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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 말씀 _ 박노해

우리 할머니 말씀 박노해 어린 날 글자도 모르는 우리 할머니가 그랬지 아가, 없는 사람 험담하는 곳엔 끼지도 말그라 그를 안다고 떠드는 것만큼 큰 오해가 없단다 그이한테 숨어있는 좋은 구석을 알아보고 토닥여 주기에도 한 생이 너무 짧으니께 아가, 남 흉보는 말들엔 조용히 자리를 뜨거라 * 2021년 4월 27일 화요일입니다. 뒤에서 흉보는 것보다는 앞에서 잘못을 지적해 주는 게 낫습니다. 잘못을 바탕으로 발전이 있는 법이니까요. 발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의 하늘은 _ 이해인

나의 하늘은 이해인 그 푸른 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몹시 갑갑하고 울고 싶을 때 문득 쳐다본 나의 하늘이 지금은 집이 되고 호수가 되고 들판이 된다 그 들판에서 꿈을 꾸는 내 마음 파랗게 파랗게 부서지지 않는 빛깔 하늘은 희망을 고인 푸른 호수 나는 날마다 희망을 긷고 싶어 땅에서 긴 두레박을 하늘까지 낸다 내가 물을 많이 퍼가도 늘 말이 없는 하늘 * 2021년 4월 26일 월요일입니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아침입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 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음의 길 _ 김재진

마음의 길 김재진 마음에도 길이 있어 아득하게 멀거나 좁을 대로 좁아져 숨가쁜 모양이다. 그 길 끊어진 자리에 절벽 있어 가다가 뛰어내리고 싶을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문이 있어 열리거나 닫히거나 더러는 비틀릴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항아리 있어 그 안에 누군가를 담아두고 오래오래 익혀 먹고 싶은 모양이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가 달그락 달그락 설거지하고 있는 저녁 일어서지 못한 몸이 따라 문밖을 나서는데 마음에도 길이 있어 갈 수 없는 곳과, 가고는 오지 않는 곳으로 나뉘는 모양이다. * 2021년 4월 23일 금요일입니다. 마음의 길에는 여러 갈래 길이 있습니다. 어떤 길이 정답일 지는 가 보지 않고는 모르는 법입니다. 옳은 길을 향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삶을 묻는 너에게 _ 용혜원

삶을 묻는 너에게 용혜원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 너에게 무엇이라고 말해줄까 아름답다고 슬픔 이라고 기쁨 이라고 말해줄까 우리들의 삶이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단다 우리들의 삶이란 나이들어 가면서 알 수 있단다 삶이란 정답이 없다고들 하더구나 사람마다 그들의 삶의 모습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 아니겠니?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 너에게 말해주고 싶구나 우리들의 삶이란 가꿀수록 아름다운 것이라고 살아갈수록 애착이 가는 것이라고. * 2021년 4월 22일 목요일입니다. 정답이 없을 때는 자신의 선택을 믿는 게 가장 좋습니다. 우연한 행운을 믿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는 맛 _ 정일근

사는 맛 정일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 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맛 그 하나라도 독처럼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도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 2021년 4월 21일 수요일입니다. 백신처럼 약간의 독성이 예방주사 효과를 주는 법입니다. 진짜 사는 맛을 느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은 으쓱으쓱 _ 박노해

봄은 으쓱으쓱 박노해 겨울은 위로부터 으슬으슬 내려왔지만 봄은 아래로부터 으쓱으쓱 밀어옵니다 겨울은 얇은 자에게 먼저 몰아쳐 왔지만 봄은 많이 떨고 견딘 자에게 먼저 옵니다. * 2021년 4월 20일 화요일 절기상 곡우입니다. 오늘은 낮기온이 25도 가까이 올라간다고 하네요. 일교차가 15도 이상 난다고 하니 건강 챙기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4월에 태어난 그대 _ 박정래

4월에 태어난 그대 박정래 당신 생일에 붉은 동그라미 치며 황사바람으로 목이 매캐해지네 냉이 캐는 들녘의 아낙들은 해 지는 줄 모르고 아마도 그런 고즈넉한 어둠이 바쁘게 밀려가고 오던 그런 때 아니던가 쥐불 쫓으며 아쉬운 초저녁 달 불쑥 따서 속 빈 밭고랑에 심으며 보리 싹 맥없이 바람에 눕고 그 파도 위에 당신을 둥근 박에 싣고 떠 보내는 4월은 그래도 희망의 봄 전신으로 전해오는 생명의 전율 모두 모아 뚝배기에 넣고 보글거리는 달래 된장찌개 한 술 떠 당신 입에 넣네, 밤 소쩍새 소리 들리고 내가 줄 수 있는 건 이 작은 행복 당신이 태어났다는 걸 기억하게 하는 것 전생을 열여덟 번 돌아 현생에서 다시 당신을 만나게 된들 4월에 태어난 이 모든 것을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 4월의 그 아픔을 * 202..

바람과 햇살과 별빛 _ 정연복

바람과 햇살과 별빛 정연복 꽃잎에 맴돌다 가는 바람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바람에 꽃잎의 몸은 흔들렸으리 꽃잎에 머물다 가는 햇살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햇살에 꽃잎의 마음은 따스했으리 꽃잎에 입맞춤 하는 별빛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별빛에 꽃잎의 영혼은 행복했으리 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여 * 2021년 4월 16일 금요일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힘이 무서운 법입니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에 집중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살아 있는 것은 늘 새롭다 _ 법정스님

살아 있는 것은 늘 새롭다 법정스님 물에는 고정된 모습이 없다. 둥근 그릇에 담기면 둥근 모습을 하고 모난 그릇에 담기면 모난 모습을 한다. 뿐만 아니라 뜨거운 곳에서는 증기로 되고 차가운 것에서는 얼음이 된다. 이렇듯 물에는 자기 고집이 없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남의 뜻에 따른다. 살아 있는 물은 멈추지 않고 늘 흐른다. 강물은 항상 그곳에서 그렇게 흐른다. 같은 물이면서도 늘 새롭다. 오늘 흐르는 강물은 같은 강물이지만 어제의 강물은 아니다. 강물은 이렇듯 늘 새롭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거죽은 비슷하지만 실제는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다. 살아 있는 것은 이와 같이 늘 새롭다. * 2021년 4월 15일 목요일입니다. 구구단을 모르면 수학이 어려운 법입니다. 기초를 탄탄히 쌓는 하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_ 백창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백창우 나 정말 가벼웠으면 좋겠다 나비처럼, 딱새의 고운 깃털처럼 가벼워져 모든 길 위를 소리없이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내 안에 뭐가 있기에 나는 이렇게 무거운가 버릴 것 다 버리고 나면 잊을 것 다 잊고 나면 나 가벼워질까 아무 때나 혼자 길을 나설 수 있을까 사는 게 고단하다 내가 무겁기 때문이다 내가 한 걸음 내딛으면 세상은 두 걸음 달아난다 부지런히 달려가도 따라잡지 못한다 나 정말 가벼웠으면 좋겠다 안개처럼, 바람의 낮은 노래처럼 가벼워져 길이 끝나는 데까지 가 봤으면 좋겠다 * 2021년 4월 14일 수요일입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오마쥬한 시네요. 가벼움을 실천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