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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잖아요 _ 이정하

내가 웃잖아요 이정하 그대가 지금 뒷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언젠가는 돌아오리라는 것을 믿기에 나는 괜찮을 수 있지요. 그대가 마시다가 남겨 둔 차 한 잔 따스한 온기로 남아 있듯이 그대 또한 떠나 봤자 마음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을 수 있지요. 가세요 그대, 내가 웃잖아요. 너무 늦지 않게 오세요. * 2023년 8월 2일 수요일입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많이 웃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물길 _ 김광규

물길 김광규 언젠가 왔던 길을 누가 물보다 잘 기억하겠나 아무리 재주껏 가리고 깊숙이 숨겨 놓아도 물은 어김없이 찾아와 자기의 몸을 담아 보고 자기의 깊이를 주장하느니 여보게 억지로 막으려 하지 말게 제 가는 대로 꾸불꾸불 넓고 깊게 물길 터 주면 고인 곳마다 시원하고 흐를 때는 아름다운 것을 물과 함께 아니라면 어떻게 먼 길을 갈 수 있겠나 누가 혼자 살 수 있겠나 * 2023년 8월 1일 화요일입니다. 흐르는대로 가는 게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부자연스러운 것들을 정리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눈 위에 쓴 시 _ 류시화

눈 위에 쓴 시 류시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 쓰고 누구는 자취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눈이 녹아 버리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 2023년 7월 31일 월요일입니다. 귀를 열면 마음도 열리는 법입니다. 주변을 괴롭히는 아집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술에 취한 바다 _ 이생진

술에 취한 바다 이생진 城山浦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더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가다 술에 더 약하다 * 2023년 7월 28일 금요일입니다. 좋은 기운이 좋은 운을 부르는 법입니다. 스스로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달팽이의 꿈 _ 이윤학

달팽이의 꿈 이윤학 집이 되지 않았다 도피처가 되지도 않았다 보호색을 띠고 안주해버림이 무서웠다 힘겨운 짐 하나 꾸리고 기우뚱 기우뚱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얼굴을 내밀고 살고 싶었다 속살을 물 위에 싣고 춤추고 싶었다 꿈이 소박하면 현실은 속박쯤 되겠지 결국은 힘겨운 짐 하나 벗으러 가는 길 희망은 날개로 흩어진 미세한 먹이에 불과한 것이다 최초의 본능으로 미련을 버리자 또한 운명의 실패를 감아가며 덤프 트럭의 괴력을 흉내라도 내자 아니다 아니다 그렇게 쉬운 것은 물 속에 잠겨 있어도 늘 제자리는 안될걸 쉽게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까? 입으로 깨물면 부서지고 마는 연체의 껍질을 쓰고도 살아갈 수 있다니 * 2023년 7월 27일 목요일입니다. 쌓이는 일들은 대부분 하지 않는 것이지 못하는 게 아닙니다. ..

정성껏 살아간다는 것은 _ 이해인

정성껏 살아간다는 것은 이해인 바쁨 속에도 기쁨과 평화가 있다 유순한 마음, 좋은 마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일을 할 때는 정신없이 바빠도 짜증이 나지 않고 즐겁다 나의 삶이 노래가 된다는 것은 그럭저럭 시간을 메우는 데 있지 않고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여 정성껏 살아가는 데 있다 * 2023년 7월 26일 수요일입니다. 정성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끔은 _ 서정윤

가끔은 서정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그대 속에 빠져 그대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그대를 찾기에 지쳐 있다 하나는 이미 둘을 포함하고 둘이 되면 비로소 열림과 닫힘이 생긴다 내가 그대 속에서 움직이면 서로를 느낄 수는 있어도 그대가 어디에서 나를 보고 있는지 알지 못해 허둥댄다 이제 나는 그대를 벗어나 저만큼 서서 보고 있다 가끔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다 * 2023년 7월 25일 화요일입니다. 가끔은 거리를 두고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꽃 _ 김춘수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2023년 7월 24일 월요일입니다. 완벽한 기회보다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무엇이든 시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름다운 순간들 _ 이해인

아름다운 순간들 이해인 마주한 친구의 얼굴 사이로 빛나는 노을 사이로 해 뜨는 아침 사이로 바람은 우리들 세계의 공간이란 공간은 모두 메꾸며 빈자리에서 빈자리로 날아다닌다. 때로는 나뭇가지를 잡아 흔들며 때로는 텅 빈 운동장을 돌며 바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이 아름다운 바람을 볼 수 있으려면 오히려 눈을 감아야 함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다. * 2023년 7월 21일 금요일입니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