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시 210

나의 기도 _ 정채봉

나의 기도 정채봉 아직도 태초의 기운을 지니고 있는 바다를 내게 허락하소서 짙푸른 순수가 얼굴인 바다의 단순성을 본받게 하시고 파도의 노래밖에는 들어 있는 것이 없는 바다의 가슴을 닮게 하소서 홍수가 들어도 넘치지 않는 겸손과 가뭄이 들어도 부족함이 없는 여유를 알게 하시고 항시 움직임으로 썩지 않는 생명 또한 배우게 하소서 * 2019년 10월 31일 목요일입니다. 오늘도 라디오에선 이용 아저씨의 "잊혀진 계절" 노래가 나오겠네요. 10월의 마지막 날, 할로윈데이 잘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시월의 편지 _ 목필균

시월의 편지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가을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픔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고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 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가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 2019년 10월 29일 화요일입니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도 해법은 있기 마련입니다. 기본부터 기초부터 들여다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이 다음에 너는 _ 최옥

이 다음에 너는 최옥 엄마가 너의 등을 두드려 주듯 흔들리는 모든 것들의 마음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어라 널 안고 있으면 내 마음 빈틈없이 차오르듯 눈빛 하나, 말 한마디로 이 세상 가득 채우고 지금 널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처럼 그렇게 세상을 보아라 들숨 날숨으로 고운 마음 엮어서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되어라 * 2019년 10월 25일 금요일입니다. 생각에도 근육이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이 생기지 않는 법입니다. 생각에 힘을 줄 수 있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숲 _ 반기룡

숲 반기룡 숲 속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안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기대어 온갖 조건과 환경을 잘 견디고 있는 것을 햇살이 비칠 때면 지그시 감았던 두 눈 뜨며 자연과 합일되고 강풍이 몰아치면 원가지 곁가지 잔가지 마른가지 할 것 없이 포옹하며 모진 비바람 견디어 내는 것을 사람이 사는 것도 별것 아니다 어려울 때 서로 기대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되고 가려울 때 그 부분을 긁어주며 연리지처럼 어우러지고 함께 뒹구는 것이다 햇살과 비바람이 존재하기에 빛과 어둠이 상생하기에 자신의 밝고 어두운 여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 2019년 10월 23일 수요일입니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봐서도 안되지만, 숲만 보고 나무들을 못 보는 것도 안됩니다. 큰 그림과 세세한 부분의 조화가 이뤄질 때 가장 완벽한 모양이 됩니..

희망의 바깥은 없다 _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도종환 희망의 바깥은 없다. 새로운 것은 언제나 낡은 것들 속에서 싹튼다. 얼고 시들어서 흙빛이 된 겨울 이파리 속에서 씀바귀 새 잎이 자란다. 희망도 그렇게 쓰디쓴 향으로 제 속에서 자라는 것이다. 지금 인간의 얼굴을 한 희망은 온다. 가장 많이 고뇌하고 가장 많이 싸운 곪은 상처 그 밑에서 새살이 돋는 것처럼 희망은 스스로 균열하는 절망의 그 안에서 고통스럽게 자라난다. 안에서 절망을 끌어안고 뒹굴어라. 희망의 바깥은 없다. * 2019년 10월 22일 화요일입니다. 희망을 찾아낼 수 있는 것도 기술입니다. 작은 변화들로 희망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는 맛 _ 정일근

사는 맛 정일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 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수가 되면 치사량의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 슬픔, 절망, 고통, 고독의 맛 그 하나라도 독처럼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도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 2019년 10월 21일 월요일입니다. 좋아하는 것만 먹다 보면 불균형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인생의 달고, 쓰고, 맵고, 신 맛을 골고루 맛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사는 맛을 느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겸손의 향기 _ 이해인

겸손의 향기 이해인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꽂히는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나보다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 보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 포기의 난초를 가꾸듯 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올린 지혜의 맑은 물로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 겸손히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 2019년 10월 16일 수요일입니다. ..

버리며 살기 _ 나명욱

버리며 살기 나명욱 마음의 욕심을 버리고 무엇을 이루겠다는 이상을 버리고 어느 정상까지 오르고야 말겠다는 그 최고의 환상을 버리고 무한한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하나로 통합하여 바라보면 내가 바로 이 우주가 된다 너와 내가 없고 이것과 저것이 없고 높고 낮음도 없고 좋고 나쁨도 없는 비로소 자유로움으로 돌아가는 일 다 버리고도 다 가질 수 있는 충만함을 느낄 것이니 버린다는 것은 이미 다 가진 것이다 홀연히 그 어디 무엇에도 구속됨이 없이 세상 한가운데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니 신이 되는 것이다 신선이 되는 것이다 참 시인이 되는 것이다 * 2019년 10월 14일 월요일입니다. 버릴 줄 알아야 채울 수 있는 법입니다. 호리병안의 사탕을 움켜쥔 채로는 손을 꺼낼 수 없습니다. 채움을 위해 ..

10월 _ 오세영

10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2019년 10월 2일 수요일입니다. 제 18호 태풍 미탁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비 피해, 강풍 피해 없도록 주변을 잘 살피시고 건강한 하루 되..

기억 속의 그대 _ 이경식

기억 속의 그대 이경식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생을 느끼는 기쁨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것은 삶을 이루는 행복입니다 곁에 없는 삶이라 할지라도 흐르는 생은 그대의 마음 함께 이기에 계절이 모여 세월이 되듯 나의 세상은 언제나 사랑으로 넘칠 수 있습니다 추억이 있기에 그대의 모습 더욱 가슴에 새겨져 오직 그대의 향기 주위에 가득합니다 기억 속의 그대 생이 느껴지고 삶이 전해지는 진정 기쁨이며 행복입니다. * 2019년 9월 30일 월요일입니다. 한 해의 4분의 3이 마무리 되는 9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 달 마무리 잘 하시고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 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