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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_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_ 김현태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김현태 언제부턴가 혼자라는 사실이 괜히 서글프게 느껴진다면 그건 때가 온 것이다 사랑을 할 때가 온 것이다 꽃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고 바다가 바다보다 더 외롭게 보이고 모든 사람이 아픈 그리움으로 보일 때 사랑은 밀물처럼 마음을 적시며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다 사랑을 하려면 먼저, 자연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물 속에 핀 어린 나무의 그림자를 사랑해야 하고 하늘을 들었다, 놨다 하는 새들을 사랑해야 한다 파도를 일으키는 구름들을 사랑해야 한다 홀로 선 소나무는 외롭다 그러나 둘이 되면 그리운 법이다 이젠 두려워 마라 언젠가 찾아와 줄지도 모르는 그런 사랑을 위해 마음을 조금씩 내어주면 되는 것이다 * 2021년 1월 26일 화요일입니다. 혼자서는 빨리 갈 수 있지만 여럿..

말의 힘 _ 황인숙

말의 힘 황인숙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사랑하는. 소중한. 달린다. 비! 머릿속에 가득 기분 좋은 느낌표를 밟아보자. 느낌표들을 밟아보자. 만져보자. 핥아보자. 깨물어보자. 맞아보자. 터뜨려보자! * 2021년 1월 25일 월요일입니다. 말하는대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긍정의 언어들로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알게 될 때쯤 _ 이정하

알게 될 때쯤 이정하 사랑은 추상형이어서 내 가지고 있는 물감으로는 그릴 수가 없었네. 수년이 지나 사랑에 대해 희미하게 눈뜰 때 그때서야 알 수 있었네. 사랑은, 물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으로 그리는 것. 언제나 늦었네. 인생이란 이렇구나 깨닫게 되었을 때 남은 생은 얼마 되지 않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은 곁에 없었네. 사랑이라 깨달았을 때 이미 그는 저만치 가고 없네. * 2021년 1월 22일 금요일입니다. 어떤 일이던 어려워서 하지 못하는 것보다 하지 않아서 어려워지는 게 많은 법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소금 _ 류시화

소금 류시화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 다는 것을 * 2021년 1월 21일 목요일입니다. 말과 글은 그 사람의 마음이 반영되기 마련입니다. 선한 마음의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 사랑에 대해 쓴다 _ 유하

그 사랑에 대해 쓴다 유하 아름다운 시를 보면 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 빛 열매를 낳은 능금나무처럼 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 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 점화된 성냥불빛 같았던 시절들, 뒤돌아보면 그 사랑을 손으로 빚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많은 열정의 몸짓들을 낳았던 걸까 그녀를 기다리던 교정의 꽃들과 꽃의 떨림과 떨림의 기차와 그 기차의 희망, 내가 앉았던 벤치의 햇살과 그 햇살의 짧은 키스 밤이면 그리움으로 날아가던 내 혀 속의 푸른 새 그리고 죽음조차도 놀랍지 않았던 나날들 그 사랑을 빚고 싶은 욕망이 나를 떠나자 내 눈 속에 살던 그 모든 풍경들도 사라졌다 바람이 노을의 시간을 거두어 가면 능나무 열매의 환한 빛도 꺼지듯 * 2021년 1월 20일 수..

별 _ 류시화

별 류시화 별은 어디서 반짝임을 얻는 걸까 별은 어떻게 진흙을 목숨으로 바꾸는 걸까 별은 왜 존재하는 걸까 과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원자들의 핵융합 때문이라고 목사가 말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증거라고 점성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수레바퀴 같은 내 운명의 계시라고 시인은 말했다, 별은 내 눈물이라고 마지막으로 나는 신비주의자에게 가서 물었다 신비주의자는 별 따위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 차라리 네 안에 있는 별에나 관심을 가지라고 그 설명을 듣는 동안에 어느새 나는 나이를 먹었다 나는 더욱 알 수 없는 눈으로 별들을 바라본다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인도의 어떤 노인처럼 명상할 때의 고요함과 빵 한 조각만으로 만족하는 것 내가 가장 싫어하는 ..

단추를 달듯 _ 이해인

단추를 달듯 이해인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고 있는 나의 손등 위에 배시시 웃고 있는 고운 햇살 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 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 산다는 일은 끊임 없이 새 옷을 갈아 입어도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듯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 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 하나의 단추를 달듯 제자리를 찾으며 살아야겠네 보는 이 없어도 함부로 살아 버릴 수 없는 나의 삶을 확인하며 단추를 다는 이 시간 그리 낯설던 행복이 가까이 웃고 있네 * 2021년 1월 18일 월요일입니다. 출근길 폭설 예보가 빗나갔지만 하루 종일 눈소식이 있다고 하네요.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노래 _ 김혜정

아침의 노래 김혜정 희미한 여명으로 깨어나는 새벽의 부산스러움에 풀잎마다 맺힌 맑은 이슬방울 아침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요동치며 다가오는 숲은 상큼한 공기를 가르고 긴 머리카락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바람은 솔잎 향기 담아오는 산들바람의 향기 어린 손길 풋풋한 정으로 향내 껴안은 잎새는 싱그러운 기쁨으로 빛이 난다 저만치 신비스러운 광명으로 떠오르는 햇살 한줌에 해맑은 이슬 꽃으로 피어나는 아침은 찬란한 아름다움이다 * 2021년 1월 14일 목요일입니다. 미래란 모르는 자에겐 두려움이고 아는 자에겐 즐거움입니다. 아는 것들에 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향기 _ 이해인

아침의 향기 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 2021년 1월 12일 화요일입니다. 오늘 오후부터는 동장군의 기세가 누그러진다고 하네요. 환절기, 건강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