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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들 _ 박노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 박노해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깊은 침묵을 좋아한다 나는 빛나는 승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의미 있는 실패를 좋아한다 나는 새로운 유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고전과 빈티지를 좋아한다 나는 도시의 세련미를 좋아한다 그래서 광야와 사막을 좋아한다 나는 소소한 일상을 좋아한다 그래서 거대한 악과 싸워간다 나는 밝은 햇살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둠에 잠긴 사유를 좋아한다 나는 혁명, 혁명을 좋아한다 그래서 성찰과 성실을 좋아한다 나는 용기 있게 나서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떨림과 삼가함을 좋아한다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를 바쳐 너를 사랑하기를 좋아한다 * 2021년 123월 7일 화요일입니다. 가끔은 자신을 백지상태로 만들 수 있어야..

유리창1 _ 정지용

유리창1 정지용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디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흔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러갔구나! * 2021년 12월 6일 월요일입니다. 모르는 게 아니라 잊고 있었던 것일 수 있습니다. 찬찬히 기억을 되새기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여우 사이 _ 류시화

여우 사이 류시화 나무와 나무 사이 섬과 섬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어디에나 사이가 있다. 여우와 여우 사이 별과 별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 그 사이가 없는 곳으로 가고 싶다 물과 물고기에게는 사이가 없다 바다와 파도에는 사이가 없다 새와 날개에는 사이가 없다 나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 사이가 없는 그곳으로 * 2021년 12월 3일 금요일입니다. 오늘은 아버지 기일이라 아침에 인사를 드리고 왔습니다. 한 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주말 되세요. 홍승환 드림

12월이라는 종착역 _ 안성란

12월이라는 종착역 안성란 정신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 놓았다. 생각할 틈도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없이 정신없이 또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 쪽 두 쪽 펼쳐 보게 한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 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냐 보다 무엇을 잃어 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는 일기장에 버려야 하는 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두 가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 ..

춧불의 미학 _ 김영천

촛불의 미학 김영천 마침내 굳어버린 가슴을 녹이고 마알갛게 흐르고 이제야 곧은 심지를 따라 기도하듯 하늘 오르는 불빛 내 심지는 저렇듯 곧은가 똑바로 서서 제 이성이나 소망이나 사랑이나 온갖 사유들을 일관되게 태워 올리는가 그래서 세상의 빛인가 파르르한 불빛으로도 제 아래 그림자만은 지우지 못하듯이 더러 흔들리며 더욱 낮아지며 깜깜한 세상을 의혹한다 * 2021년 11월 30일 비 내리는 화요일입니다. 가끔은 두려움이 없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법입니다. 지도 없이 새로운 길을 가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나는 소망합니다 _ 헨리 나우웬

나는 소망합니다 헨리 나우웬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볼 때 내가 더욱 작아질 수 있기를 그러나 나 자신의 죽음이 두려워 삶의 기쁨이 작아지는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대한 사랑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줄어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다른 이가 내게 주는 사랑이 내가 그에게 주는 사랑의 척도가 되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언제나 남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살기를 그러나 그들의 삶에는 내 용서를 구할 만한 일이 없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언제나 나의 한계를 인식하며 살기를 그러나 내 스스로 그런 한계를 만들지 않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모든 사람이 언제나 소망을 품고 살기를 * ..

행복의 얼굴 _ 김현승

행복의 얼굴 김현승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이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 2021년 11월 26일 금요일입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에는 비전, 꿈, 배려, 사랑, 우정, 진실, 감사가 많다고 하네요. 성공하는 단어들과 함께 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_ 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 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 2021년 11월 25일 목요일입니다. 조급해 할수록 빈 틈이 많이 발생하는 법입니다. 천천히 여유를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즐거움 _ 정현종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즐거움 정현종 무슨 욕망이든 충족되지 않은 상태는 즐길 만하다. 그 상태는 충족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또 불만에서 얻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이상하게 술렁거리고 항상 시작하고 있는 것 같고 시간이 무슨 싹과도 같이 느껴지는 그런 상태의 소용돌이 속에 있게 한다. 충족되지 않은 상태의 즐거움이여. * 2021년 11월 24일 수요일입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평가는 자신의 책임입니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11월 마음의 기척 _ 박노해

11월 마음의 기척 박노해 흙 마당 잡초를 뽑듯 말을 솎는다 가을 마당 낙엽을 쓸듯 상념을 쓴다 마당가 꽃을 가꾸듯 고독을 가꾼다 흰 서리 아침 마당에 시린 국화 향기 첫눈이 오려나 그대가 오려나 11월 마음의 기척 * 2021년 11월 23일 화요일입니다. 어떤 일이던 사전에 보여지는 기척이 있기 마련입니다. 미리 미리 준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