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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_ 한용운

비                        한용운  비는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가장 좋은 기회를 줍니다.비는 해를 가리고 하늘을 가리고,세상 사람의 눈을 가립니다. 그러나 비는 번개와 무지개를 가리지 않습니다.나는 번개가 되어 무지개를 타고,당신에게 가서 사랑의 팔에감기고자 합니다. 비오는 날 가만히 가서 당신의 침묵을 가져온대도,당신의 주인은 알 수가 없습니다.만일 당신이 비오는 날에 오신다면,나는 연잎으로 웃옷을 지어서보내겠습니다. 당신이 비오는 날에 연잎옷을 입고 오시면,이 세상에는 알 사람이 없습니다.당신이 비 가운데로 가만히 오셔서나의 눈물을 가져가신대도영원한 비밀이 될 것입니다.비는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가장 좋은 기회를 줍니다  * 2024년 7월 18일 목요일입니다.우산을 써도 소용이..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_ 이정하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이정하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꺠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여, 지금 어디 있는가.보고 싶다 보고 싶다말도 못 할 만큼그대가 그립습니다.  * 2024년 7월 17일 제헌절입니다.구부러진 길에서도 똑바로 걸을 수 있습니다.환경을 이겨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매미 _ 정연복

매미                     정연복  불볕더위 속어디에선가 함성처럼 들려오는매미 소리 저것은 생명의 찬가인가피울음의 통곡인가 겨우 한 달 남짓한짧은 생애일 뿐인데도 나 이렇게 찬란하게지금 살아 있다고 온몸으로 토하는뜨거운 소리에 늦잠에서 부스스 깨어난나는 참 부끄럽다  * 2024년 7월 16일 화요일입니다.맞고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비 소식이 있는 하루 외출 하실 때 우산 챙기세요. 홍승환 드림

급류 _ 오세영

급류                       오세영  마음 깊은 곳에서 흘러때로 웃기고 때로 울리는 감정처럼어제런듯 화사하게 꽃피웠다가금세 싸늘해져 낙엽으로 내리는 대지의물.가능한 속내는겉으로 드러내지 않을수록 좋다.안으로, 안으로 모두어든든한 제방에 가두어 두어야 한다.그 수맥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감정 깊은 골은 언제인가 반드시무너져홍수를 일으키니까.  * 2024년 7월 15일 월요일입니다.출발선 보다는 목표지점이 변하지 않아야 합니다.포기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장작불 _ 백무산

장작불                        백무산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먼저 불이 붙은 토막은 불씨가 되고빨리 붙은 장작은 밑불이 되고늦게 붙는 놈은 마른 놈 곁에젖은 놈은 나중에 던져져활활 타는 장작불 같은 거야몸을 맞대어야 세게 타오르지마른 놈은 단단한 놈을 도와야 해단단한 놈일수록 늦게 붙으나옮겨 붙기만 하면 불의 중심이 되어탈 거야 그때는 젖은 놈도 타기 시작하지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몇 개 장작만으로는 불꽃을 만들지 못해장작은 장작끼리 여러 몸을 맞대지 않으면절대 불꽃을 피우지 못해여러 놈이 엉겨 붙지 않으면쓸모없는 그을음만 날 뿐이야죽어서도 잿더미만 클 뿐이야우리는 장작불 같은 거야  * 2024년 7월 12일 금요일입니다.나와 다른 걸 틀리다고 생각해선 안됩니다.다양성을 인정하는 하루 ..

줄다리기 _ 박상천

줄다리기                      박상천  줄다리기의 역설을 아는 이들은조급해 하지 않습니다.힘이 강한이가 힘을 쓴 만큼그들은 뒤로 물러 갑니다.물러가고서도 이겼다고 좋아 하지만그러나, 아시나요힘이 약해 끌려 간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강한 이들의 영토를 차지 하면서전진하고 있다는 것을줄다리기의 역설을 아는 이들은세상을, 조급한 마음으로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 2024년 7월 11일 목요일입니다.무엇이든 다르게 볼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고정관념을 벗어나 현상을 다르게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7월, 여름편지 _ 이해인

7월, 여름편지                           이해인  움직이지 않아도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여름이 오면, 친구야우리도 서로 더욱뜨겁게 사랑하며기쁨으로 타오르는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산에 오르지 않아도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여름이 오면, 친구야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우는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고 했지?바닷가에 나가지 않아도파도소리가 마음을 흔드는여름이 오면, 친구야우리도 탁 트인 희망과 용서로매일을 출렁이는작은 바다가 되자고 했지?여름을 좋아해서여름을 닮아가는 초록빛 친구야멀리 떠나지 않고서도삶을 즐기는 법을 너는 알고 있구나너의 싱싱한 기쁨으로나를 더욱 살고 싶게 만드는그윽한 눈빛의 고마운 친구야  * 2024년 7월 10일 수요일입니다.근본적인 걸 해결하..

동그라미와 직선 _ 고명

동그라미와 직선                                  고명  지루할거야 나무들은꽃을 피우는 일도 그만 신물이 날거야해마다 다른 꽃을 피울 수 있다면야몰라, 같은 빛깔 같은 모양게다가 환히 알고 있는 순서 그대로 헤어지는 일에도 이골이 났을거야가을엔 모두를 떠나보낸다지만잎이 떨어진 자리마다 어느새새봄을 감춰 놓고 있던 걸 아니야, 이별이 아니야겨울 한 철 떠나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어손 흔들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어 때로는 나무처럼 살고 싶을 때도 있지만지나온 길 발자욱마다 다시 밟아같은 빛깔 같은 모양 되풀이 피울 바에야 헤쳐 가야겠다, 안개 속 외줄기 길아무도 밟지 않은 그 새벽길을아득히 끝을 보며 시작을 보며  * 2024년 7월 8일 월요일입니다.놀라운 아이디어는 보통 더 오래..

7월에 꿈꾸는 사랑 _ 이채

7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하찮은 풀 한 포기에도뿌리가 있고이름 모를 들꽃에도꽃대와 꽃술이 있지요아무리 작은 존재라 해도갖출 것을 다 갖춰야 비로소 생명인 걸요 뜨거운 태양 아래바람에 흔들리며 흔들리며소박하게 겸허하게 살아가는저 여린 풀과 들꽃을 보노라면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견딜 것을 다 견뎌야 비로소 삶인 걸요 대의만이 명분인가요장엄해야 위대한가요힘만 세다고 이길 수 있나요저마다의 하늘을 열고저마다의 의미를 갖는그 어떤 삶도 나름의 철학이 있는 걸요 어울려 세상을 이루는 그대들이여!저 풀처럼 들꽃처럼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그 무엇하나 넉넉하지 않아도이 하루 살아 있음이 행복하고더불어 자연의 한 조각임이 축복입니다  * 2024년 7월 5일 금요일..

개망초꽃 _ 안도현

개망초꽃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개망초꽃은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훗날 그 보잘 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 2024년 7월 4일 목요일입니다.후추는 살짝 치면 음식의 풍미를 높여주지만 과하면 모든 걸 덮어버립니다.적정량을 지키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