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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의 힘 _ 백무산

정지의 힘 백무산 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 2020년 9월 10일 목요일입니다. 정지할 줄 알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법입니다. 멈춤의 힘을 보여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우산을 쓰다 _ 심재휘

우산을 쓰다 심재휘 어제는 꽃잎이 지고 오늘은 비가 온다고 쓴다 현관에 쌓인 꽃잎들의 오랜 가뭄처럼 바싹 마른 나의 안부에서도 이제는 빗방울 냄새가 나느냐고 추신한다 좁고 긴 대롱을 따라 서둘러 우산은 펴는 일이 우체국 찾아가는 길만큼 낯설 것인데 오래 구겨진 우산은 쉽게 젖지 못하고 마른 날들은 쉽게 접히지 않을 터인데 빗소리처럼 오랜만에 네 생각이 났다고 쓴다 여러 날들 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많은 것들이 말라 버렸다고 비 맞는 마음에는 아직 가뭄에서 환도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 너무 미안하다고 쓴다 우습게도 이미 마음은 오랜전부터 진창이었다고 쓰지 않는다 우산을 쓴다 * 2020년 9월 9일 수요일입니다. 바람이 없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바람개비를 들고 앞으로 힘차게 뛰어가면 됩니다. 능동..

태풍 _ 나희덕

태풍 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내거라. 내 가슴속 모든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울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꺽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부르는 나의 노래조차 쓸어가버려라. 울컥울컥 내 설움 데려가거라. 그러면 살아가리라. 네 미친 울음 끝 가장 고요한 눈동자 속에 태어나. * 2020년 9월 7일 월요일입니다. 일을 처리해 내는 사람과 만들어가는 사람의 결과물은 다릅니다. 일을 만들어내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별 헤는 밤 _ 윤동주

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2020년 9월 4일 금요일입니다. 오늘이, 앞으로 살아갈 날의 가장 젊은 날임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새로운 길 _ 윤동주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길 새로운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길은 언제나 새로운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2020년 9월 3일 목요일입니다. 뭔가 하려는 사람은 '방법'이 보이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핑계'만 보이는 법입니다. 그냥 또 하루를 보내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겠습니다. 홍승환 드림

항아리 속 된장처럼 _ 이재무

항아리 속 된장처럼 이재무 세월 뜸들여 깊은 맛 우려내려면 우선은 항아리 속으로 들어가자는 거야 햇장이니 갑갑증이 일겠지 펄펄 끓는 성질에 독이라도 깨고 싶겠지 그럴수록 된장으로 들어앉아서 진득하니 기다리자는 거야 원치 않는 불순물도 뛰어들겠지 고것까지 내 살로 풀어보자는 거야 썩고 썩다가 간과 허파가 녹고 내장까지 다 녹아나고 그럴 즈음에 햇볕 좋은 날 말짱하게 말린 몸으로 식탁에 오르자는 것이야 * 2020년 9월 2일 수요일입니다. 어떤 일이라도 적절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법입니다. 덜 익은 자아를 미숙한 진정성을 키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내 마음은 _ 김동명

내 마음은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 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로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 2020년 8월 31일 월요일입니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게 느껴집니다. 편협한 마음을 다스리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토닥토닥 _ 김재진

토닥토닥 김재진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 잠든다 * 2020년 8월 28일 금요일입니다. 코로나, 장마, 태풍...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다 지나가고, 다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갖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봬요(○), 뵈요(X)

"그럼 다음 주에 봬요/뵈요" 중 맞는 표현은?? 바로 '봬요'입니다. 동사 '뵈다'의 어간인 '뵈-' 뒤에 어미가 붙지 않고, 바로 보조사 '-요'가 자리할 수 없기 때문이죠. 어간과 보조사 사이에 '-어'가 붙어 '뵈어요'가 되고, '뵈어'의 준말인 '봬' 뒤에 '-요'가 붙은 '봬요'가 맞춤법에 맞는 표현입니다. 그럼, 응용편으로... "또 뵐게요" (○) "다시 뵈어요" (○) "다시 뵈요" (X)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 "내일 뵈어요" (○) "내일 봬요" (○) "내일 봬어요" (X) 그럼, 다음에 또 봬요~~~

안개꽃 _ 정호승

안개꽃 정호승 얼마나 착하게 살았으면 얼마나 깨끗하게 살았으면 죽어서도 그대로 피어 있는가 장미는 시들 때 고개를 꺾고 사람은 죽을 때 입을 벌리는데 너는 사는 것과 죽는 것이 똑같구나 세상의 어머니들 돌아가시면 저 모습으로 우리 헤어져도 저 모습으로 * 2020년 8월 25일 화요일입니다. 자기만을 아는 이기적인 사람들로 다른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선 안 됩니다. 다른 사람도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