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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한 점 _ 나태주

별 한 점 나태주 하늘에 별 한 점 흐린 하늘을 열고 어렵사리 나와 눈 맞추는 별 한 점 어디 사는 누구일까 나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과 그의 기도가 모여 별이 되었다 나의 마음과 나의 기도와 만나 더욱 빛나는 별이 되었다 밤하늘에 눈물 머금은 별 한 점 * 2024년 1월 31일 수요일입니다. 잘 보이지 않던 별이 유난히 잘 보이는 밤이 있습니다. 별이 빛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내일은 _ 배월선

내일은 배월선 복잡하게 살지 않을 거야 햇살이 풀리면 웃고 소나기 내리면 맞을 거야 내일은 굴곡진 삶의 장단에 맞추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대로 땅에서 물무늬 그릴 거야 내일은 우산을 쓰기도 하고 접기도 하는 거지 세상을 따르며 사는 거야 내일은 낯빛 바꾸지 말고 넓게 높게 깊게 타협하며 평정을 가슴에 담을 거야 내일은 기다려 주는 연습이 좋고 어깨를 내밀어 기댈 수 있게 푸른 향기 나누는 거야 내일은 * 2024년 1월 30일 화요일입니다. 연습을 했다고 완벽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완벽하게 연습을 해야만 완벽해 지는 법입니다. 홍승환 드림

기울임에 대하여 _ 안오일

기울임에 대하여 안오일 책장 정리를 하는데 덜 찬 책꽂이의 책들이 자꾸만 빈 공간 쪽으로 쓰러진다 책 한 권 비스듬히 세워놓으면 되는데도 번듯한 폼에 어긋나므로 몇 번이고 바르게 세워보지만 여전히 마찬가지다 결국 맨 끝 쪽 책을 약간 기울여 놓으니 기울임에 살짝 의지하여 바로 서는 책들, 기울인다는 건 불안한, 거슬리는, 한쪽이 낮아지는 그렇게 폼 잡을 수 없는 도둑맞은 생의 각도 같은 그 기울임이 다른 생을 일으킨다 애당초 기울임 속에 바로 선 것들이 살고 있다 * 2024년 1월 29일 월요일입니다. 생각의 전환이 모든 것을 바꾸기도 합니다. 시선을 조금 기울여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겨울나기 _ 도종환

겨울나기 도종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려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 2024년 1월 25일 목요일입..

쉼표 _ 이선명

쉼표 이선명 아침에 일어나 햇살에 잠을 말린다 마음의 아날로그를 찾아 시간을 깨우고 삶은 조금 더 낯설어졌다 낯선 것은 더 설레인다 배꼽시계가 울리면 식사를 하고 가깝지만 멀었던 바다를 찾아가 내가 그리웠을 너에게 인사를 한다 지루하지 않은 평안으로 다시 들여다본다 악취로 가득했던 욕망의 하모니들 거울 속 청년은 마음의 노인이 되기로 했다 몸이 가벼워야 멀리 갈 수 있다 가진 것의 반을 지난 길에 놓아둔다 노을이 지고 별이 뜨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담잠이 머무는 새벽 닭이 울기 전에 잠이 들기도 한다 내일은 비가 와도 좋을 것 같다 * 2024년 1월 24일 수요일입니다. 쉼표가 없으면 숨이 막혀 힘들어집니다. 적절한 때에 쉼표를 찍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물 위를 걸으며 _ 정호승

물 위를 걸으며 정호승 물 속에 빠져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발이 빠지지 않는다 물 속에 빠져 한마리 물고기의 시체가 되어도 좋다고 생각하고 물 위를 걸으면 물 속에 무릎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주어진 물 위를 걸어가는 이 짧은 시간 동안 물 속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지 말고 출렁출렁 부지런히 물 위를 걸어가라 눈을 항상 먼 수평선에 두고 두려워하지 말고 * 2024년 1월 23일 화요일입니다. 어떤 현상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감이 높다고 합니다. 이해하고 수용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눈 온 아침 _ 신경림

눈 온 아침 신경림 잘 잤느나고 오늘따라 눈발이 차다고 이 겨울을 어찌 나려느냐고 내년에도 또 꽃을 피울 거냐고 늙은 나무들은 늙은 나무들끼리 버려진 사람들은 버려진 사람들끼리 기침을 하면서 눈을 털면서 * 2024년 1월 22일 월요일입니다.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엉뚱한 답변을 하기 마련입니다. 핵심을 간파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이 겨울에 _ 박찬욱

이 겨울에 박찬욱 수평선 가로누워 구름을 베고 은빛 햇살 물 마시면 겨울 하늘은 눈이 시게 차다 둥지 찾아온 겨울새 멀고 먼 이야기 모래 속 진주 캐어 내던 겨울 바다는 그리움에 자란다 눈 꽃송이 마음 부르고 노랗게 묵은 세월 서리빛 가지 꿈 돋을 때 겨울 바람은 생명을 부른다 잡힐 듯 손 끝에 머무는 북두칠성 싸늘한 하늘 언저리 이 겨울밤은 별꽃 속에 피어 있다 * 2024년 1월 18일 목요일입니다. 집착하지 않으면 마음이 물처럼 흐르는 법입니다. 미련을 갖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