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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라는 이름의 두 글자는 _ 박재동

희망이라는 이름의 두 글자는                                                   박재동  마냥 안주하고 싶을 때나를 초조하게 만드는 너 내가 울고 있을 때살며시 내 옆에서 같이 울어주는 너 내가 자신감이 지나쳐 허세를 부릴 때송곳으로 내 심장을 마구 찔러대는 너 소리 없이 왔다가나에게 하나의 의미를 던져주고 가는 '희망'이라는 두 글자의네 녀석이 그립고도 때론 밉다  * 2024년 12월 31일 화요일입니다.정말 다사다난했던 2024년이었습니다.2025년에는 '희망'이라는 녀석과 더욱 친해지길 기대해봅니다. 홍승환 드림

무심천 _ 도종환

무심천                          도종환  한 세상 사는 동안가장 버리기 힘든 것 중 하나가욕심이라서인연이라서그 끈 떨쳐버릴 수 없어 괴로울 때이 물의 끝까지 함께 따라가 보시게 흐르고 흘러 물의 끝에서문득 노을이 앞을 막아서는 저물 무렵그토록 괴로워하던 것의 실체를 꺼내물 한 자락에 씻어 헹구어 볼 수 있다면 이 세상 사는 동안엔 끝내 이루어지지 않을어긋나고 어긋나는 사랑의 매듭다 풀어 물살에 주고달맞이꽃 속에 서서 흔들리다 돌아보시게돌아가는 텅 빈 가슴으로 바람 한 줄기 서늘히 다가와 몸을 감거든어찌하여 이 물이 그토록 오랜 세월무심히 흘러오고 흘러갔는지 알게 될지니아무 것에도 걸림이 없는 마음을무심이라 하나니 욕심을 다 버린 뒤저녁 하늘처럼 넓어진 마음 무심이라 하나니다 비워 고요..

겨울 속에서 _ 임영준

겨울 속에서                             임영준  숨쉴 구멍은터놓았나요 가끔 하소연할 별자리는잡아두었나요 몇 걸음만 더 가면따사롭고가뿐해질 텐데 지레 꺾어질 수 있나요예서 멈출 수 있나요  * 2024년 12월 26일 목요일입니다.누구에게나 각각의 쓸모가 있는 법입니다.누군가의 쓸모가 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날마다 성탄일 _ 정연복

날마다 성탄일                            정연복  소중하지 않은 시간은세상에 없습니다 모든 시간이아주 똑같이 소중합니다 아직은 우리가 살아 있어날마다 '시간'이라는 선물을 받습니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을 넘으면시간은 우리에게서 영영 멀어집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만 누릴 수 있는최고로 귀한 선물인 '시간'을 우리는 매 순간의미 있는 일들로 채워가야 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우리는 뜨럽게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 가슴 속 사랑의 불이 식었다면한시바삐 그 불을 다시 피워야 합니다 우리는 어느 날에라도사랑의 신을 맘속에 모실 수 있습니다. 사랑의 천사인 아기 예수가언제라도 우리 맘속에서 태어날 수 있습니다 단지 12월 25일뿐만 아니라일 년 365일 모든 날이 똑같이 귀하고 거룩한 날이요성탄일이..

네 마음에다 _ 구상

네 마음에다                           구상  요즘 멀쩡한 사람들 헛소리에너나없이 놀아날까 두렵다 길은 장님에게 물어라해답은 벙어리에게 들으라시비는 귀머거리에게서 밝히라진실은 바보에게서 구하라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길은 네 마음에다 물어라해답은 네 마음에서 들으라시비는 네 마음에서 밝히라진실은 네 마음에다 구하라  * 2024년 12월 23일 월요일입니다.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집니다.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블루 블루스 _ 정끝별

