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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사랑하라 _ 도스토예프스키

모든 것을 사랑하라 도스토예프스키 모든 잎사귀를 사랑하라 모든 동물과 풀들을 사랑하라 그대 앞에 떨어지는 한 가닥 빗줄기조차도 그대가 모든 것을 사랑하면 모든 것 속에 담긴 신비도 보리라 그대가 모든 것 속에 담긴 신비를 보면 날마다 모든 것을 더 잘 이해하리라 마침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그대 자신과 세상 전체를 사랑하리라 * 2022년 8월 16일 화요일입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조금 더 받아들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빈 마음 _ 법정 스님

빈 마음 법정 스님 등잔에 기름을 가득 채웠더니 심지를 줄여도 자꾸만 불꽃이 올라와 펄럭거린다. 가득 찬 것은 덜 찬 것만 못하다는 교훈을 눈앞에서 배우고 있다. 빈 마음, 그것을 무심(無心)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 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 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고 있어야 거기 울림이 있다. 울림이 있어야 삶이 신선하고 활기차다. * 2022년 8월 12일 금요일입니다. 빈 공간이 없으면 완성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울림이 있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말의 포만 _ 김남조

말의 포만 김남조 넓디넓은 할 말들의 바다에 내 말의 한 방울을 보태고 울창한 숲의 허구 많은 할 말들의 잎새에 한 잎 나의 말을 보탠 후 반은 세상의 고요 반은 스스로의 침묵 이 갈피에 잠입해 들어왔다 한동안 말의 포만에 지쳐 견딜 수 없어서이다 * 2022년 8월 11일 목요일입니다. 말이 너무 많으면 정신이 없기 마련입니다. 생각은 많이, 말은 절제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훗날이 오늘이다 _ 유안진

훗날이 오늘이다 유안진 나 밖을 떠도는 내가 찾아다니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그 우주 어딘가 머릿속 전두엽과 후두엽 사이 틈 없는 틈새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내 안으로 들어와서 거꾸로 흐르는 시간 안에 나를 잡아두고 싶어하는 내 눈 응시하고 있으면서도 보고 있지 않는 눈동자 그 너머로 얼핏 잡힌 뻥 뚫린 거긴가 등잔 밑이 어둡다고 먼 데가 가까운 데라고 훗날이 오늘이라고 고개 드니 입구이자 통로이자 출구의 문인 내 눈동자 너머로 광활한 虛空 beyond here and now 나를 열지 않고는 들어갈 수도 없고 나를 닫지 않고는 나갈 수도 없는 훗날의 거기를 오늘 여기로 살아야 한단다 * 2022년 8월 10일 수요일입니다. 먼 훗날로 생각했던 날이 바로 오늘일 수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는 하루 되시기 바..

장마 _ 장성희

장마 장성희 빗방울 하나에도 떨어지는 이유가 있네 빗방울 하나에도 잠들지 못하는 이유가 있네 이렇게 하늘이 우는 날 떨어져 멍들은 꽃잎에도 흩어져 내리는 잎새들도 비와 비 사이 서러운 곡예일랑 우산일랑 접어놓고 온몸으로 잔을 드세 슬퍼 누운 꽃잎들에게 하늘이 베풀어주는가 씻김굿의 눈물 한마당 * 2022년 8월 9일 화요일입니다. 어제 내린 많은 비로 인천과 서울 강남의 피해가 큽니다. 비 피해 조심하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원근법 _ 권경인

원근법 권경인 천천히 걸어도 빠르게 닿아버리는 목적지는 싫다 허기진 밤길 오래 걸어 행복도 열정도 제 몫의 것만 제 품속에 거두며 허공에 온몸을 담그고 서 있는 나무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깊은 물은 조용히 흐르는 법이다 이미 많은 걸 깨달아 단순해진 숲에 비 내리고 까맣게 바람 분다 새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 2022년 8월 8일 월요일입니다. 많이 오르면 많이 내려갈 수 있는 법입니다. 오름과 내림을 가늠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연탄 한 장 _ 안도현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산산히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네. 나는. * 2022년 8월 5일 금요일입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만들..

하늘 도서관 _ 최승자

하늘 도서관 최승자 오늘도 하늘 도서관에서 낡은 책 한 권 빌렸다. 되도록 허름한 생각들을 걸치고 산다. 허름한 생각들은 고독과 같다. 고독을 빼앗기면 물을 빼앗긴 물고기처럼 된다. 21세기에도 허공은 있다. 바라볼 하늘이 있다. 지극한 無로서의 虛를 위하여 虛無가 아니라 無虛를 위하여 허름한 생각들은 아주 훌륭한 옷이 된다. 내일도 나는 하늘 도서관에서 낡은 책 한 권 빌리리라. * 2022년 8월 4일 목요일입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 주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진정한 여행 _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러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 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2022년 8월 3일 수요일입니다. 힘을 쓸 때와 뺄 때가 있는 법입니다. 늘 힘을 쓰면 힘이 부족하기 마련입니다. 힘의 배분을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자유 _ 조병무

자유 조병무 빛을 모읍니다. 빛은 한 줌 손바닥 밖에 머뭇거립니다. 서풍이 불고 돌이 깨어지고 모과가 떨어지고 까마귀 울고 모두가 그대롭니다. 빛을 잡으려해도 빛은 한 줌 손바닥 밖에서 웃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뿐입니다. * 2022년 8월 2일 화요일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태양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얕은 수보다는 진정성으로 다가가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