수는 포기하는 것 가장 큰 방해물은 이기주의 가장 큰 위안은 잘 끝낸 일 가장 불쾌한 사람은 불평만 하는 사람 가장 심각한 파산은 의욕상실 가장 큰 필요는 상식 가장 나쁜 감정은 타인의 성공에 대한 유감 가장 좋은 선물은 용서 가장 숭고한 순간은 죽음 가장 고귀한 지혜는 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 2023년 7월 11일 화요일입니다. 사람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습니다.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생각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행복은 성격순이다 _ 오정방

행복은 성격순이다 오정방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성격순이다 다른 사람보다 성격이 온화하면 성격이 원만하면 성격이 유순하면 조금 부족한 성적에 상관없이 평탄한 행복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행복은 성격순이지 성적순이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성격이 강퍅하면 성격이 험악하면 성격이 용렬하면 비록 화려한 성적을 가졌대도 행복한 인생의 길을 걸어갈 수 없다 * 2023년 7월 10일 월요일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성격은 얼굴에 보여집니다. 좋은 인상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햇빛 통조림 _ 안효희

햇빛 통조림 안효희 금정산성 남문 마을 내린 햇살이 참새 떼로 조잘거리는 햇살, 햇살 내 몸에 담는다 덜컹거리던 겨울, 풀잎 아래 묻고는 뭍으로 올라온 인어처럼 눕는다 길게 파릇파릇 오후가 쿡쿡 옆구리를 찌르자 바늘 같은, 유리 조각 같은 것 쑥쑥 빠져 나온다 발가락에서 발가락으로 배꼽에서 배꼽으로 퍼지는 간지러움 나른해지는 느낌표 같은 힘빼기! 봄은 경운기를 타고 들길을 돌고 온 몸 졸음으로 말랑말랑해지는 나는 햇빛, 햇빛 통조림! * 2023년 7월 7일 금요일입니다. 필요한 것들을 뭐든지 넣을 수 있는 통조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마음이 세상을 꽃피운다 _ 김광렬

마음이 세상을 꽃피운다 김광렬 나를 미워하기 시작하자 네가 끝없이 미워졌다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자 네가 한없이 사랑스러워졌다 너를 미워하기 시작하자 내 마음에 가시가 돋아났다 너를 사랑하기 시작하자 내 마음에 꽃이 피어났다 가시에 찔려 너는 허덕인다 꽃이 너를 아름답게 물들인다 내 마음은 늘 이렇게 끝과 끝을 오고간다 늘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늘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나는 가질 수 없는 것인가 내가 나를 사랑하자 세상이 세상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 2023년 7월 6일 목요일입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