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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관한 물음 _ 임보

삶에 관한 물음 임보 어떤 이는 세상을 등지고 깊은 산골에 들어가 산새들의 울음소리나 듣고 산나물이나 씹으며 조용히 살라고 한다 어떤 이는 호숫가 풍치 좋은 곳을 찾아 정자를 세우고 낚싯대나 드리우고 시나 읊조리며 한가하게 살라고 한다 어떤 이는 거친 세상에 나가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세상의 달고 쓴 맛들을 다 맛보며 살라고 한다 어떤 스승은 능력이 소중하니 배우고 익혀 힘을 기르라고도 하고 어떤 친구는 재산이 소중하니 많은 돈을 모으며 살라고도 하고 어떤 선배는 사람이 중요하니 좋은 이웃들을 많이 만들라고도 한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묻고 다니다 어느덧 한평생 다 보내고 말았다 * 2021년 12월 21일 화요일입니다. 힘들고 지쳤다는 건 노력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한 템포 쉬어가는..

첫눈 _ 나태주

첫눈 나태주 요즘 며칠 너를 보지 못해 목이 말랐다 어제 밤에도 깜깜한 밤 보고 싶은 마음에 더욱 깜깜한 마음이었다 몇날 며칠 보고 싶어 목이 말랐던 마음 깜깜한 마음이 눈이 되어 내렸다 네 하얀 마음이 나를 감싸 안았다. * 2021년 12월 20일 월요일입니다. 외부나 타인에 의해 좌우되며 동기부여를 받는다면 아직 '프로'가 아닌 '포로'라고 하네요. 스스로 할 수 있는 프로의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돌멩이 하나 _ 김남주

돌멩이 하나 김남주 하늘과 땅 사이에 바람 한 점 없고 답답하여라 숨이 막히고 가슴이 미어지던 날 친구와 나 제방을 걸으며 돌멩이 하나 되자고 했다 강물 위에 파문 하나 자그맣게 내고 이내 가라앉고 말 그런 돌멩이 하나 날 저물어 캄캄한 밤 친구와 나 밤길을 걸으며 불씨 하나 되자고 했다 풀밭에서 개똥벌레쯤으로나 깜박이다가 새날이 오면 금세 사라지고 말 그런 불씨 하나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돌에 실릴 역사의 무게 그 얼마일 거냐고 그때 나 묻지 않았다 친구에게 불이 밀어낼 어둠의 영역 그 얼마일 거냐고 죽음 하나 같이할 벗 하나 있음에 나 그것으로 자랑스러웠다 * 2021년 12월 17일 금요일입니다. 어떤 돌멩이 하나는 역사를 바꾸기도 하죠.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

12월의 노래 _ 이해인

12월의 노래 이해인 하얀 배추 속같이 깨끗한 내음의 12월에 우리는 월동 준비를 해요 단 한마디의 진실을 말하기 위하여 헛말을 많이 했던 빈말을 많이 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잊어버려요 때로는 마늘이 되고 때로는 파가 되고 때로는 생강이 되는 사랑의 양념 부서지지 않고는 아무도 사랑할 수 없음을 다시 기억해요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 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한겨울 추위 속에 제 맛이 드는 김치처럼 우리의 사랑도 제 맛이 들게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해요. * 2021년 12월 16일 목요일입니다. 참고 기다릴 줄 알아야 완성이 되는 법입니다. 숙성의 시간을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허허 _ 김승동

허허 김승동 그리운가 잊어버리게, 여름날 서쪽 하늘에 잠시 왔다 가는 무지개인 것을 그 고운 빛깔에 눈멀어 상심한 이 지천인 것을 미움 말인가 따뜻한 눈길로 안아주게 어차피 누가 가져가도 다 가져갈 사랑 좀 나눠주면 어떤가 그렇게 아쉬운가 놓아버리게 붙들고 있으면 하나일 뿐 놓고 나면 전부 그대 것이 아닌가 세상의 그립고 밉고 아쉬운 것들 그게 다 무엇인가 사랑채에 달빛 드는 날 묵 한 접시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그만인 것을 * 2021년 12월 15일 수요일입니다. 붙들고 있어봐야 해결되지 않는 것들은 놓아버리는 게 답입니다. 허허로운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_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순간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을..

기특한 일 _ 김영천

기특한 일 김영천 모두 잠든 그 시간에도 깜깜한 세상을 비추이는 별빛처럼 그대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도 내 그리움은 그대의 어둠을 비추고 있네 살포시 내렸다가 아침 햇살에 이내 녹고 마는 여우눈처럼 곧 제 서러움에 겨워 눈자위 촉촉이 젖을 이 못난 그리움을 보라 저 하늘의 단 하나의 별빛도 예사롭지 않으니 그대여, 너무도 일상적이거나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것들이 다 그 근본에 그리움이 있으니 이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아무 것 거둘 수 없다하더라도 한 평생 삶의 자락 어디메 쯤 그리움 하나 독하게 키울 일이네 * 2021년 12월 13일 월요일입니다.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기특한 일들이 많아지는 법입니다. 한 주의 시작 힘차게, 여유 있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희망 _ 정연복

희망 정연복 바람에 지는 꽃잎을 서러워하지 말자 꽃잎이 떨어진 그 자리에 열매의 속살은 돋으리 서산마루를 넘는 석양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지 말자 내일 아침이면 눈부시게 태양은 다시 떠오르리 칠흑 같은 어둠 속 폭풍우 앞에서도 두려움에 떨지 말자 이윽고 파란 하늘 저 편 찬란한 무지개가 피어나리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희망의 씨앗을 품고 있다 * 2021년 12월 10일 금요일입니다. 창의력과 상상력은 매일 규칙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반복하는 힘과 그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하루끼는 말합니다. 꾸준하게 반복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속도 _ 이원규

속도 이원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일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 뿐 그들은 서로 마주친 적도 없다 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 생각한다 왜 백 미터를 늦게 달리기는 없을까 만약 느티나무가 출전한다면 출발선에 슬슬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가 한 오백 년 뒤 저의 푸른 그림자로 아예 골인 지점을 지워버릴 것이다 마침내 비닐하우스 속에 온 지구를 구겨 넣고 계시는, 스스로 속성재배 되는지도 모르시는 인간은 그리하여 살아도 백 년을 넘지 못한다 * 2021년 12월 9일 목요일입니다. 조급해 할수록 빠뜨리는 것이 많은 법입니다. 숨 고르기와 느긋함을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우리가 어느 별에서 _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 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 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에 홀로 사람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 2021년 12월 8일 수요일입니다. 아주 작은 인연 하나가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소중한 인연 만드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