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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하면서 _ 김귀녀

청소를 하면서 김귀녀 무릎을 꿇고 걸레질 한다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고 상처로 얼룩진 마음 구석구석 말끔하게 걸레질 한다 앙금으로 남아있던 욕망의 뿌리 얼룩으로 진득거렸던 삶의 찌꺼기 물기 머금은 부드러운 걸레로 박박 닦는다 어두운 세상 그늘진 곳에서 새순처럼 돋아나던 근심의 잔뿌리 아직도 뽑아내지 못한 교만의 쓴 뿌리 실꾸리 엉키듯 얼키설키 꼬여서 내 안에 나를 흔들며 시름 산을 만들던 부질없는 것들 힘껏 닦아낸다 * 2023년 6월 5일 월요일입니다. 하지 못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게으름입니다. 움직이고 시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지워지지 않는 것 _신석종

지워지지 않는 것 신석종 살면서 지켜봤더니 하늘은, 태양 하나를 띄웠다가 지우는 걸로 하루를 다 보내면서도 행복해 하더군 쳐다만 보아도 알 수 있지 나는 어쩌다가 얼굴 하나 떠올렸다가 종일토록 지우지 못하여 하루의 끝을 부여잡고 이렇게 진을 빼는지 지금 내 앞을 걷는 저 사람을, 무작정 따라 가고 싶다 * 2023년 6월 2일 금요일입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을 줍니다. 늘 시간이 없다면 일의 순서나 방법을 다시 고민할 때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유월에 _ 나태주

유월에 나태주 말없이 바라 보아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때때로 옆에 와 서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합니다 산에 들에 하이얀 무찔레꽃 울타리에 넝쿨장미 어우러져 피어나는 유월에 그대 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는 황홀합니다 그대 생각 가슴 속에 안개되어 피어오름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가득합니다 * 2023년 6월 1일 목요일입니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건강하고 즐거운 한 달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햇살에게 _ 정호승

햇살에게 정호승 이른 아침에 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 하루 종일 찬란하게 비춰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3년 5월 31일 수요일입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볼 줄 알아야 발전이 있는 법입니다. 인정하고 개선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음 비우기 _ 박현자

마음 비우기 박현자 옷장 정리를 한다 장농속 여러 해 동안 잠자고 있던 철 지난 쉐타 아이 어렸을 적 옷가지를 꺼내며 꼼팡내 묻은 옛날 돌아본다. 아이들 어렸을 땐 그래도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던 꿈 어느새 중년이 된 여자는 잃어버린 꿈 찾아 숨이 차지만 세월은 모든 걸 버리라 한다. 유행 지난 옷가지며 아이들 소품 자질구레한 욕심과 골동품인양 껴안고 있는 헛된 꿈까지도 어느 날 여자는 옷장정리를 하며 풍선처럼 팽팽하던 아집을 과감하게 버리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있다. * 2023년 5월 30일 화요일입니다. 6개월 동안 입지 않은 옷은 계속 안 입는 법입니다. 과감하게 정리하고 비우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_ 도종환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들판일수록 좋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한 장일수록 좋다. 누군가가 와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빛깔의 여백으로 가득 찬 마음, 그 마음의 한쪽 페이지에는 우물이 있다. 그 우물을 마시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우물은 퍼내면 퍼낼수록 마르지 않고, 나누어 마시면 마실수록 단맛이 난다. 사랑은 가난할수록 좋다. 사랑은 풍부하거나 화려하면 빛을 잃는다. 겉으로 보아 가난한 사람은 속으로는 알찬 수확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내용은 풍요롭게, 포장은 검소해야 오래 가는 사랑이다. * 2023년 5월 26일 금요일입니다. 겉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담담하지만 알찬 관계를 맺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사랑은 가슴에 나무를 심는 것 _ 박노해

사랑은 가슴에 나무를 심는 것 박노해 사랑은 가슴에 나무를 심는 것 화분 하나 들여놓는 것이 아니다 시들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내 몸속에 나무를 심는 것 그 사랑 떠나는 날 내 심장이 뽑히고 한 세계가 뽑히고 깊은 심연에 구명이 뚫리고 그 구멍 뚫린 어둠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고 긴 탄식이 흐르는 아 나는 사랑을 했어라 내 안에 나무를 심었어라 사랑의 나무를 심었어라 사랑은 내 몸속에 나무를 심는 것 내가 죽어도 나를 거름 삼아 커나가는 아, 사랑은 내 심장에 나무를 심는 것 * 2023년 5월 24일 수요일입니다. 긍정이 필요할 때와 부정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입니다. 천성이 부정인 사람들을 멀리 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배경이 되다 _ 천양희

배경이 되다 천양희 새벽이 언제 올 지 몰라 모든 문 다 열어놓는다고 그가 말했을 때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나에게만 중요한 게 무슨 의미냐고 내가 말했을 때 어둠을 물리치려고 애쓴다고 그가 말했다 생각의 끝은 늘 단애라고 그가 말했을 때 꽃은 나무의 상부에 피는 것이라고 내가 말했다 세상에 무늬가 없는 돌은 없다고 내가 말했을 때 나이테 없는 나무는 없다고 그가 말했다 바람이 고요하면 물결도 편안하다고 그가 말했을 때 산은 강을 넘지 못한다고 내가 말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때 우리는 서로의 배경이 되었다 * 2023년 5월 23일 화요일입니다. 때로는 배경으로 인해 주인공이 더 돋보이게 됩니다. 멋진 배경의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음 그 풀밭에 _ 나희덕

마음 그 풀밭에 나희덕 누군가 손대지 않음으로써 일구어 놓았나 스스로 무성해진 풀밭 두려움도 없이 나는 풀을 벤다 낫이 움직이면서 내 속에 자란 풀을 먹어치운다 풀을 베어낸 자리마다 흙이 상처처럼 검붉다, 부질없이 부질없이 옮겨 심을 무엇이 더 남아 있다는 것일까 드러난 흙이 뿌리를 삼키기 위해 입을 벌리듯 나의 탐식은 풀밭 위를 달린다 풀은 왜 늙으면서 질겨지는가 가벼워지는가 두려움도 없이 나는 풀을 벤다 마음, 그 풀밭에 불을 놓는다 풀뿌리는 끝내 타지 않는다. * 2023년 5월 22일 월요일입니다. 중요한 건 꺾였어도 그냥 하는 마음입니다. 가능성을 지속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