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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_ 신경림

길                        신경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 내어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그늘을 ..

행복에게 _ 이해인

행복에게                       이해인  어디엘 가면 그댈 만날 수 있을까요누굴 만나면 그댈 보여 줄까요내내 궁리 하다가제가 찾기로 했습니다 하루 하루 살면서 부딪치는 모든 일저무는 시간 속에서마음을 고요히 하고갯벌에 숨어 있는 조개를 찾듯두 눈을 크게 뜨고그대를 찾기로 했습니다 내가 발견 해야만빛나는 옷을 차려입고 사뿐히 날아올나의 그대 내가 길들여야만낯설지 않은 보석이 될나의 그대를  * 2024년 7월 2일 화요일입니다.새로운 시각을 얻고자 한다면 익숙함을 버려야 합니다.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별을 바라보며 _ 효림

별을 바라보며                              효림  한 일억 광년 정도 멀리 서서아예 저 광활한 우주 끝을 지나 그 너머에서여기 우리가 날마다 지지고 볶으며 살고 있는 이 지구를반짝이는 작은 별로 바라보고 싶다 민들레가 피고 들국화가 피고그리고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또 누군가는 아픈 가슴으로 이별을 하고전쟁을 하고 사람이 죽고사연들이 그냥 반짝이는 빛으로만 보이겠지오늘밤 저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 나는 혹시 저 중의 별 하나에서 왔는지도 모른다그리고 그 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연들을여기에서 반짝이는 작은 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겠지  * 2024년 7월 1일 월요일입니다.한 해의 새로운 절반이 시작되었습니다.보람되고 다정한 여정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홍승환 드림

햇살에게 _ 정호승

햇살에게                        정호승  이른 아침에먼지를 볼 수 있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먼지가 된 나를하루종일찬란하게 비춰주셔서감사합니다.  * 2024년 6월 28일 금요일입니다. 좋은 말이 자신을 키우는 법입니다.주변을 미소 짓게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순간의 꽃 _ 복효근

순간의 꽃                          복효근  그저 무심히내가 너를 스쳐갔을 뿐인데너도 나를 무심히스쳐갔을텐데 그 순간 이후는네가 나를 내가 너를스쳐가기 이전의세상이 아니다 긴밤의 불면과가을 들어서의 치통이누군가가 스쳐간상처 혹은 흔적이라면 무심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너와 나와는그 무심한 스침이 빚어놓은순간의 꽃이기 때문인 것이다  * 2024년 6월 27일 목요일입니다.자신감과 자존감은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변하지 않는 자존감을 추구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강물 _ 정호승

강물                         정호승  그대로 두어라흐르는 것이 물이다 사람의 용서도 용서함도 구하지 말고청춘도 청춘의 돌무덤도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흐르는 것이 길이다 흐느끼는 푸른 댓잎 하나날카로운 붉은 난초잎 하나강의 중심을 향해 흘러가면 그뿐 그동안 강물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내가 아니었다 절망이었다 그동안 나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강물이 아니었다 희망이었다  * 2024년 6월 26일 수요일입니다.상처받지 않기를 원한다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용감하게 그냥 시작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별 _ 신형주

별                           신형주  가슴에 별을 간직한 사람은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다 소멸하는 빛 흐느끼고별이 낡은 구두를 벗어 놓는다 절대 고독, 허공에 한 획 긋는다별을 삼킨 강 뒤척인다 가슴에서 별이 빠져나간 사람은어둠 속에서 절벽을 만난다  * 2024년 6월 25일 화요일입니다.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본 지가 한참입니다.별을 찾아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6월에 꿈꾸는 사랑 _ 이채

6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사는 일이 너무 바빠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네청춘도 이와 같아꽃만 꽃이 아니고나 또한 꽃이었음을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네 인생이 길다 한들천년만년 살 것이며인생이 짧다 한들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6월 같은 사람들아피고 지는 이치가어디 꽃뿐이라 할까  * 2024년 6월 24일 월요일입니다.잘 들어줄 수 있어야 공감할 수 있는 법입니다.끝까지 잘 들어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딱따구리 소리 _ 김선태

딱따구리 소리                                 김선태  딱따구리 소리가 딱따그르르숲의 고요를 맑게 깨우는 것은고요가 소리에게 환하게 길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고요가 제 몸을짜릿짜릿하게 빌려주기 떄문이다. 딱따구리 소리가 또 한 번 딱따그르르숲 전체를 두루 울릴 수 있는 것은숲의 나무와 이파리와 공기와 햇살숲을 지나는 계곡의 물소리까지가 서로딱,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 2024년 6월 21일 금요일 절기상 하지입니다.무언가 잘 진행되고 있다면 누군가의 노력이 있는 법입니다.누군가의 수고로움에 감사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_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더구나 나를 뒤돌아 본다는 것이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나였다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새에 대해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저 세월들을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새는 날아가면서뒤돌아보는 법이 없다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이미 죽은 새다  * 2024년 6월 20일 목요일입니다.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현재에 충실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