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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깨진 연탄 _ 안도현

반쯤 깨진 연탄 안도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랫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 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한지 손을 뻗어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 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

카피의 힘 _ 애칭의 법칙

애칭의 법칙 별명과 애칭은 약간 다르다. 별명은 자신의 이름 이외에 또 하나의 이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나쁜 의미를 가진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애칭은 사랑스러운 호칭이라는 말 그대로 좋은 의미를 가진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별명 중에서 호감을 표현한 것이나 사랑스러운 것은 애칭이 될 수 있다. 별명이 만들어지는 계기는 보통 세 가지 경우가 있다. 첫 번째는 용모에 관한 것으로서 얼굴이나 외모의 특징에서 출발한 별명이 있다. 얼굴모습을 보고 고양이라든지 토끼라고 하는 경우다. 두 번째는 성격에서 나온 것인데 박씨 성을 가진 사람이 큰 소리를 잘 치는 경우에는 박대포라는 별명을 얻을 수 있다. 세 번째는 행동을 보고 만든 별명이다. 행동이 느린 사람을 보고 거북이나 곰..

카 _ 홍승환

카 홍승환 카라멜 향기가 듬뿍 담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카스테라와 함께 하면 더욱 행복하리라카리스마 넘치는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카리브해에서나 봄직한 옷들이 눈을 호사에 빠뜨린다 카네이션 꽃보다 더 붉은 입술들이 쉴 새 없이 떠들어댄다카다록에서 튀어나온 듯한 얼굴들이 거리에 가득하다카니발 축제의 화려한 행렬들이 분주히 움직인다카사노바 풍의 젊은이들이 쓴 선글라스 속의 눈동자가 궁금하다 카드 한 장 없는 88만원 세대들은 손에 손에 책을 들고 있다카고 같은 지하철에서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들은 오늘도 바쁘다카운터 펀치를 맞은 듯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다카레향보다 더 이국적인 모습속에 양극을 달리고 있다 카메라 속 앵글 밖의 모습은 너무도 지저분하다카지노 대박이나 로또 대박만을 노리고 있다카츄샤를..

좋은 말이 사람을 키웁니다 _ 이해인

좋은 말이 사람을 키웁니다 이해인 어떤 상황에서 누가 강한 불만을 토로하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우린 잘 모르잖아요˝ 라고 조심스레 대꾸해 보고, 늘 자신을 비하하며 한탄하는 이들에겐 ˝걱정 마시고 힘을 내세요. 곧 좋아질 거예요˝ 라고 위로의 표현을 해 봅니다. 싫다, 지겹다는 말을 자꾸 되풀이하면 실제로 지겨운 삶이 될 테니 우선 말이라도 그 반대의 표현을 골라서 연습하다 보면 그 좋은 말이 우리를 키워 주는 걸 경험하게 된다고 감히 경륜 쌓인 교사처럼 친지들에게 일러 주곤 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나의 잘못이나 허물을 지적받았을 때도 변명을 앞세우기보다는 일단 고맙다, 죄송하다는 말부터 먼저 하고 나면 마음이 자유롭고 떳떳해지는 승리감을 맛보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려 줍니다. * 2017년 ..

차 _ 홍승환

차 홍승환 차분한 마음으로 심호흡을 한 후차 한 잔을 마시며 하늘을 바라본다차디찬 철제 책상위에 놓인 사진 한장차라리 눈을 감고 꿈속에 빠져들고 싶다 차렵이불 속에서 꿈틀꿈틀 뒹굴뒹굴차고 쾌한 공기를 피해 숨어 있다차 소리가 창밖에서 들려온다차이가 없는 계절은 시간으로 흘러간다 차표를 끊고 그대가 있는 곳으로 간다차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머리를 맑게해준다차차차 박자같은 경쾌함으로 의자의 진동이 몸을 편하게 해준다차마 잠을 잘 수 없어 뜬 눈으로 새벽을 달린다 차마 그대를 잊지 못해 오늘도 잠 못 이룬다

