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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_ 함석헌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2020년 8월 24일 월요일입니다...

나를 위로하는 날 _ 이해인

나를 위로하는 날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 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 2020년 8월 21일 금요일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는 자신에게 달콤한 휴식을 선물해 주세요.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선물같은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틈 _ 용혜원

틈 용혜원 틈은 갈라짐 허술함, 떨어짐 그리고 멀어짐의 시작이다. 틈에서 부족을 느낀다 여유를 갖는다 이 두가지 생각에서 멈출 수가 없다. 틈은 부서지고 무너지지 시작한다 아니다 변화를 시작한다 이 두가지 생각에서 떠나지 못한다. 건물 틈새에 이름 모를 풀 하나 돋아나 있다 새 생명의 시작이다. 나는 언제나 틈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내 바지는 항상 헐렁하다 삶이 서툴다 아니다 편안하다 * 2020년 8월 6일 목요일입니다. 쉴틈없이 바쁘다고 생각하면 틈이 없는 법이고 틈틈이 무언가를 해낸다면 엄청 많은 시간을 갖는 법입니다. 틈새 있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_ 이해인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이해인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빈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 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이 속삭이며 미소지어 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 2020년 8월 4일 화요일입니다. 다른 이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는 본인이 만든 것입니다. 본인의 가치를 높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8월 _ 안재동

8월 안재동 너만큼 기나긴 시간 뜨거운 존재 없느니. 뉜들 그 뜨거움 함부로 삭힐 수 있으리. 사랑은 뜨거워야 좋다는데 뜨거워서 오히려 미움받는 천더기. 너로 인해 사람들 몸부림치고 도망 다니고 하루빨리 사라지라 짜증이지. 그래도 야속타 않고 어머니처럼 묵묵히 삼라森羅 생물체들 품속에 다정히 끌어안고 익힐 건 제대로 익혀내고 삭힐 건 철저히 삭혀내는 전능의 손길. 언젠가는 홀연히 가고 없을 너를 느끼며 내 깊은 곳 깃든, 갖은 찌끼조차 네 속에서 흔적 없이 삭혀버리고 싶다. 때 되면 깊고 긴 어둠 속으로 스스로 사라질,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 * 2020년 8월 3일 월요일입니다. 역대 최대의 장마 기간과 집중호우로 비피해가 심각합니다. 건강 챙기시고 비 피해 없도록 주변을 살피는 한 주 되시기 바..

말의 품격 _ 이기주

말의 품격 이기주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품격이 드러나는 법입니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자기의 실수와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만 하기 마련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말하는 법을 배우고 품격있는 말을 사용해야겠습니다. * 2020년 7월 29일 수요일입니다. 그 사람의 언행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법입니다. 자신의 언행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연필의 유서 _ 최남균

연필의 유서 최남균 쓸수록 닳아지는 나의 생애는 수많은 문장으로 태어났다 날이 갈수록 짧아지는 나의 생도 곧, 너의 삶으로 이어져 같이 줄어들 것이다. 지우개로 문질러보는 병상의 치유는 부질없는 짓이다 아린 상처를 지우고 또, 썼던 것으로 장문의 쉼표처럼 마침표를 찍으려한다. 쓰지 못한 이야기는 가슴에 품고 이어갈 일이다 생로병사보다 기쁘고 슬픈 일이 또 있으랴 유형에서 무형으로 아름다운 묶음 뒤 읽혀지길 원할 뿐이다. * 2020년 7월 27일 월요일입니다. 품질을 따질 때는 오렌지와 사과를 비교해서는 안됩니다. 같은 범주 안에서 비교해야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출발 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_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이준관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리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음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2020년 7월 13일 비오는 월요일입니다. 때론 느리게 돌아가는 길에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즐거운 한 주의 시작 되세요. 홍승환 드림

7월, 여름편지 _ 이해인

7월, 여름편지 이해인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고 했지? 바닷가에 나가지 않아도 파도소리가 마음을 흔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 매일을 출렁이는 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 여름을 좋아해서 여름을 닮아가는 초록빛 친구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삶을 즐기는 법을 너는 알고 있구나 너의 싱싱한 기쁨으로 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 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 2020년 7월 3일금요일입니다. 근본적인 걸 해결하지 않으..

몸이 움직인다 _ 정현종

몸이 움직인다 정현종 몸을 여기서 저기로 움직이는 건 몸이 여기서 저기로 가는 건 거룩하다.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가까운 데 또는 멀리 움직이는 건 거룩하다 삶과 죽음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욕망과 그 그림자 - 슬픔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나와 한없이 가까운 내마음 나에게서 한없이 먼 내 마음이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바깥은 가이 없고 안도 가이 없다. 안팎이 같이 움직이며 넓어지고 깊어진다 몸이 움직인다 * 2020년 7월 2일 목요일입니다. 꾸준한 노력이 함께하지 않는 꿈은 몽상에 불과합니다. 꿈에는 지름길이 없는 법입니다. 노력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