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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_ 박노해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박노해 알려지지 않았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별은 뜨고 꽃은 핀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의 일을 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의 길을 간다 * 2021년 3월 16일 화요일입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지켜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상식과 기본을 지키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속도 _ 이원규

속도 이원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일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 뿐 그들은 서로 마주친 적도 없다 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왜 백 미터를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 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 마침내 비닐하우스 속에 온 지구를 구겨 넣고 계시는, 스스로 속성재배 되는지도 모르시는 인간은 그리하여 살아도 백 년을 넘지 못한다 * 2021년 3월 15일 월요일입니다. 길게 볼 때는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방향인 지 고민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구름 _ 이성선

구름 이성선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 2021년 3월 12일 금요일입니다. 오후 비 소식이 있는 구름이 잔뜩 낀 아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좋겠다 _ 백창우

좋겠다 백창우 끝까지 다 부를 수 있는 노래 몇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 시 한 편씩 들려주는 여자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안 가는 예쁜 시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몹시 힘들 때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 재워 줄 착한 아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바람을 노래할 때 그 바람 그치기를 기다려 차 한 잔 끓여 줄 고운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 2021년 3월 11일 목요일입니다.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을 이루는 법입니다. 작은 것들에 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차 한잔의 추억 _ 박현진

차 한잔의 추억 박현진 기억의 저편에 있는 그를 생각 할 때마다 고이는 그리움 접어 테이블 한 편에 올려 놓고 그를 닮은 진한 커피 향에 잠시 취해본다. 아침이 깨어나는 시간 깊어가는 그리움도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같이 사랑의 향기 그윽하다. 잔잔한 선율에 마음 실어 추억의 그림자 먼 길 여행을 떠난다. 꽃 비 내리는 아침 투명한 기억을 타서 차 한잔 마셔본다. * 2021년 3월 10일 수요일입니다. 일을 어렵게 만들기는 쉽지만, 일을 쉽게 만들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일을 쉽게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 _ 신혜림

아침 신혜림 새벽이 하얀 모습으로 문 두드리면 햇살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부산스럽기만 하다. 나들이를 꿈꾸며 이슬로 세수하는 꽃들 밤을 새운 개울물 지치지도 않는다 배부른 바람 안개를 거둬들이며 눈부시게 하루의 문을 연다 * 2021년 3월 9일 화요일입니다.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협업의 시작입니다. 함께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해마다 봄이 되면 _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2021년 3월 8일 월요일입니다. 새로움이 없다면 발전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한 주 힘차게..

좋은 말이 사람을 키웁니다 _ 이해인

좋은 말이 사람을 키웁니다 이해인 어떤 상황에서 누가 강한 불만을 토로하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우린 잘 모르잖아요.˝ 라고 조심스레 대꾸해 보고, 늘 자신을 비하하며 한탄하는 이들에겐 ˝걱정 마시고 힘을 내세요. 곧 좋아질 거예요.˝ 라고 위로의 표현을 해 봅니다. "싫다, 지겹다"는 말을 자꾸 되풀이하면 실제로 지겨운 삶이 될 테니 우선 말이라도 그 반대의 표현을 골라서 연습하다 보면 그 좋은 말이 우리를 키워 주는 걸 경험하게 된다고 감히 경륜 쌓인 교사처럼 친지들에게 일러 주곤 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나의 잘못이나 허물을 지적 받았을 때도 변명을 앞세우기보다는 일단 고맙다, 죄송하다는 말부터 먼저 하고 나면 마음이 자유롭고 떳떳해지는 승리감을 맛보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려 줍니다. * 2..

꽃 _ 안도현

꽃 안도현 누가 나에게 꽃이 되지 않겠느냐 묻는다면 나는 선뜻 봉숭아꽃 되겠다 말하겠다. 꽃이 되려면 그러나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겠지. 꽃봉오리가 맺힐 때까지 처음에는 이파리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세상 속으로 내밀어보는 거야. 햇빛이 좋으면 햇빛을 끌어당기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흔들어보고 폭풍우 몰아치는 밤도 오겠지 그 밤에는 세상하고 꼭 어깨를 걸어야 해. 사랑은 가슴이 시리도록 뜨거운 것이라고 내가 나에게 자꾸 말해주는 거야. 그 어느 아침에 누군가 아, 봉숭아꽃 피었네 하고 기뻐하면 그이가 그리워하는 모든 것들의 이름을 내 몸뚱아리 짓이겨 불러줄 것이다. * 2021년 3월 4일 목요일입니다. 봉숭아꽃잎으로 새끼손가락을 물들였던 어린 시절이 기억나네요. 세상하고 어깨를 꼭 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