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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_ 강은교

아침 강은교 이제 내려놓아라 어둠은 어둠과 놀게 하여라 한 물결이 또 한 물결을 내려놓듯이 또 한 슬픔을 내려놓듯이 그대는 추억의 낡은 집 흩어지는 눈썹들 지평선에는 가득하구나 어느 날의 내 젊은 눈썹도 흩어지는구나 그대, 지금 들고 있는 것 너무 많으니 길이 길 위에 얹혀 자꾸 펄럭이니 내려놓고, 그대여 텅 비어라 길이 길과 껴안게 하여라 저 꽃망울 드디어 꽃으로 피었다 * 2023년 5월 16일 화요일입니다. 매일 아침은 누구에게나 신선함을 선물합니다. 낮기온이 많이 오른다고 하니 건강 챙기시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법칙 _ 류근

법칙 류근 물방울 하나가 죽어서 허공에 흩어진다 물방울 하나가 죽어서 구름에 매달린다 물방울 하나가 죽어서 빗방울 하나로 몸을 바꾼다 빗방울 하나가 살아서 허공에 흩어진다 빗방울 하나가 살아서 잎사귀에 매달린다 빗방울 하나가 살아서 물방울 하나로 몸을 바꾼다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모인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한 몸 우주 안에서 도망갈 데가 없다 * 2023년 5월 15일 월요일 스승의 날입니다. 삼인행필유아사,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스승으로 받들 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승님들께 고마움을 전하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산에게 나무에게 _ 김남조

산에게 나무에게 김남조 산은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산을 찾아 갔네 나무도 내게 올 수 없어 내가 나무 곁에 섰었네 산과 나무들과 내가 친해진 이야기 산은 거기에 두고 내가 산을 내려 왔네 내가 나무를 떠나 왔네 그들은 주인 자리에 나는 바람 같은 몸 산과 나무들과 내가 이별한 이야기 * 2023년 5월 12일 금요일입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먼저 다가서는 게 중요합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_ 박노해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른 길보다는 산따라 물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면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 2023년 5월 11일 목요일입니다. 가다가 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기..

5월의 햇살 속으로 가자 _ 이병춘

5월의 햇살 속으로 가자 이병춘 한줄기 바람 외롭게 서는 날이면 5월의 햇살 속으로 가자 묵혀둔 보리밭길 잿빛하늘 밟고서서 혼자만의 길이라도 주저 없이 가자 그리움이 풀꽃 되어 사랑노래 부를 때면 혓바늘이 돋아나도 내가 선택한 그 길을 가자 두 사람 이름으로 산사에 불 밝히고 백여덟개 돌계단을 혼자 내려오는 일이 있더라도 눈물 나도록 님 그리운 날에는 5월의 햇살 속으로 가자 * 2023년 5월 10일 수요일입니다. 할 수 없는 것들은 과감히 포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간 낭비 하지 않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선운사에서 _ 최영미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2023년 5월 9일 화요일입니다. 인상은 과학인 걸 나이가 들수록 느낍니다. 좋은 인상을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느리게 혹은 둥글게 _ 김선태

느리게 혹은 둥글게 김선태 나는 미욱하여 늦게, 아주 늦게, 네게 닿고 싶다 가장 먼 길 휘어져서, 꾸불꾸불 세상을 한 바퀴 두루 산보하고서야, 너를 지구처럼 둥근 너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때까지는 아예 조인 허리띠도 풀어버리고 귀와 눈도 닫아버리고 졸리웁고 싶다 마음조차 끄고, 꾸벅 꾸벅 * 2023년 5월 8일 월요일 어버이날입니다. 부모가 되어봐야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리사랑을 돌려드리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벗 _ 조병화

벗 조병화 벗은 존재의 숙소이다 그 등불이다 그 휴식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먼 내일에의 여행 그 저린 뜨거운 눈물이다 그 손짓이다 오늘 이 아타미 해변 태양의 화석처럼 우리들 모여 어제를 이야기하며 오늘을 나눈다 그리고, 또 내일 뜬다 * 2023년 5월 4일 목요일입니다. 오늘 오후부터 토요일까지 많은 비가 온다고 하네요. 외출하실 때 우산 챙기시고 건강한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촛불 하나 켭니다 _ 김철현

촛불 하나 켭니다 김철현 촛불 하나 켭니다 당신의 마음 훤히 보이라고 촛불 하나 켭니다 나에게로 오는 당신 발걸음 쉬 오라고 촛불 하나 켜 둡니다 촛불 하나 켭니다 내 마음 환하게 보이라고 촛불 하나 켭니다 당신에게로 가는 내 마음 어둡지 말라고 촛불 하나 켜 둡니다 당신과 나 더는 외롭지 말자고 이 밤 마음의 창가에 촛불 하나 밝혀 둡니다 * 2023년 5월 3일 수요일입니다. 작은 촛불 하나가 어둠을 밝힐 수도 있습니다. 주변을 밝히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