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시 63

12월에 꿈꾸는 사랑 _ 이채

12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12월엔 그대와 나 따뜻한 마음의 꽃씨 한 알 고이고이 심어두기로 해요 찬바람 언 대지 하얀 눈 꽃송이 피어날 때 우리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온 세상 하얗게 피우기로 해요 이해의 꽃도 좋고요 용서의 꽃도 좋겠지요 그늘진 외딴 곳 가난에 힘겨운 이웃을 위해 베품의 꽃도 좋고요 나눔의 꽃도 좋겠지요 한 알의 꽃씨가 천 송이의 꽃을 피울 때 우리 사는 이 땅은 웃음꽃 만발하는 행복의 꽃동산 생각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사랑이 될 때 사람이 곧 빛이요 희망이지요 홀로 소유하는 부는 외롭고 함께 나누는 부는 의로울 터 말만 무성한 그런 사랑 말고 진실로 행하는 온정의 손길로 12월엔 그대와 나 예쁜 사랑의 꽃씨 한 알 가슴마다 심어두기로 해요 * 2022년 12월 1일 목요일입니다. 한..

겨울 앞에서 _ 이재금

겨울 앞에서 이재금 겨울 앞에서 모진 추위 그 바람 앞에서 나무들은 끝끝내 감춰둔 눈물 가장 눈부신 빛깔로 떨어져 내린다 노오란 은행나뭇잎은 은행나뭇잎대로 담홍빛 느티나뭇잎은 느티나뭇잎대로 여름날 그 뜨거운 사랑 앞에 저리도 아픈 손수건을 흔들고 있는가 슬픔도 강물지면 산천을 허물고 허공을 깨물고 저리도 황홀한 하늘이 열리는가 겨울 앞에서 아득히 소식 없는 봄 앞에서 바람은 불고 잎은 진다 * 2022년 11월 11일 금요일입니다. 불편한 점이 있으면 편한 방법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익숙하다고 불편한 행동을 계속하면 개선이 안됩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겨울나무를 보면 _ 강세화

겨울나무를 보면 강세화 겨울나무를 보면 일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한 생애를 마주한 듯 하다. 나이에 대하여 부끄럽지 않고 섭섭해하지 않는 풍모를 본다. 집착을 버리고 욕망을 버리고 간소한 마음은 얼마나 편안할까? 노염타지 않고 미안하지 않게 짐 벗은 모양은 또 얼마나 가뿐할까? 겨울나무를 보면 옹졸하게 욕하고 서둘러 분개한 것이 무안해진다. * 2022년 11월 7일 절기상 입동입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계절의 풍경은 바뀝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하시고 건강한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겨울 산책 _ 박노해

겨울 산책 박노해 아찌, 왜 입에서 하얀 게 나와? 음 겨울엔 사람들 마음이 따뜻해지니까 근데 왜 어깨를 웅크리는 거야? 자기 안으로 뿌리를 깊이 내리느라고 그럼 왜 손을 꼬옥 잡아? 얼지 말라고 서로 온기를 나누는 거야 겨울밤엔 왜 별이 더 반짝반짝 빛나? 춥고 어두울수록 더 그리워서 오래 바라보니까 아찌... 근데... 왜 눈물이 나? 얼음 마음이 녹아내리나봐... 새싹이 돋으려구 그럼 나도 울어도 괜찮아? 그럼 그럼 그래야 촉촉이 꽃눈이 피겠지 제대로 울고 제대로 웃어야 봄으로 가는 사람이겠지 * 2022년 1월 18일 화요일입니다. 점점 더 제대로 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웃어야 할 때 웃고, 울어야 할 때 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_ 이채

1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별 하나씩 강물을 이고 걸어가는 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별이 내린 보리밭길에서 눈덮힌 보리 씨앗이 되어 보라 흙속에 묻혀 있다고 죽은 줄 아느냐 그들의 맥박은 나보다 푸르고 그들의 심장은 나보다 뜨겁다 별 하나씩 어둠을 열고 빛나는 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별이 내린 숲속에서 나뭇가지의 푸른 눈동자가 되어 시리도록 차가운 그 빛이 되어 보라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의 가슴이 되어 보라 차디찬 바람 끝에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깨닫노라 스스로 비울 수 있을 때, 나는 가장 행복하다. 스스로 추운 자가 될 때, 나는 가장 따뜻하다. 스스로 가난한 자가 될 때, 나는 가장 부유하다. 끝이라고 포기할 때, 그때가 곧 시작이다. 새벽 종소리를 듣는 자보다 울리는 자가 되라. * 20..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_ 황지우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는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신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겨울 나기 _ 탁명주

겨울 나기 탁명주 겨울은 껍질이 두꺼운 계수나무다 어린 나무가 겨울 앞에 꿋꿋할 수 있는 건 바람 맞을 잎이 없음이다 뿌리깊은 리듬으로 오는 설레임이 있음이다 매운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껍질 속에 저장하였다가 사월 다스운 봄 햇살에 발효시켜 박하나무는 박하 잎을 계수나무는 계피를 만드는 것이리라 한둥치 겨울옷을 벗을 때마다 고갱이는 굵어지고 껍질은 단단해진다 어린 나무가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는 건 골패인 낙숫물 소문을 듣기 위함이다 껍질 속 비밀스런 세포분열에 향기 짙은 녹수의 싹 힘껏 밀어올릴 물 오른 봄기운을 기다림이다 * 2021년 12월 27일 월요일입니다. 군더더기를 덜어내지 못하면 무거운 법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주, 필요없는 것들을 버리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겨울사랑 _ 문정희

겨울사랑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 년 백설이 되고 싶다 * 2021년 12월 22일 절기상 동지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무에게나 맡기면 됩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할 줄 알아야 실력이 쌓입니다. 경쟁력을 키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첫눈 _ 나태주

첫눈 나태주 요즘 며칠 너를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제 밤에도 깜깜한 밤 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깜깜한 마음이었다 몇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깜깜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 * 2021년 12월 20일 월요일입니다. 외부나 타인에 의해 좌우되며 동기부여를 받는다면 아직 '프로'가 아닌 '포로'라고 하네요. 스스로 할 수 있는 프로의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2월의 노래 _ 이해인

12월의 노래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 2021년 12월 16일 목요일입니다.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완성이 되는 법입니다. 숙성의 시간을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