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시 210

나무 생각 _ 안도현

나무 생각 안도현 나보다 오래 살아온 느티나무 앞에서는 무조건 무릎 꿇고 한 수 배우고 싶다 복숭아나무가 복사꽃을 흩뿌리며 물 위에 점점이 우표를 붙이는 날은 나도 양면괘지에다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벼랑에 기를 쓰고 붙어 있는, 허리 뒤틀린 조선소나무를 보면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주고 싶다 자기 자신의 욕망을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멀리 보내는 밤나무 아래에서는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나도 관계를 맞고 싶다 나 외로운 날은 외변산 호랑가시나무 숲에 들어 호랑가시나무한테 내 등 좀 긁어달라고, 엎드려 상처받고 싶다 * 2019년 3월 12일 화요일입니다.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의 태도를 배우고 싶습니다.나무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하늘이 보이는 때 _ 이복숙

하늘이 보이는 때 이복숙 하늘은 늘 열리어 있습니다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 메마르지 않은 사람에게만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 늘 하늘 아래 살면서도 참 오랜만에야 하늘을 보는 것은 이따금씩만 마음의 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볼 적마다 이제는 늘 하늘을 보며 살자 마음먹지만 그러한 생각은 곧 잊히고 맙니다 그래서 언제나 하늘은 열리어 있지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만에야 참 오랜만에야 하늘은 보이는 것입니다 * 2019년 3월 7일 목요일입니다.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보이는 아침이네요.답답한 것들을 치워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의 꿈 _ 정호승

나의 꿈 정호승 돌멩이로 빵을 만든다 흙으로 밥을 짓는다 풀잎으로 반찬을 만든다 강물로 국을 끓인다 함박눈으로 시루떡을 찐다 노을로 팥빙수를 만든다 이 세상에 배고픈 사람이 아무도 없도록 * 2019년 3월 4일 월요일입니다.오늘도 미세먼지로 하늘이 잿빛이네요.건강 챙기시고 한 주의 시작 활기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길 _ 윤동주

길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 2019년 2월 28일 목요일입니다.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자신만의 길이 있습니다.자신의 길을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대 앞에 봄이 있다 _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2019년 2월 27일 수요일입니다.공기가 겨울에서 봄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습니다.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흔들리며 피는 꽃 _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2019년 2월 25일 월요일입니다.우리의 말은 자신에게 하는 예언이라고 합니다.매일 아침 희망찬 말로 하루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천리향 _ 이해인

천리향 이해인 어떠한 소리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향기 멀리 계십시오 오히려 천리 밖에 계셔도 가까운 당신 당신으로 말미암아 내가 꽃이 되는 봄 마음은 천리안 바람 편에 띄웁니다 깊숙히 간직했던 말 없는 말을 향기로 대신하여 * 2019년 2월 22일 금요일입니다.계속해서 배우는 사람들만이 발전합니다.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깨렴 _ 백창우

깨렴 백창우 깨렴, 내사람 이제 일어나 푸른 아침을 맞으렴 지붕 아래 활짝 핀 고운 담자색 나팔꽃 다 시들기 전에 다른 세상에서 찾아온 우물가 오색무늬나비 한 마리 다시 저 있던 곳으로 길 떠나기 전에 어서 일어나 창을 열고 새날을 시작하렴 막 햇볕이 마당에 들고 살아있는 것들 모두 눈을 뜨는데 깨렴, 내 사람 꾸다만 꿈 마음 한 켠에 접어두고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렴 * 2019년 2월 21일 목요일입니다.눈을 뜨고 있는 것과 깨어 있는 것은 큰 차이입니다.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깨어있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눈이 내리면 편지를 씁니다 _ 최옥

눈이 내리면 편지를 씁니다 최옥 눈이 내리면 세상은 편지지 한 장이 됩니다 단 한 사람에게만 보낼 수 있는 편지 내 사랑도 이렇게 한번씩은 말문을 여나 봅니다 괜히 할말이 많아지지만 하고픈 말 한 마디 더욱 간절해집니다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존재하지 않는, 내 가슴 깊은 곳에서만 숨쉬는 당신 쌓아만 두어서 사랑도 때로는 당신을 가리는 높다란 벽이더니 눈이 내릴때마다 더러는 지우고 더러는 묻어두고 처음 당신을 사랑하던 마음만 남았습니다 * 2019년 2월 15일 금요일입니다.오랜만에 눈 내리는 아침입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