나의 하늘은 _ 이해인

나의 하늘은 이해인 그 푸른 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몹시 갑갑하고 울고 싶을 때 문득 쳐다본 나의 하늘이 지금은 집이 되고 호수가 되고 들판이 된다. 그 들판에서 꿈을 꾸는 내 마음 파랗게 파랗게 부서지지 않는 빛깔 하늘은 희망을 고인 푸른 호수 나는 날마다 희망을 긷고 싶어 땅에서 긴 두레박을 하늘까지 낸다. 내가 물을 많이 퍼가도 늘 말이 없는 하늘 * 2017년 12월 26일 화요일입니다.한 해의 마지막 주가 남았습니다.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잘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 _ 디킨스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 디킨스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 영혼 속에 머물면서 언어없는 가락을 노래하며 결코 중지하는 일이 없다. 거센 바람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들린다. 이 작은 새는 괴롭힌 일로해서 폭풍우도 괴로움을 느낄 것이니 새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녹여주었기에 꽁꽁 얼듯이 추운 나라와 먼 바다 기슭에서 그 노래를 들었다. 그러나 괴로움 속에 있으나 한번이라도 빵조각을 구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 2017년 12월 22일 금요일입니다.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합니다.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카피의 힘 _ 패러디의 법칙

패러디의 법칙 예전 비디오 가게에서 대여해 주던 야릇한 영화제목을 보라. 정말 기발한 제목이 많다. ‘왕의 국물’, ‘박하사랑’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요즘은 영화 제목을 패러디한 포스터가 인터넷에서 유행하고 있다. 정말 아이디어가 다양하고 사람들의 이런 생각에 놀랍기만 하다. 여러 영화를 패러디한 영화도 있다. 주로 코미디영화인데 한 편의 영화에 수십 편의 영화 명장면을 모아 보여주는 것이다. 패러디는 영화, 음악, 문학 등 모든 문화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패러디는 '다른 노래에 병행하는 노래'라는 뜻의 그리스어 parodei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문학에서는 특정 작가의 약점이나 지나친 상투성을 강조해 보이기 위해 그들의 문체나 수법을 흉내 내는 일종의 풍자적 비평이나 익살스러운 조롱조의 ..

자 _ 홍승환

자 홍승환 자신의 미래를 본 적이 있나요?자고나면 없어지는 꿈속처럼 까만 기억들자유로운 날개짓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공간자극적인 눈빛 하나로도 모든 걸 읽을 수 있죠 자나깨나 마음속에 담고 있는 그 무엇자금성보다도 크고 원대한 꿈자석같이 붙어버린 머리와 마음이자두같이 바알간 색으로 물들어 버린 곳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것인가자루속에 들어있는 것처럼 깜깜한 세상자로 잰 듯 알 수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다면자명종 시계로 알려주고 싶다 자메이카로 가는 길에서 만난자전거를 탄 여인의 치마속 하얀 속살처럼자물쇠로 잠겨버린 미지의 곳에서자장가 소리에 감겨버린 눈을 뜨고 싶다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자신을 믿지만 자만은 금물자유로운 생각으로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자자서전의 마지막장을 쓰는 그 날까지...

내 마음은 나한테 없을 때가 많다 _ 정채봉

내 마음은 나한테 없을 때가 많다 정채봉 내 마음은 나한테 없을 때가 많다. 거기가면 안된다고 타이르는데도 어느새 거기에 가 있곤 한다. 이제 내 마음은 완전히 너한테 가 있다. 네가 머무르는 곳 마다에 내 마음 또한 틀림없이 있다. 너는 내 마음의 고삐인것이다. 네가 자갈길을 걸으면 내 마음도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 때가 많을 것이다. 네가 가시밭길에 들면 내 마음도 가시밭에서 방황할 것이다. 너는 나를 위해서라도 푸른 풀밭 사이로 맑은 시내가 흐르는 거기에 싱싱한 풀꽃처럼 있어야 한다. 너는 내 마음의 고삐다. 잊지 말아야 한다. * 2017년 12월 21일 목요일입니다.연말연시 여기저기 바쁜 일정입니다.가끔은 천천히 멈춰 설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