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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_ 원영래

5월 원영래 지는 꽃 보다 피는 꽃이 많아 오월은 아름답다 짧은 한 생애 피었다 스러지는 꽃은 꽃지는 자리마다 아픈 상흔으로 소담한 잎을 피운다 바람이 불어 꽃이 향기로운 것은 아니라지만 뻐꾹새 울어 여름 오는 것은 아니라지만 살아 오고 살아 가는 것이 간단치 않아 바람 불어 흔들리는 것은 아니더라도 흔들릴 때마다 꽃진 자국처럼 아픈 상흔이 남는다 봄풀 같은 생 어느덧 서리 내리고 홍안 자취는 흔적도 없이 시위처럼 팽팽하던 얼굴 발 이랑 늘어만 가 내 인생의 봄날은 갔지만 지는 꽃 보다 피는 꽃이 많아 그래서 오월은 아름답다 * 2023년 5월 2일 화요일입니다. 새로운 달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다시 힘차게 출발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사람의 몸값 _ 임보

사람의 몸값 임보 금이나 은은 냥(兩)으로 따지고 돼지나 소는 근(斤)으로 따진다 사람의 몸값은 일하는 능력으로 따지는데 일급(日給) 몇 푼 받고 일하는 사람도 있고 연봉(年俸) 몇 천만으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 한 푼의 동전에 고개를 숙이는 거지도 있고 몇 억의 광고료에 얼굴을 파는 배우도 있다 그대의 몸값이 얼마나 나가는 지 알고 싶은가? 그대가 만일 몇 백의 돈에 움직였다면 몇 백 미만이요 몇 억의 돈에도 움직이지 않았다면 몇 억 이상이다 세상에는 동장의 자리 하나에도 급급해 하는 자가 있고 재상의 자리로도 움직일 수 없는 이도 있다 사람의 몸값은 세상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가 결정한다 * 2023년 4월 27일 목요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정의와 상식을 버리..

벗에게 부탁함 _ 정호승

벗에게 부탁함 정호승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올 봄에는 저 새 같은 놈 저 나무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봄비가 내리고 먼 산에 진달래가 만발하면 벗이여 이제 나를 욕하더라도 저 꽃 같은 놈 저 봄비 같은 놈이라고 욕을 해다오 나는 때때로 잎보다 먼저 피어나는 꽃 같은 놈이 되고 싶다 * 2023년 4월 26일 수요일입니다. 무언가를 결국 해내려면 계속해야 합니다. 하다가 중지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그리움의 사칙연산 _ 유춘희

그리움의 사칙연산 유춘희 그리움에그리움을더하면두개의그리움이되고 그리움에그리움을곱하면두곱의그리움이되고 그리움에그리움을빼도그리움은남는다 그리움을그리움으로나누어도그리움은남는다 남는그리움에또다른그림움을더하고 더해진그리움에또다른그리움을곱하고 그리고빼고또나누고나누고또빼고 떡주무르듯주무르는그리움자꾸손끝에묻는다 * 2023년 4월 25일 화요일입니다. 더해도 빼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계산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청소를 하면서 _ 김귀녀

청소를 하면서 김귀녀 무릎을 꿇고 걸레질 한다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이고 상처로 얼룩진 마음 구석구석 말끔하게 걸레질 한다 앙금으로 남아있던 욕망의 뿌리 얼룩으로 진득거렸던 삶의 찌꺼기 물기 머금은 부드러운 걸레로 박박 닦는다 어두운 세상 그늘진 곳에서 새순처럼 돋아나던 근심의 잔뿌리 아직도 뽑아내지 못한 교만의 쓴 뿌리 실꾸리 엉키듯 얼키설키 꼬여서 내 안에 나를 흔들어 시름 산을 만들던 부질없는 것들 힘껏 닦아낸다 * 2023년 4월 24일 월요일입니다. 수고롭게 청소를 하지 않으면 더러워지기 마련입니다. 부질없는 것들을 닦아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너를 듣는다 _ 양현근

너를 듣는다 양현근 오르기가 참으로 힘들고 가파르지만 정녕 마음 준 사람들이 살아 아름다운 이 세상 거친 손 맞잡으면 넉넉한 웃음이 되어 쓸쓸한 길이라도 같이 거닐어 작은 인연 작은 사랑으로도 빛밝은 등불이 되어 저녁 연기 잦아드는 그리움을 풀초롱 사연을 오래도록 애기하고 싶었네 우리 슬픈 손금 사이 사계절을 늘푸른 나무로 서서 하냥 짓밟혀도 불끈 일어서는 독새풀처럼 억새풀처럼 살고자 했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흐릿한 바램으로 빛고운 날들이 저만치 지나가고 그립다 할 수 없어 가까이 갈 수는 더 더욱 없어 노오란 가슴 가득 너를 듣는다. 느낌표 같은 발자국만 남겨두고. * 2023년 4월 19일 수요일입니다. 일교차가 무려 27도나 되는 날이네요. 건강 챙기시고 조금 느긋한 마음 갖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새로운 길 _ 윤동주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2023년 4월 18일 화요일입니다. 언제나 새로운 길은 열려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로 가 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꿈에 대하여 _ 강남주

꿈에 대하여 강남주 꿈을 꾼다. 꾸는 족족 잊어버리면서 꿈을 꾼다. 깨고 나면 그렇게 허망한 것을. 때로는 너와 만나는 꿈을 또 때로는 너와 헤어지는 꿈을 간밤에는 이 세상 밖으로 걸어나가는 꿈을 꾸다가 기차를 타고 나의 유년 시절로 여행하는 그런 꿈도 꾸었다. 갈피는 없어도 삶의 순수한 건더기. 출세를 하면 다 무얼하랴 오오 꿈과 더불어 사는 살아 있는 날의 다정함과 허망함. * 2023년 4월 17일 월요일입니다. 언제부터인가 꿈을 꾸지 않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좋은 꿈 꾸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