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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과 마중불 _ 하청호

마중물과 마중불 하청호 외갓집 낡은 펌프는 마중물을 넣어야 물이 나온다.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 땅 속 깊은 곳 물을 이끌어 올려주는 거다. 아궁이에 불을 땔 때도 마중불이 있어야 한다. 한 개비 성냥불이 마중불이 되어 나무 속 단단히 쟁여져 있는 불을 지피는 거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이끌어 올려주는 마중물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지펴주는 마중불이 되고 싶다. * 2020년 6월 24일 수요일입니다. 처음 시작을 도와주는 무언가가 있으면 큰 힘이 됩니다. 누군가에게 마중물과 마중불이 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체온의 시 _ 문정희

체온의 시 문정희 빛은 해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 거기 따스한 체온이 있듯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 있는 사랑의 빛을 나는 안다. 마음속에 하늘이 있고 마음속에 해보다 더 눈부시고 따스한 사랑이 있어 어둡고 추운 골목에는 밤마다 어김없이 등불이 피어난다. 누군가는 세상은 추운 곳이라고 말하지만 또 누군가는 세상은 사막처럼 끝이 없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 2020년 6월 15일 월요일입니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점점 사고력을 잃기 마련입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고민해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무릎 _ 정호승

무릎 정호승 너도 무릎을 꿇고 나서야 비로소 사랑이 되었느냐 너도 무릎을 끓어야만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데에 평생이 걸렸느냐 차디찬 바닥에 스스로 무릎을 꿇었을 때가 일어설 때이다 무릎을 꿇고 먼 산을 바라볼 때가 길 떠날 때이다 낙타도 먼 길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무릎을 꿇고 사막을 바라본다 낙타도 사막의 길을 가다가 밤이 깊으면 먼저 무릎을 꿇고 찬란한 별들을 바라본다 * 2020년 6월 5일 금요일입니다. 미국 플로이드 사망 사건 후 한쪽 무릎을 꿇는 평화시위가 번지고 있습니다. 인종 차별로 인한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한 주의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6월엔 내가 _ 이해인

6월엔 내가 이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드려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 2020년 6월 1일 월요일입니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인정받을 수 없는 시대입니다. 남다름을 보여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열매 _ 오세영

열매 오세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 2020년 5월 25일 월요일입니다. 주변을 불편하게 하는 뾰족함은 결실을 맺기 힘든 법입니다. 부드러움으로 열매를 맺는 한 주 되세요. 홍승환 드림

지금 이 순간 _ 법정스님

지금 이 순간 법정스님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고 순간순간 자각하라. 한눈 팔지 말고, 딴 생각하지 말고, 남의 말에 속지 말고, 스스로 살펴라. 이와 같이 하는 내 말에도 얽매이지 말고 그대의 길을 가라.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이런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룬다. 너무 긴장하지 말라. 너무 긴장하면 탄력을 잃게 되고 한결같이 꾸준히 나아가기도 어렵다. 사는 일이 즐거워야 한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라. * 2020년 5월 21일 목요일입니다. 순간들이 모여 인생이 되는 법입니다. 순간 순간들을 소중히 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길 위에서의 생각 _ 류시화

길 위에서의 생각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

스승의 기도 _ 도종환

스승의 기도 도종환 날려보내기 위해 새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당신께서 저희를 사랑하듯 저희가 아이들을 사랑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사랑하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당신께 그러하듯 아이들이 저희를 뜨거운 가슴으로 믿고 따르며 당신께서 저희에게 그러하듯 아이들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거짓없이 가르칠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아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저희가 있을 수 있듯 저희가 있음으로 해서 아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힘차게 나는 날개짓을 가르치고 세상을 올곧게 보는 눈을 갖게 하고 이윽고 그들이 하늘 너머 날아가고 난 뒤 오래도록 비어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그 풍경을 지우고 다시 채우는 일로 평생을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사랑할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저..

오월의 노래 _ 노천명

오월의 노래 노천명 보리는 그 윤기나는 머리를 풀어 헤치고 숲 사이 철쭉이 이제 가슴을 열었다 아름다운 전설을 찾아 사슴은 화려한 고독을 씹으며 불로초 같은 오후의 생각을 오늘도 달린다 부르다 목은 쉬어 산에 메아리만 하는 이름 더불어 꽃길을 걸을 날은 언제뇨 하늘은 푸르러서 더 넓고 마지막 장미는 누구를 위한 것이냐 하늘에서 비가 쏟아져라 그리고 폭풍이 불어다오 이 오월의 한낮을 나 그냥 갈 수는 없어라 * 2020년 5월 14일 목요일입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신체를 지배하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보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구름 _ 이성선

구름 이성선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 2020년 5월 12일 화요일입니다. 미래를 알 수는 없지만 미래를 준비할 수는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