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시 73

겨울나무 _ 정한용

겨울나무                     정한용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가만 들여다보면거기에도 중심 줄기의 무게가 있다땅에서 나무를 지나 저 하늘까지의 거리처음 바람이 비롯된 곳부터 불어가야 할 목적지까지의 곤고함그 가운데서 그 깊이를 측량하며나무는 서 있다뿌리가 빨아들인 지난 여름의 빗방울과대륙 쪽에서 물어온 공기의 입자들이 거기에서 만난다만나 서로의 선물을 건네고 협상하고 새 힘을 세우며내일 올 봄을 위하여 거대한 잎을 준비한다중심은 깊고 무거워겨울 찬 흙에 꽃은 발톱으로 세상이 고요하다  * 2025년 2월 14일 금요일입니다.개나리 나무에 새순들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습니다.봄이 멀지 않았습니다. 홍승환 드림

겨울풍경을 찍다 _ 안시아

겨울풍경을 찍다                              안시아  불룩하게 내려앉은 하늘,시위를 당긴다 아!발자국이 느낌표로 찍혀 나온다골목을 돌아 나온 바퀴 곡선은기호처럼 삼거리를 표시하고가늘게 휘어진 가로수 가지 끝잎새의 무게가 매달려 있다오늘 지켜야할 약속 때문에외투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어느 간이역 편도행 열차에 오른다포장마차는 밤이라는 경계를 오가며긴 줄기마다 알전구를 피워 올린다입간판에는 구룡포 갈매기가자음모음 제대로 설 얼어있다소나무 한 그루 좌표를 긋는 하늘 아래,길들이 저녁의 불빛을 한데 끌어모은다서로에게 저물어가는 풍경들,모두 지나간 것처럼 시간은사진이 된다  * 2025년 2월 10일 월요일입니다.포기하면 끝이지만 계속하면 성공을 향한 과정입니다.지속력을 찾는 하루 되..

겨울꽃 _ 김남조

겨울꽃                      김남조  눈길에 안고 온 꽃눈을 털고 내밀어주는 꽃반은 얼음이면서이거 뜨거워라생명이여언 살 갈피갈피불씨 감추고아프고 아리게꽃빛 눈부시느니 겨우 안심이다네 앞에서 울게 됨으로나 다시 사람이 되었어줄기 잘리고잎은 얼어 서걱이면서얼굴 가득 웃고 있는겨울꽃 앞에오랫 동안 잊었던눈물 샘솟아이제 나또다시 사람 되었어  * 2025년 2월 3일 절기상 입춘입니다.2월에는 부디 기쁘고 행복한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네요.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한 주 되세요. 홍승환 드림

겨울 속에서 _ 임영준

겨울 속에서                             임영준  숨쉴 구멍은터놓았나요 가끔 하소연할 별자리는잡아두었나요 몇 걸음만 더 가면따사롭고가뿐해질 텐데 지레 꺾어질 수 있나요예서 멈출 수 있나요  * 2024년 12월 26일 목요일입니다.누구에게나 각각의 쓸모가 있는 법입니다.누군가의 쓸모가 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동면을 꿈꾸며 _ 임영준

동면을 꿈꾸며                            임영준  으슥한 틈만 보이면날선 바람이 몰아치느니이제 더 이상숨어들 모퉁이도 없는데진즉 탈락한 패배자들에게이 겨울은 차라리공평하다빙점을 망각한 세계의 중심에서핫바지로 마주선 인종들도예각으로 한 측 가르고 서 있지만갈증 나는 이방인들의 열망으로또 한 시절이 끓어오른다조금만 눈을 돌리고긴 잠에 들어버리면 될 듯도 한데그것도 선택된 자들의 몫이 아닌지그래도 나는 고대의 끈을 움켜쥐고동면을 꿈꾼다  * 2024년 12월 19일 목요일입니다.중요하지만 급하지 않는 일들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게으름을 극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2월의 독백 _ 오광수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 2024년 12월 10일 화요일입니다.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법입니다.행동하는 하루 되시기 ..

비움 _ 박인걸

비움                        박인걸  숲은 해마다 한 번자신을 깨끗이 비운다.가졌던 모든 것을사뿐히 내려놓는다. 내려놓는 충만함비움으로 채워지는역설의 복음이겨울 숲에 넘친다. 움켜잡으면 추하고놓지 않으면 뺏기고주지 않으면 썩는 것을체험을 통해 안다. 빈손으로 서서가난해도 당당한나목들의 굳센 의지가신앙만큼 강하다.  * 2024년 12월 6일 금요일입니다.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는 법입니다.미련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2월엔 _ 이희숙

12월엔                         이희숙  그리움이 얼마나 짙어바다는 저토록 잉잉대는지바람은 또 얼마나 깊어온몸으로 뒤척이는지 묻지 마라차마 말하지 못하고돌아선 이별처럼사연들로 넘쳐나는 12월엔죽도록 사랑하지 않아도 용서가 되고어쩌다보니 사랑이더라는낙서 같은 마음도 이해가 되는 12월엔  * 2024년 12월 2일 월요일입니다.올해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시작되었습니다.유종의 미를 거두는 한 달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겨울풍경을 찍다 _ 안시아

겨울풍경을 찍다                                  안시아  불룩하게 내려앉은 하늘,시위를 당긴다 아!발자국이 느낌표로 찍 나온다골목을 돌아 나온 바퀴 곡선은기호처럼 삼거리를 표시하고가늘게 휘어진 가로수 가지 끝잎새의 무게가 매달려 있다오늘 지켜야할 약속 때문에외투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어느 간이역 편도행 열차에 오른다포장마차는 밤이라는 경계를 오가며긴 줄기마다 알전구를 피워 올린다입간판에는 구룡포 갈매기가자음모음 제대로 설 얼어있다소나무 한 그루 좌표를 긋는 하늘아래,길들이 저녁의 불빛을 한데 끌어모은다서로에게 저물어가는 풍경들,모두 지나간 것처럼 시간은사진이 된다  * 2024년 11월 29일 금요일입니다.인생은 자전거 타는 것처럼 계속 움직이며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열심..

눈 오는 집의 하루 _ 김용택

눈 오는 집의 하루                                 김용택  아침밥 먹고또 밥 먹는다문 열고 마루에 나가숟가락 들고 서서눈 위에 눈이 오는 눈을 보다가방에 들어와또밥 먹는다  * 2024년 11월 28일 목요일입니다.시간을 엎질러 그때를 주워담을 수는 없습니다.오늘에 충실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