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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멀미 _ 이해인

꽃멀미 이해인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서 멀미가 나지. 살아 있는 것은 아픈 것, 아름다운 것은 어지러운 것. 너무 많아도 싫지 않은 꽃을 보면서 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들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걸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지 * 2023년 11월 17일 금요일입니다.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고수하는 건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세상은 넓고 빌런은 참 많다는 걸 느끼는 요즘입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꿈과 근심 _ 한용운

꿈과 근심 한용운 밤근심이 하 길기에 꿈도 길 줄 알았더니 님을 보러 가는 길에 반도 못 가서 깨었구나 새벽 꿈이 하 쩌르기에 근심도 짧을 줄 알았더니 근심에서 근심으로 끝 간 데를 모르겠다 만일 님에게도 꿈과 근심이 있거든 차라리 근심이 꿈 되고 꿈이 근심되어라 * 2023년 11월 16일 목요일입니다. 너무 미리 해 놓으면 상황에 안 맞을 수 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뭇잎 하나 _ 신달자

나뭇잎 하나 신달자 막 떨어진 나뭇잎 하나 밟을 수 없다 그것에도 온기 남았다면 그 스러져가는 미량의 따스함 앞에 이마 땅에 대고 이 목숨 굽히오니 내 아버지 호올로 가시는 낯설고 무서운 저승길 내 손 닿지 않는 먼길 비오니 그 따스함 한가닥 빛이라도 될 수 있을까 몰라 울 아버지 동행길의 미등이 될 수 있을까 몰라 막 떨어진 나뭇잎 하나 * 2023년 11월 15일 수요일입니다. 누군가와 동행을 하기 위해선 속도를 맞춰야 합니다. 속도를 조절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혜화동 로터리 _ 조병화

혜화동 로터리 조병화 가을비 멎은 혜화동 로터리 저녁 부근은 으스스 그림자 없는 슬픔 벨르레에느의 슬픈 가을보다 내 가을이 더욱 슬프구나 사랑하던 사람도 슬퍼하던 사람도 가슴에 젖어지는 어젯날의 꽃송이 우수수 낙엽이 내리는 가는 정이 차구나 비야 내리다 멎고 마음은 줄줄이 고이는 저녁 아픈 사람아 두고 가는 정에 서 있는 가로등 홀로를 둘둘 말고 살아 있는 가을 저녁이 가을비 멎은 혜화동 로터리 으스스 그림자 없는 슬픔이 차다 * 2023년 11월 14일 화요일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유되는 것이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것이 있습니다. 시간을 믿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_ 고두현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고두현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보세요. 낮은 파도에도 멀미하는 노을 해안선이 돌아앉아 머리 풀고 흰 목덜미 말리는 동안 미풍에 말려 올라가는 다홍 치맛단 좀 보세요.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 가는 삼삽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 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 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 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 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잡아당기는데 지난 여름 푸른 상처 온몸으로 막아주던 방풍림이 얼굴 붉히며 바알갛게 옷을 벗는 풍경 은점 지나 노구 지나 단감빛으로 물드는 노을 남도에서 가장 빨리 가을이 닿는 삼십리 해안 길, 그대에게 먼저 보여주려고 저토록 몸이 달아 뒤채는 파도 그렇게 돌아앉아 있지만 말고 속 타는 저 바다 단풍 드는 거 좀 보아요. * 2023년..

다락방 _ 나태주

다락방 나태주 이담에 집을 마련한다면 지붕 위에 다락방 하나 달린 집을 마련하겠습니다. 문틈으로 하늘 구름도 잘 보이고 바람의 옷소매도 잘 보일 뿐더러 밤이면 별이 하나 둘 돋아나는 것도 곧잘 볼 수 있는 그러한 다락방을 하나 마련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속상하거나 답답한 날은 다락방에 꽁꽁 숨으렵니다. 그대도 짐작 못하고 하느님도 찾지 못하시도록. * 2023년 11월 10일 금요일입니다. 적당한 생각은 지혜를 주지만, 과도한 생각은 걱정만 쌓입니다. 생각만 하지 말고 움직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_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 2023년 11월 9일 목요일입니다. 성공을 확신하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입니다. 자신감을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의 창문을 열면 _ 이외수

가을의 창문을 열면 이외수 어디쯤 오고 있을까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 하나 단풍나무 불붙어 몸살나는 그리움으로 사태질 때 물게뭉게 개어가는 하늘이 예뻐 한참을 올려다 보니 그곳에 당신 얼굴이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 그대 모습 그대 생각에 머물면 난 자꾸만 가슴이 뜁니다. * 2023년 11월 8일 수요일입니다. 오늘 그것을 할 수 없다면, 대부분은 영영 못하게 되는 법입니다. 실천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람의 가을 _ 문정희

사람의 가을 문정희 나의 신은 나입니다. 이 가을날 내가 가진 모든 언어로 내가 나의 신입니다 별과 별 사이 너와 나 사이 가을이 왔습니다 맨 처음 신이 가지고 온 검으로 자르고 잘라서 모든 것은 홀로 빛납니다. 저 낱낱이 하나인 잎들 저 자유로이 홀로 인 새들 저 잎과 저 새를 언어로 옮기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 이 가을 산을 옮기는 일만큼 힘이 듭니다 저 하나로 완성입니다. 새, 별, 꽃, 잎, 산, 옷, 밥, 집, 땅, 피, 몸, 물, 불, 꿈, 섬 그리고 너, 나 이미 한편의 시입니다 비로소 내가 나의 신입니다. 이 가을날 * 2023년 11월 6일 월요일입니다. 가을비가 요란하게 내리는 아침입니다. 새로운 한 주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먼 후일 _ 김소월

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리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 2023년 11월 3일 금요일입니다. 작은 것들이 쌓여 큰 것이 이루어집니다. 미루어놨던 것들을 시작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