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604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_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날마다 좋은 날 _ 윤동재

날마다 좋은 날 윤동재 일요일마다 도봉산역에서 내려 도봉산으로 올라가기 위해 길을 건너면 노인 한 분이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습니다. 아들과 며느리가 조그마한 공장에 나가 열심히 벌고 있지만 신세지기 싫어서 여기 나와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 만 원만 벌면 된다고 합니다. 만 원만 벌면 할망구하고 국수도 사 먹고 담배도 한 갑 사고 어쩌다가 손주놈 공책과 연필도 사다 준다고 합니다. 하루 만 원만 벌면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 2022년 8월 26일 금요일입니다. 마음가짐에 따라 같은 상황도 다르게 느끼는 법입니다. 여유와 너그러움으로 좋은 날 만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치명적인 바람 _ 이희중

치명적인 바람 이희중 살갗에 닿아 아찔한 순간이 있지, 어떤 바람 그 바람을 말로 옮길 수 있을까 이를테면 초가을 늦은 하오 숲으로 걸어갈 때 내 곁에 아무도 없을 때 슬쩍 옆 이마 또는 어깨죽지를 건드리고 가는 속눈썹을 미세하게 흔드는, 서늘하고 아득한, 흐르는 무엇을 몸으로 겪는, 두렵고도 매혹적인 어느 곳 어느 때로 나를 실어가려는 듯한 전생 어느 때 겪은 치명적 느낌 아니면 태어나 처음 숨쉬던 느낌일까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내 생이 전체를 뒤흔드는, 아니면 뒤흔들 듯한 언젠가 꼭 뒤흔들었던 것 같은 기다린다고 곧 오지 않는 그런 바람이 불면 * 2022년 8월 25일 목요일입니다. 아침 바람이 확연히 시원해졌습니다. 치명적인 바람을 느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귀천 _ 천상병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2022년 8월 24일 수요일입니다. 초행길의 산행은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처음을 잘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바람의 두께 _ 안도현

바람의 두께 안도현 씨근덕씨근덕 그렇게도 몇날을 울던 제 울음소리를 잘게 썰어 햇볕에다 마구 버무리던 매미가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때맞춰 배롱나무는 달고 있던 귀고리들을 모두 떼어냈습니다. 울음도 꽃도 처연한 무늬만 남았습니다. 바람의 두께가 얇아졌습니다. * 2022년 8월 22일 월요일입니다. 하나를 버리면 두 개가 오기도 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실천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취한 사람 _ 이생진

취한 사람 이생진 취한 사람은 사랑이 보이는 사람 술에 취하건 사랑에 취하건 취한 사람은 제 세상이 보이는 사람 입으로는 이 세상 다 버렸다고 하면서도 눈으로는 이 세상 다 움켜쥔 사람 깨어나지 말아야지 술에 취한 사람은 술에서 사랑에 취한 사람은 사랑에서 깨어나지 말아야지 * 2022년 8월 19일 금요일입니다. 가끔 맨 정신에는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취중진담처럼 마음을 여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눈빛으로 말하다 _ 나호열

눈빛으로 말하다 나호열 떠나보지 않은 사람에게 기다려보지 않은 사람에게 손아귀에 힘을 주고 잔뜩 움켜쥐었다가 제 풀에 놓아 버린 기억이 없는 사람에게 독약 같은 그리움은 찾아오지 않는다 달빛을 담아 봉한 항아리를 가슴에 묻어 놓고 평생 말문을 닫은 사람 눈빛으로 보고 눈빛으로 듣는다 그리움은 가슴 속에서 피어나는 꽃 그저 멀기만 하다 멀어서 기쁘다 * 2022년 8월 17일 수요일입니다. 대부분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운 것들을 생각해보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모든 것을 사랑하라 _ 도스토예프스키

모든 것을 사랑하라 도스토예프스키 모든 잎사귀를 사랑하라 모든 동물과 풀들을 사랑하라 그대 앞에 떨어지는 한 가닥 빗줄기조차도 그대가 모든 것을 사랑하면 모든 것 속에 담긴 신비도 보리라 그대가 모든 것 속에 담긴 신비를 보면 날마다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하리라 마침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대 자신과 세상 전체를 사랑하리라 * 2022년 8월 16일 화요일입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조금 더 받아들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