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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비우는 삶 _ 이채

조금씩 비우는 삶 이채 손뼉 치며 웃을 일은 없었어도 가슴 쓰릴 눈물이 없었기에 하루의 기쁨이 있습니다 오라는 곳 없어도 마음 갈 곳 있기에 이틀이 외롭지 않습니다 땀으로 채울 노동과 휴식 할 수 있는 보금자리가 있기에 일주일이 행복합니다 잘되는 일은 없었어도 안되는 일도 없었기에 좋은 일은 없었어도 나쁜 일이 없었기에 삶은 보람으로 여물어갑니다 조금씩 마음을 비우면 삶은 행복으로 채워집니다 * 2023년 7월 5일 수요일입니다. 내려놓을 줄 알아야 채워지는 법입니다. 조금씩 비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시간 좀 꿔줄래요 _ 이미란

시간 좀 꿔줄래요 이미란 시간 좀 꿔 주실래요 오늘은 몹시나 당신과 함께인 시간이 그립고 그립답니다 지금 뭐하세요 혹시, 시간 좀 있으세요 밤 깊도록 안개길 헤쳐 나는 당신 찾아 헤매는데 보고픔으로 그리움으로 평생 갚아 드리리니 저축된 시간 있으시면 제게 조금만 꿔 주실래요 나의 정원에 가득한 꽃향기도 좋지만 오늘은 당신 이야기 꽃 향기가 더욱 그립답니다 손꼽아 그리운 시간 좀 꿔주실래요 * 2023년 7월 4일 화요일입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못 쓰면 항상 시간이 없는 법입니다. 미루지 말고 차근차근 해나가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7월 _ 안재동

7월 안재동 넓은 들판에 태양열보다 더 세차고 뜨거운 농부들의 숨결이 끓는다 농부들의 땀을 먹는 곡식 알알이 야물게 자라 가을걷이 때면 황금빛으로 찰랑거리며 세상의 배를 채울 것이다 그런 기쁨 잉태되는 칠월 우리네 가슴 속 응어리진 미움, 슬픔, 갈등 같은 것일랑 느티나무 가지에 빨래처럼 몽땅 내걸고 얄밉도록 화사하고 싱싱한 배롱나무 꽃향기 연정을 그대에게 바치고 싶다 * 2023년 7월 3일 월요일입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입니다. 새로운 한 달도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내 몸을 걸어가는 길 _ 유하

내 몸을 걸어가는 길 유하 길은 미래를 향해 뻗어있지만 그 길을 만든 건 추억이었다 길은 속도를 위해 존재해 왔다 하지만 추억의 몸인 그 길은 자꾸 속도의 바깥으로 나를 끄집어내곤 했다 실연의 신발은 속도를 갈망했고 사랑의 신발은 정지를 찬양했다 바뀐 사랑을 이끌고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새로운 추억은 그보다 오래된 추억을 지웠고 가까운 미래는 더 먼 미래를 지웠다 하여 미래와 추억은 어느 순간 길 위에서 만났다 난 이미 낡아버린 신발로 미래를 추억하였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그 길은 내 암흑의 내부를 걷기 시작했고 비 내리는 내 기억들의 필름이 몸을 풀어 길의 미래가 되어주었다 * 2023년 6월 30일 금요일입니다. 정답만 제공하는 것보다는 근거와 이유를 설명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한 해의 절반 잘 ..

그저 그렇게 _ 이정하

그저 그렇게 이정하 살아 있는 동안 또 만나게 되겠지요 못 만나는 동안 더러 그립기도 하겠지요 그러다가 또 무덤덤해지기도 하겠지요 살아가는 동안 어찌, 갖고 싶은 것만 갖고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나요 그저 그렇게 그저 그렇게 사는 거지요 마차가 지나간 자국에 빗물이 고이듯 내 삶이 지나온 자국마다 슬픔이 가득 고였네 * 2023년 6월 29일 목요일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보다는 항상 왜 하는 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선 순위를 확인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밑줄 _ 신지혜

밑줄 신지혜 바지랑대 높이 굵은 밑줄 한 줄 그렸습니다 얹힌 게 아무것도 없는 밑줄이 제 혼자 춤춥니다 이따금씩 휘휘 구름의 말씀뿐인데, 우르르 천둥 번개 호통뿐인데, 웬걸? 소중한 말씀들은 다 어딜 가고 밑줄만 달랑 남아 본시부터 비어 있는 말씀이 진짜라는 말씀, 조용하고 엄숙한 말씀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인지요 잘 삭힌 고요, 空의 말씀이 형용할 수 없이 깊어, 밑줄 가늘게 한 번 더 파르르 빛납니다 * 2023년 6월 28일 수요일입니다. 오래 된 책 속에서 밑줄을 그은 곳들을 발견합니다. 공감과 감동으로 밑줄을 긋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등 _ 서안나

등 서안나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내 몸에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우주처럼 넓은 내 몸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 보지 못하는 내가 살고 있다 * 2023년 6월 27일 화요일입니다. 무엇이든 해결하려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하기 싫은 것들을 시작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비 내리는 날 _ 양현근

비 내리는 날 양현근 미운 이름도 고운 이름도 잊어버리는 날 여름산 넉넉히 풀어지는 낮은 목소리의 비가 내리면 나도 비처럼 조용히 가라앉고 싶다 흩어지고 넘어져 어느 한 줌 강어귀 적시는 무심함이고 싶다 울먹임 치렁한 모래톱 뻘내음 흥건히 젖으라, 적시라. * 2023년 6월 26일 월요일입니다. 중요한 것을 전달하고 얻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합니다. 비효율과 오류를 줄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휴식 _ 원성스님

휴식 원성스님 모진 하루에 쫓겨 미루어 놓았던 일을 거두고 시간에 얽매여 조급한 삶의 줄다리기를 잠시 늦추고 언어의 전쟁에 시달린 복잡한 머릿속을 비워내고 걱정거리에 지친 번뇌 망상을 던져 버리고 끈질긴 집착에 타 들어가는 내 안의 욕심들을 날려보내고 무거운 옷에 힘들었던 아상(我相)의 에고를 벗어 던지고 기나긴 그리움에 가슴 아팠던 가녀린 감정들을 지워 버리고 저지른 죄에 상처 입은 그늘진 상념을 지워 버리고 저지른 죄에 상처 입은 그늘진 상념을 묻어 버리고 한낮 햇살 아래 휴식. * 2023년 6월 23일 금요일입니다. 나를 중심으로 한 생각은 자칫 아상(아집)으로 나타납니다. 고통의 근본인 아상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푸른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_ 배한봉

푸른 힘이 은유의 길을 만든다 배한봉 바람이 불고 잎들이 뒤척거린다 그 아래 잎들의 신음이 쌓여 그림자가 얼룩지고 있다 산책나온 아침, 눈이 동그래진다 나뭇잎에 허공 길이 뚫리고 거기 헛발 디딘 햇빛 금싸라기를 쏟아 세상이 다 환해진다 아, 나뭇잎 허공 벌레먹은 이 자리가 우화를 기다리는 은유의 길이라니 허공에 빠진 내 생각을 뜯어 먹으며 또 살찐 벌레 한 마리 지나간다 * 2023년 6월 22일 목요일입니다. 강한 요소가 엑셀 역할을 약한 요소가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적절히 사용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