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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_ 채홍조

가을은 채홍조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고 웃어도, 웃어도 눈물이 난다 비우고 또, 비워내어도 차 오르는 아린 기억들 놓아라, 놓아라 다, 놓아버려라 그리고 자유로워져라 나, 그러고 싶다 * 2023년 10월 18일 수요일입니다. 손에 쥔 것들을 놓지 않으면 자유로워질 수 없습니다. 집착을 버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시월도 이런 날은 _ 유재영

시월도 이런 날은 유재영 수묵빛 그 가지 끝 간지럼 잘 타는 휘파람새 한 마리 햇빛도 금이 가는 시월도 이런 날은 갈대꽃 십리 길이 은입사 같아라 올 가을 씨방에는 감보다 말간 꿈이 점자처럼 모여 살고 손차양 눈빛 멀리 자꾸 누가 올 듯 싶다 * 2023년 10월 17일 화요일입니다. 자신감의 비밀은 엄청난 준비일 뿐입니다. 충분히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꽃자리 _ 구상

꽃자리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서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 2023년 10월 16일 월요일입니다. 조금의 수고로움이 많은 수고로움을 덜 수 있는 법입니다. 차근차근 하나씩 해 나가는 하루 되시기 ..

약이 없는 병 _ 김용택

약이 없는 병 김용택 그리움이, 사랑이 찬란하다면 나는 지금 그 빛나는 병을 앓고 있습니다 아파서 못 견디는 그 병은 약이 없는 병이어서 병 중에 제일 몹쓸 병이더이다 그 병으로 내 길에 해가 떴다가 지고 달과 별이 떴다가 지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수없이 돌아흐르며 내 병은 깊어졌습니다 아무리 그 병이 깊어져도 그대에게 이르지 못할 병이라면 이제 나는 차라리 그 병으로 내가 죽어져서 아, 물처럼 바람처럼 그대 곁에 흐르고 싶어요 * 2023년 10월 11일 수요일입니다. 남의 시선 때문에 자신의 색깔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만의 색을 지키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잎 하나로 _ 정현종

잎 하나로 정현종 세상 일들은 솟아나는 싹과 같고 세상 일들은 지는 나뭇잎과 같으니 그 사이사이 나는 흐르는 물에 피를 섞기도 하고 구름에 발을 얹기도 하며 눈에는 번개 귀에는 바람 몸에는 여자의 몸을 비롯 왼통 다른 몸을 열반처럼 입고 왔다갔다 하는구나 이리저리 멀리멀리 가을 나무에 잎 하나로 매달릴 때까지 * 2023년 10월 10일 화요일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공기가 가을을 말해줍니다.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풀밭에서 _ 조지훈

풀밭에서 조지훈 바람이 부는 벌판을 간다. 흔들리는 내가 없으면 바람은 소리조차 지니지 않는다. 머리칼과 옷고름을 날리며 바람이 웃는다. 의심할 수 없는 나의 영혼이 나즉히 바람이 되어 흐르는 소리. 어디를 가도 새로운 풀잎이 고개를 든다. 땅을 밟지 않곤 나는 바람처럼 갈 수가 없다. 조약돌을 집어 바람속에 던진다. 이내 떨어진다. 가고는 다시오지 않는 그리운 사람을 기다리기에 나는 영영 살아지지 않는다. 차라리 풀밭에 쓰러진다. 던져도 하늘에 오를수 없는 조약돌처럼 사랑에는 뉘우침이 없다. 내 지은 죄는 끝내 내가 지리라. 아 그리움 하나만으로 내 영혼이 바람속에 간다. * 2023년 10월 6일 금요일입니다. 아침 저녁 일교차가 무척 심하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을에 _ 서정윤

가을에 서정윤 꽃은 눈물, 그 해의 가장 아름다운 태음력이 되어 나의 정원을 거닐고 사람들의 가슴에 맺힌 아픔을 풀어줄 언어를 찾지 못할 때 외로움은 비처럼 젖는다 지나간 자신의 주검을 디디고 선 키 작은 꽃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 낯선 계절에 젖으며 목적 없는 발길의 힘없음, 인도주의, 박애주의조차 에고이즘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 낙원의 꿈을 위하여 정원을 일구어 가지만 가을 꽃은 말이 없다 바람이 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말없이 꽃이 지고 또 그렇게 이 가을은 가는 거지만, 문득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낄 때 무거운 어깨를 가눌 수 없을 때, 우리는 이듬해의 꽃을 위해 썩어가는 나뭇잎. 그 속에 썩어가는 자신의 빛나는 눈빛을 발견해야 한다. * 2023년 10월 5일 목요일입니다. 실력이 없는 사람..

10월 _ 임영준

10월 임영준 혹시 다 마셔버렸나요 빈 잔을 앞에 두고 후회하고 있나요 옆구리가 시리고 뼈마디가 아린가요 차분히 지켜보세요 저 깊은 하늘 소(沼)에서 붉은 술이 방울져 내릴겁니다 다시 잔을 가득 채웁시다 그리고 남은 날들을 위해 건배 합시다 * 2023년 10월 4일 수요일입니다. 넉넉한 추석 연휴 편히 쉬셨습니까? 건강하고 즐거운 10월 한 달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한가위 보름달 _ 정연복

한가위 보름달 정연복 해마다 음력 팔월 보름날이면 두둥실 달이 뜬다 온 세상 어둠 밝히는 환한 보름달 뜬다 살아가는 일이 힘들어도 쉬이 울지 말라고 속상하고 걱정되는 일 많아도 마음 편안하게 먹으라고 넉넉한 모양의 동그란 보름달 떠오른다 깊어 가는 가을 구슬픈 풀벌레 소리도 그 푸근한 달빛에 젖어들면 더는 외롭지 않다 * 2023년 9월 27일 수요일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풍성하고 즐거운 연휴 되세요. 홍승환 드림

가을을 파는 꽃집 _ 용혜

가을을 파는 꽃집 용혜원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같은 갈대와 마른 나무가지 그리고 가을 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 보세요. 사람들 속에서도 불어 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가을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을 파는 꽃집으로 다 찾아오세요. 가을을 팝니다. 원하는 만큼 팔고 있습니다. 고독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 2023년 9월 25일 월요일입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한 아침 기온입니다. 추석 연휴가 있는 한 주, 행복한 시간들 되세요.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