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604

기억만이 _ 피천득

기억만이 피천득 햇빛에 이슬같은 무지개 같은 그 순간 있었으니 비바람 같은 파도 같은 그 순간 있었으니 구름 비치는 호수 같은 그런 순간도 있었으니 기억만이 이련한 기억만이 내리는 눈 같은 안개 같은 * 2024년 2월 7일 수요일입니다. 할 수 있는 것도 계속 미루다 보면 못 하는 법입니다. 게으름을 극복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다름 vs 틀림

우리 일상에서 아마 가장 많이 실수해 사용되고 있는 단어가 '다름'과 '틀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래 문장들은 모두 잘못 사용되고 있는 문장들입니다. - 나이가 틀려 힘이 다르지 않을까? - 어, 머리 모양이 틀려졌네. - 이 제품은 기존 제품과 완전히 틀려졌습니다. - 성별이 틀리니 좋아하는 게 틀리겠지. - 선생님하고 학생은 밥 먹는 곳이 틀려. - 학교가 틀리니 교복이 제각각이구먼. - 신분이 틀리니 대접이 틀리지. - 너는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좀 틀려. - 흑인하고 백인은 체형이 틀려. 위 문장들은 모두 '틀리다' 대신 '다르다'를 써야 올바른 문장들입니다. - 나이가 다르니 힘이 다르지 않을까? - 어, 머리 모양이 달라졌네. - 이 제품은 기존 제품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 성..

아마도 _ 정유찬

아마도 정유찬 그리우면 무척 그리우면 꽃이 필까 바위에 피어서 꽃잎이 펄펄 날릴까 그리움처럼 한없는 그리움으로 날리는 꽃잎이 울까 울던 꽃잎이 그리움에 또 젖을까 그럴 거야 그러고도 남을 거야 * 2024년 2월 6일 화요일입니다.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아는 걸 실행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베개 vs 배개 vs 벼개

잠 잘 때 꼭 필요한 물건이죠. 그런데 가끔 '베개'인지 '배개'인지 '베게'인지 '벼개'인지 헷갈리는 단어입니다. 우선 정답은 '베개'가 맞는 표현입니다. '베다'의 어간 '베-'와 앞서 말씀드렸던 접미사 '-개'가 합쳐진 단어죠. 우선 '베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혼동되는 '배개'라는 단어를 확인하기 위해서 '배다'라는 단어의 뜻도 찾아보죠. '배다'가 다양한 뜻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누울 때 사용하는 '베개'의 용도의 뜻은 없습니다. 아래와 같이 '배다'와 '베다'를 구분해 사용하면 됩니다. "그녀의 베개를 베고 누워있었더니 그녀의 향기가 내 몸에 뱄다." 마지막으로 '벼개'는 맞춤법이 틀린 단어이지만, 생활 속에서는 일종의 사투리로 통용되기도 합니다. 참고로 강원도..

그네 _ 문동만

그네 문동만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 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 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그렇게 흔들렸던 세월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 아직 누구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 * 2024년 2월 5일 월요일입니다. 흔들려야 부러지지 않는 법입니다. 적절히 흔들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찌개 vs 찌게

음식점 간판이나 차림표를 보면 잘못된 표기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등에서 '찌개'를 '찌게'로 잘못 적어 놓은 것들이다. '찌개'는 동사 '찌다'(쪄서 익히다)의 어간 '찌-'와 접미사 '-개'가 합해져 이루어진 단어이다. 이를 '찌게'로 잘못 적는 것은 [ㅔ]와 [ㅐ]의 발음 구별이 어려운 탓인데 접미사 '-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헷갈리는 일이 줄어든다. 접미사 '-개'는 일부 동사의 어간 뒤에 붙는 '그러한 행위를 하는 도구, 그러한 행위를 특성으로 지닌 사람' 등의 뜻을 더해 명사로 만들어준다. '찌개'와 마찬가지로 동사의 어간에 접미사 '-개'가 붙어 이루어진 단어인 '지우개, '덮개', '이쑤시개', '베개', '날개', '오..

개발 vs 계발

자기 개발? 자기 계발? ‘개발’과 ‘계발’ 두 낱말은 실제로 거의 구분이 없어진 것처럼 혼동되어 쓰이고 있다. 그러나 ‘개발(開發)’과 ‘계발(啓發)’은 원래부터 쓰임이 서로 달랐으며, 아직도 이 둘의 쓰임은 구분될 필요가 있다. ‘개발(開發)’에는 ‘개척’의 의미가 담겨 있다. 유전을 개발하거나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은 모두 ‘개척’이다. 이를 ‘계발’과 비교하면 가장 뚜렷한 특징은 무언가를 ‘새로 이루어 내다’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계발(啓發)’은, 인간의 지적⋅정신적 능력에 관계된 낱말이다. 들판에 신도시를 열듯(개발), 정신세계에 깨우침을 여는 것(계발)이다. ‘계발’의 특징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끌어 내다’라고 볼 수 있다. 즉, ‘개발’은 “동해상에 유전을 개발한다.”로, ‘계발’은..

지나간다 _ 천양희

지나간다 천양희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어 눈을 감는다. * 2024년 2월 2일 금요일입니다. 그래도 항상 겨울은 가고 봄은 오기 마련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

껍질째 vs 껍질채

요즘에는 농약 때문인지 사과를 먹을 때 껍질을 벗겨서 먹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사과 껍질을 벗겨서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사과뿐만 아니라 껍질을 먹을 수 있는 과일은 모두 잘 씻어서 혹은 옷에 한 번 쓱쓱 문질러 “껍질째” 먹고는 했다. 이처럼 ‘-째’는 ‘그대로’ 또는 ‘전부’, '온전히' 라는 뜻을 더하는 접미사이다. 그래서 항상 앞에 나오는 말과 붙여서 쓴다. “낙지를 통째로 삼켰다.”는 물론이고, “포도를 씨째 먹었다.”라든지, “약초를 뿌리째 캤다.”, “국을 냄비째 상에 놓았다.” 들에서는 모두 ‘-째’를 붙여 쓴다. 그런데 이 ‘-째’와 혼동하여 쓰는 것으로 ‘체’와 ‘채’가 있다. 이 세 가지는 종종 잘못 쓰이는데, 일단 ‘체’와 ‘채’는 접미사인 ‘-째’와는 달리 의..

정직한 시 _ 박노해

정직한 시 박노해 시가 되지 않는 건 정직한 것이다 시가 되지 않는 건 배가 고프지 않아서이고 고독하지 않아서이고 여린 나무 같은 시의 지팡이 말고 붙들고 의지할 데가 많아서이다 시가 되지 않는 건 고마운 일이다 시가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침묵하라 대지에 떨어진 씨앗처럼 나직이 묻혀서 잉태의 침묵을 살아라 그러면 시적인 삶이 시를 낳아주리라 폭풍과 눈보라 길을 걸어온 뼈저린 진실의 말을, 나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단 하나의 말을, 정직한 시를 * 2024년 2월 1일 목요일입니다. 모든 자신감은 많은 준비에서 비롯됩니다.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