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604

하고 싶은 말 _ 홍수희

하고 싶은 말 홍수희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하고 산다 너에게 짧은 안부 묻고 싶어 전화했더니 지금은 안 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 짧은 안부 묻고 싶은 너에게서 전화 받은 날 나도 지금은 바쁘다고 했다 지나고 보면 왜 그리 바쁜 날이 많았는지 정작 나의 마음이 보이지 않도록 왼손에게는 늘 오른손이 바쁘다고 했다 오른손에게는 늘 왼손이 바쁘다고만 했다 정작 나의 마음이 보이지 않거나 너의 마음이 보이지 않기를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하고 싶은 말, 하지 못하고 산다 스스로 그렇게 바쁘다, 바쁘다, 되도록 이면 마음이 보이지 않기를 * 2022년 9월 29일 목요일입니다. 가끔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을 간직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_ 함석헌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2022년 9월 28일 수요일입니다...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 미상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미상 길가에 차례없이 어우러진 풀잎들 위에 새벽녘에 몰래 내린 이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선풍기를 돌려도 겨우 잠들 수 있었던 짧은 여름밤의 못다한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데 아침이면 창문을 닫아야 하는 선선한 바람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숨이 막히던 더위와 세상의 끝날이라도 될 것 같던 그리도 쉼 없이 퍼붓던 소나기에 다시는 가을 같은 것은 없을 줄 알았는데 밤인 줄도 모르고 처량하게 울어대는 가로수의 매미소리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상큼하게 높아진 하늘 따라 가을이 묻어 왔습니다. 이왕 묻어온 가을이라면 촛불 밝히고 밤새 읽을 한 권의 책과 눈빛으로 마주해도 마음 읽어낼 열무김치에 된장찌개 넣어 비벼먹어도 행복한 그리운 사람이 함께 할 가을이..

가을 _ 유안진

가을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도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너기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리거라 * 2022년 9월 26일 월요일입니다. 누군가를 움직이게 하려면 결과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줘야 합니다. 다른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세잎 클로버의 깊은 뜻 _ 문학과 사람들

세잎 클로버의 깊은 뜻 문학과 사람들 너무 괴로워 하거나 슬퍼하지 마세요 세잎 클로버이면 어떻습니까? 만약 당신이 네잎 클로버였다면 이미 사람들이 당신의 허리를 잘라 갔을 것을 당신에게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는다고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전 늘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이젠 제가 당신의 부족한 하나의 잎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 누구도 당신을 쳐다보지 않고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 해도 당신은 저에게 세상의 아름다운 잎이기에 너무도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안 것은 행운입니다 나에게 당신은 행운의 네잎 클로버이기 때문입니다 * 2022년 9월 23일 금요일 절기상 추분입니다. 세잎 클로버는 행복, 네잎 클로버는 행운이 꽃말입니다. 행복과 행운이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웃어보기 _ 장인영

웃어보기 장인영 누군가가 못 견디게 보고플 땐 별을 바라보며 그 빛이 퇴색할 만큼이나 큰 소리로 웃어보기로 합시다 가슴 속에 맺힌 슬픔 방울이 부딪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수 있게 아주 큰 소리로 웃어보기로 합시다 어느 황혼이 물든 저녁에 괜스레 눈물 쏟아지는 날에는 더욱더 큰 소리로 웃어보기로 합시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 마냥 해 맑은 미소만 띄우기로 합시다. * 2022년 9월 22일 금요일입니다. 웃음과 긍정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결과는 항상 좋습니다. 미소로 가득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얼음의 온도 _ 허연

얼음의 온도 허연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고 대장장이는 불의 온도를 잘 잊는다. 누군가에게 몰입하는 일 얼어붙거나 불에 타는 일 천년을 거듭해도 온도를 잊는 일 그런 일 * 2022년 9월 21일 수요일입니다. 오랜 시간 적응을 하면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아득하면 되리라 _ 박재삼

아득하면 되리라 박재삼 해와 달, 별까지의 거리 말인가 어쩌겠나 그냥 그 아득하면 되리라 사랑하는 사람과 나의 거리도 자로 재지 못할 바엔 이 또한 아득하면 되리라 이것들이 다시 냉수사발 안에 떠서 어른어른 비쳐오는 그 이상을 나는 볼 수가 없어라 그리고 나는 이 냉수를 시방 갈증 때문에 마실 밖에는 다른 작정은 없어라 * 2022년 9월 20일 화요일입니다.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모든 것 _ 베이다오

모든 것 베이다오 모든 것은 다 운명 모든 것은 다 연기 모든 것은 다 결말이 없는 시작 모든 것은 다 한번 가면 그만인 추궁 모든 기쁨엔 다 미소가 없다 모든 고난엔 다 눈물자국이 없다 모든 언어는 다 중복 모든 만남은 다 초면 모든 사랑은 다 마음속에 있다 모든 지난 일은 다 꿈속에 있다 모든 희망엔 다 주석이 달려 있다 모든 신앙엔 다 신음이 달려 있다 모든 폭발엔 다 찰나의 고요가 있다 모든 죽음엔 다 지루한 메아리가 있다 * 2022년 9월 19일 월요일입니다.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이유를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_ 이채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이채 가을엔 마음의 등불 하나 켜두게 하소서 하루의 아픔에 눈물짓고 이틀의 외로움에 가슴 쓰린 가난해서 힘겨운 나의 이웃이여! 그 가녀린 빛이 무관심의 벽을 넘어 우리라는 이름의 따뜻한 위로가 되게 하소서 가을엔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참아낸 긴 시간들이 알알이 익어갈 때 우리 살아가는 인법도 이와 같아 인내와 믿음과 기다림의 눈물 없이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으리오 가을엔 따뜻한 가슴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같은 비바람을 거치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나무를 떠나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을 위하여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누구를 위하여 건강을 잃고 신음하는 그 누구를 위하여 가을엔 비움의 지혜를 깨닫게 하소서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