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시 76

그렇게 친해지는 거야 _ 노여심

그렇게 친해지는 거야 노여심 꽃은 피우는 거지 만드는 게 아니야 날마다 들여다보고 날마다 말 걸어서 새싹 쏘옥 나오게 하고 예쁘다 예쁘다 칭찬하면서 어린잎 키우는 거야 꽃받침 위로 꽃잎 터지면 조용! 말하지 말고 그냥 웃어줘야 해 그렇게 핀 꽃은 나를 보고 더 많이 웃을 걸 꽃 하고는 그렇게 친해지는 거야 * 2024년 3월 11일 월요일입니다. '때문에'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덕분에'라고 말하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고마움을 표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싹 _ 김지혜

싹 김지혜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오는 사이 비닐봉지 안 감자들은 서로를 억세게 부둥켜안았다 어른 손가락만큼 자라난 독줄기로 전생까지 끈끈히 묶었다 물컹한 사체에서 기어나와 처절히 흔들리는 아직 나 죽지 않았소, 우리 아직 살아 있소 생명 다한 모체를 필사적으로 파먹으며 비닐봉지 안의 습기와 암흑을 생식하며 저 언어들은 푸르게 살아남았다 싹 난 감자알을 창가에 올려놓으며 본다, 한 계절이 가고 한 계절이 어는 사이 나를 비켜간 저 푸른 인연의 독 * 2024년 2월 13일 화요일입니다.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꽃이 피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날 _ 김유신

봄날 김유신 먼 하늘빛이 물든 유리창을 연다. 여릿한 햇볕 아지랭이 밭두렁길 어디에서 작은 나비 한 마리가 날아 온다. 냉이, 꽃다지, 씀바귀, 달래, 소시랑개비 양지바른 봄 마을을 찾는다 누이가 지나간 밭두렁길 발자욱 따라서 보일듯 보일듯 나비 한 마리, 까마득히 바람을 끌어 올리는 종달새 바람의 파도를 타고 봄마을 찾는다. * 2023년 4월 13일 목요일입니다. 좋은 인연은 언제라도 다시 만나는 법입니다. 함부로 버리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힘 _ 오세영

힘 오세영 일어서기 위하여 온 힘을 쏟아내기 위하여 한 겨울 물은 굳어 있던가. 봄 되어 위로 위로 일어서는 물을 보았다. 마른 흙을 헤치고 하늘로 하늘로 솟아 오르는 새 순 새벽 잠자리에서 참을 듯 참을 듯 벌떡 일어서는 사내의 새파아란 힘 줄 같이 위로 위로 뻗쳐, 아 터트리는 꽃 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라고 말하지 마라 일어서지 않고 사는 삶이란 이 세상에 없다. * 2023년 4월 11일 화요일입니다. 흐름을 거스르려면 힘이 있어야 합니다. 힘 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날 _ 김지원

봄날 김지원 봄에 겨운 가지들이 봄빛 속을 배회하고 있네 간밤에 스친 빗소리에도 봄바다는 그리움으로 출렁이고 멀리 떠난 배 한 척 가물거리며 돌아올 기약 없네 무심코 빈 가지에 돋아난 봄풀들이 앞다투어 초록빛 말(言)들을 풀어 놓는데 부푼 가지 끝에는 낯선 시간처럼 잊혀진 기억들만 매달려 있네 * 2023년 4월 3일 월요일입니다. 봄기운 가득한 새로운 달이 시작되었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봄날 되세요. 홍승환 드림

봄날의 산책 _ 박순희

봄날의 산책 박순희 어떤 길은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낯설지 않은 길, 길을 음미하며 찬찬히 걷다보면 나는 어느새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따뜻한 바람을 맞으며 흔들흔들 걸음을 옮기면 그 사람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을 닮은 물푸레나무 아래 앉아 이야기하듯 잠깐 졸기도 하는 것이다. 맨몸을 드러내며 그 사람 앞에서 춤추다 무거운 햇살에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 2023년 3월 28일 화요일입니다. 일교차가 심해 주위에 감기로 고생하는 분이 많네요. 잠시 쉼표를 찍고 건강 챙기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새봄에는 _ 정성윤

새봄에는 정성윤 새봄에는 녹두 빛 하늘을 이고 시린 잎샘일랑 주섬주섬 걷어 올리고 부드러운 아지랑이만 몸에 걸친 채 한적한 산골을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볼 것이다 그곳에는 지쳐버린 시간의 각질을 뚫고 새파란 기억의 우듬지가 이슬을 머금고 삐죽삐죽 솟아오르는 여린 풀밭이 있다 새봄에 부활하는 나의 가슴이 있다 * 2023년 3월 16일 목요일입니다. 나무의 꼭대기 줄기인 우듬지에 새싹들이 보입니다. 새봄,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봄날에는 _ 이희숙

봄날에는 이희숙 봄날에는 우리들의 시간이 봄꽃처럼 환하게 물들 수 있기를 기도하자 마주보면 부끄러워 고개 숙일지라도 밀어로 가득 찬 봄날의 속삭임을 노래하자 사랑하는 일이 나를 내어 주는 일임을 미처 다 알지 못한다 해도 닫혀있던 문이 절로 열리는 봄날에는 어여쁜 꽃송이 피워 올리는 마음으로 모든 살아있는 것을 사랑하자 농담 같은 현실 때문에 동굴 속을 헤매는 날이 있어도 꽃피는 봄날에는 너도 나도 꽃이 되어 웃어보자 * 2023년 3월 10일 금요일입니다. 그래도 겨울은 가고 봄이 올 것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내일 이야기 _ 김근이

내일 이야기 김근이 내일 이야기는 어제 내가 만들어 놓은 이야기 내일에서 어제로 돌아가는 이야기 내일 이야기는 내일로 다가가면 아직도 내일 속에 머물고 어제에서는 언제나 내일에 남아있는 이야기 내일은 언제나 그 자리에 남아 있는데 나는 내일도 내일을 기다린다. * 2023년 3월 6일 월요일입니다. 개구리가 겨울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입니다. 봄을 맞이하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봄 일기 _ 이해인

봄 일기 이해인 봄이 일어서니 내 마음도 기쁘게 일어서야지 나도 어서 희망이 되어야지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 그렇구나 그렇구나 마음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 * 2023년 2월 27일 월요일입니다. 누군가에게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 합니다. 봄 기운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