블루 블루스                              정끝별  땅 속 저 깊은 흙구덩이에서도검게 그을린 씨앗으로 남아여덟 개의 꽃잎을 만들어냈다는이천 년 만에 핀 젖빛 목련 여래나 금륜왕이 올 때까지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히말라야 산록의 우담화삼천 년 만에 피는 꽃 얼음 토탄이 되어서도살아남았다는 기적의 씨앗푸른 등꽃을 닮은 알래스카 루핀일만 년 만에 핀 꽃 그러나 흙 속에서 얼음 속에서싹도 피워보지 못한 채 죽어간세상 모든 씨들마음 속에서 죽어간하 많은 기다림의 씨들  * 2024년 12월 20일 금요일입니다.남을 바꾸기 보다는 자신을 바꾸는 게 훨씬 쉽습니다.변화에 적극적인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동면을 꿈꾸며 _ 임영준

동면을 꿈꾸며                            임영준  으슥한 틈만 보이면날선 바람이 몰아치느니이제 더 이상숨어들 모퉁이도 없는데진즉 탈락한 패배자들에게이 겨울은 차라리공평하다빙점을 망각한 세계의 중심에서핫바지로 마주선 인종들도예각으로 한 측 가르고 서 있지만갈증 나는 이방인들의 열망으로또 한 시절이 끓어오른다조금만 눈을 돌리고긴 잠에 들어버리면 될 듯도 한데그것도 선택된 자들의 몫이 아닌지그래도 나는 고대의 끈을 움켜쥐고동면을 꿈꾼다  * 2024년 12월 19일 목요일입니다.중요하지만 급하지 않는 일들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게으름을 극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한 해를 보내며 _ 이시은

한 해를 보내며                             이시은  봄꽃에 아리던 눈녹색물결로 씻어내고단풍물결한바탕 소리치다 떠난 자리 턱에 숨 걸리던 여름에는다시 올 것 같지 않던 겨울이 찾아오고먼 길 떠난 정인 같은 눈발 찾아오면아쉬움만 눈꽃으로 피어난다 한 장 남은 달력은가쁜 숨 몰아쉬며 달려가고쳇바퀴 도는 일상의 틈바구니 속에서송년을 노래하는 사람들 십이월 끝자락으로 걷는 길은삼베옷 입고 얼음 위를 걷는 느낌잘가라보내는 인사말은 짧을수록 좋은 것십이월에는생각들이 풍선이 되어 하늘로 날아간다  * 2024년 12월 18일 수요일입니다.열심히 하면 기회가 오고 꾸준히 하면 변화가 찾아옵니다.루틴을 잃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길 _ 강연호

길                      강연호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점들의 집합을 선이라 한다최단거리일 때 직선이라 부른다수학적 정의는 화두나 잠언과 닮아 있다때로 법열을 느끼게도 한다길이란 것도 말하자면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 점들의 집합이다최단거리일 때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임의의 한 점에서 다른 점에 이르는 동안점들은 언제나 고통으로 갈리고점들은 마냥 슬픔으로 꺾여 있다수학적으로 볼 때 나는 지금임의의 한 점 위에서 다른 점을 찾지 못해우두커니 서 있는 셈이다그러니까 처음의 제 몸을가르고 꺾을 때마다 망설였을 점들의 고뇌와 번민에 대해곰곰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다  * 2024년 12월 17일 화요일입니다.어설프게 조금 알 때가 가장 위험할 때입니다.올바른 길을 찾는 하루 되시기..

여백 가득히 사랑을 _ 노은

여백 가득히 사랑을                                 노은  누구에게나 뒷모습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다.그 어떤 것으로도 감추거나 꾸밀 수 없는 참다운 자신의 모습이다.그 순간의 삶이 뒷모습에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문득 눈을 들어 바라볼 때내 앞에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뒷모습이아름답게 느껴지면 내 발걸음도 경쾌해진다.뒷모습이 쓸쓸한 사람을 바라보노라면 내 마음도 울컥해진다.얼굴이나 표정뿐만이 아니라 뒷모습에도넉넉한 여유를 간직한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면이 세상은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지 않겠는가.거울 앞에서도 얼굴만 바라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도비추어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2024년 12월 16일 월요일입니다.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는 법입니다.여유 있고 당당한 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