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쉬어가는 자리에 _ 김시천 가끔 쉬어가는 자리에 김시천 가끔 귀어가는 자리에 나무 한 그루 있으면 좋겠네 그 그늘 아래 작은 돌 하나 놓여 있어 문득 머물고 싶은 늘 그러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가끔씩이라도 아주 가끔씩이라도 산 밑 주막에 피어 오르던 구수한 저녁 연기 같은 그런 사람 하나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 2023년 12월 1일 금요일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달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한 달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3.12.01
겨울 사랑 _ 조현설 겨울 사랑 조현설 사랑은 널뛰기와 같아 평평한 널판 고루 나누어 조심스레 올라 서로를 마주하며 우리들 목숨 높이 뛰어오르는 널뛰기와 같아 내가 낮아지면 그대는 높아지고 끝내는 누구나 그렇게 높아지는 우리들 사랑은 널뛰기와 같아 내가 땅에서 땅을 다지는 사이 그대는 하늘에서 푸른하늘을 열고 내가 열린 하늘로 지붕을 엮는 사이 그대는 다진 땅에 기둥을 세우는 오늘 우리 사랑은 널뛰기와 같아 누가 먼저 내려선 안될 널뛰기와 같아. * 2023년 11월 30일 목요일입니다. 모든 일은 작용과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법입니다. 좋은 결과를 위한 좋은 행동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3.11.30
만남 _ 정채봉 만남 정채봉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이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 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이다 피어 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천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이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다 닳았을 때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이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다 힘들 들 때는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 주니까 당신은 지금 어떤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까... * 2023년 11월 29일 수요일입니다. 그럼에도 모든 만남은 그 의미가 있는 법입니다.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3.11.29
씩씩하게 _ 박경리 씩씩하게 박경리 뭐가 외로워 조금도 외롭지 않아 뭐가 슬퍼 조금도 슬프지 않아 괜한 어리광이었어 저기 됫박쌀 봉지 들고 씩씩하게 가는 늙은이가 있고 저기 목발 짚고 씩씩하게 걷는 소년이 있고 비에 젖으며 날아가는 백로가 있다 나도 밑바닥 세월속에선 참 씩씩했었다 일체중생 모두 고달픈 것을 나 또한 중생의 하나이니 슬퍼 말어라 * 2023년 11월 28일 화요일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재다보면 아무것도 못하는 법입니다.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3.11.28
또 기다리는 편지 _ 정호승 또 기다리는 편지 정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2023년 11월 27일 월요일입니다. 어떤 일은 기다리는 시간이 더 행복한 법입니다. 기다리는 행복을 느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3.11.27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_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 2023년 11월 24일 금요일입니다. 가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아침 공기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3.11.24
마음을 빨아 널다 _ 구경애 마음을 빨아 널다 구경애 욕심과 교만으로 얼룩진 좁디좁은 소갈딱지 주름 깊은 빨래판에 벅벅 치대어 빨아 보면 묵은 때는 비누 거품에게 다 주어 버리고 하얀 마음만 깨끗하게 헹구어 말끔히 씻은 마음 훌훌 털어 말리면 눈부신 햇살 고운 이야기 펄럭이고 외로운 눈물은 하얗게 말라 산뜻한 하루가 된다. * 2023년 11월 23일 목요일입니다. 치우지 않으면 쌓이고 더러워지기 마련입니다. 잊고 방치했던 것들을 정리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3.11.23
나사못의 변명 _ 원성용 나사못의 변명 원성용 머리에 십자가 천형의 문신처럼 새기고 달랑 몸뚱이 하나에 의지하며 머리만 남기로 몸을 숨기던 치욕스런 은폐의 날도 있었고 헐렁한 세상 네 귀퉁이 끼워 맞춘다고 한 방향만 고집하며 남의 살갗을 도려내던 무모한 젊은 날도 있었지 지금은 작은 덜컹거림에도 쉽게 몸을 빼는 나약한 모습 허나, 허리를 굽히지는 않았다 질주의 차량을 주저 앉힐만한 힘 내게도 여직 남아있다 * 2023년 11월 22일 수요일입니다. 하나 둘 타협하다 보면 엣지가 없어지기 마련입니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3.11.22
키 _ 유안진 키 유안진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나오니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나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을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 난장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 2023년 11월 21일 화요일입니다. 말을 자주 바꾸는 사람은 주변을 피곤하게 만듭니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을 멀리 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3.11.21
오늘 _ 구상 오늘 구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 2023년 11월 20일 월요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주로 급하지 않아 보일 때가 많습니다. 급하지 않은 것들을 챙겨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침의 시 한 편_좋은글, 일기 202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