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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있는 풍경 _ 윤수천

산이 있는 풍경 윤수천 산을 내려갈 때에는 언제나 허리를 낮추어야 한다 뻣뻣하게 세우고 내려갈 수는 없다 고개도 숙여야 한다 고개를 세운 채 내려갈 수는 없다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숙이고 몸을 낮추고 위를 쳐다보면 아, 하늘은 높고 푸르구나 이것이다 산이 보여주려는 것 하늘은 무척 높다는 것 푸르다는 것 사람보다 훨씬 크다는 것 이것을 보여주려고 산은 날마다 손을 내밀어 오라 오라 했나보다 * 2021년 10월 26일 화요일입니다. 자세를 낮추고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멋진 풍경을 위해 겸손해지는 하루 되세요. 홍승환 드림

무엇을 쓸까 _ 오세영

무엇을 쓸까 오세영 무엇을 쓸까 탁자에 배부된 답지는 텅 비어 있다 전 시간의 과목은 "진실" 절반도 채 메꾸지 못했는데 종이 울렸다 이 시간의 과목은 "사랑" 그 많은 교과서와 참고서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 맨 손엔 잉크가 마른 만년필 하나, 그 만년필을 붙들고 무엇을 쓸까 망설이는 기억의 저편에서 흔들리는 눈빛 벌써 시간은 절반이 흘렀는데 답지는 아직도 순백이다 인생이란 한 장의 시험지, 무엇을 쓸까 그 많은 시간을 덧없이 보내고 치르는 시험은 항상 당일치기다 * 2021년 10월 25일 월요일입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건 결국 따스한 햇볕이었습니다. 주변에 온기를 전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_ 이기철

추억은 혼자 분주하다 이기철 저녁이 되면 먼 들이 가까워진다 놀이 만지다 두고 간 산과 나무들을 내가 대신 만지면 추억이 종잇장 찢는 소리를 내며 달려온다 겹겹 기운 마음들을 어둠 속에 내려놓고 풀잎으로 얽은 초옥에 혼자 잠들면 발끝에 스미는 저녁의 체온이 따뜻하다 오랫동안 나는 보이는 것만 사랑했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사랑해야 하리라 내 등 뒤로 사라진 어제, 나 몰래 피었다 진 들꽃 한 번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사람의 이름 눈 속에 묻힌 씀바귀 겨울 들판에 남아 있는 철새들의 영혼 오래 만지다 둔 낫지 않은 병 추억은 어제로의 망명이다 생을 벗어버린 벌레들이 고치 속으로 들어간다 너무 가벼워서 가지조차 흔들리지 않는 집 그렇게 생각하니 내 생이 아려온다 짓밟혀서도 다시 움을 밀어 올리는 풀잎 침..

눈부처 _ 정호승

눈부처 정호승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 2021년 10월 21일 목요일입니다. 행동하지 않는다면, 꿈은 그저 꿈일뿐입니다. 꿈에게 기회를 주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참된 친구 _ 신달자

참된 친구 신달자 나의 노트에 너의 이름을 쓴다 ´참된 친구´ 이것이 너의 이름이다 이건 내가 지은 이름이지만 내가 지은 이름만은 아니다 너를 처음 볼 때 이 이름의 주인이 너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지금 나는 혼자가 아니다 손수건 하나를 사도 ´나의 것´이라 하지 않고 ´우리의 것´이라 말하며 산다 세상에 좋은 일만 있으라 너의 활짝 핀 웃음을 보게 세상엔 아름다운 일만 있으라 ´참된 친구´ 이것이 너의 이름이다 넘어지는 일이 있어도 울고 싶은 일이 일어나도 마음처럼 말을 못하는 바보 마음을 알아 주는 참된 친구 있으니 내 옆은 이제 허전하지 않으리 너의 깨끗한 손을 다오 너의 손에도 참된 친구라고 쓰고 싶다 그리고 나도 참된 친구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 2021년 10월 20일 수요일입니다. 작은 것..

가을바람의 향기 _ 박명순

가을바람의 향기 박명순 노란빛 가을바람이 은은한 국화향기를 머금고 그대에게서 불어 옵니다 바람은 그대에게서 시작되나 봅니다 그대를 그리는 마음에 노란 국화 한 다발 소복이 놓이며 노란 바람이 불어 옵니다 차마 떨쳐버리지 못한 미련이 남아 가을바람이 부나 봅니다 풋풋한 가을바람이 단내를 풍기며 남에서 불어 옵니다 아마도 그리움처럼 가을도 익어가고 있나 봅니다 그리움의 깊이를 모르듯 계절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가을바람이 향기를 머금고 자꾸만 가슴을 헤집습니다 그대의 온기처럼 * 2021년 10월 19일 화요일입니다. 급하게 무언가 많이 하다가 중단하는 사람보다는 작은 거라도 꾸준히 늘 하는 사람이 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꾸준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마음 _ 이동진

마음 이동진 가슴에 늘 파도치는 사람이고 싶다 작은 말로 사랑한다 해도 처얼썩 밀려오는 웅장한 파도소리처럼 느끼면 좋겠다. 작은 손으로 살짝 잡아도 심벌즈가 쨍하고 울리듯 뜨겁게 그 손을 잡으면 좋겠다 먼 길을 함께 걷지 않아도 수평선에 올라선 범선의 돛대처럼 고향같은 마음이면 좋겠다 나는 가슴이 늘 그렇게 감동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 2021년 10월 18일 월요일입니다. 감동을 모르는 사람은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감동을 연습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여섯줄의 시 _ 류시화

여섯줄의 시 류시화 너의 눈에 나의 눈을 묻고 너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묻고 너의 얼굴에 나의 얼굴을 묻고 말하렴, 오랫동안 망설여왔던 말을 말하렴, 네 숨 속에 숨은 진실을 말하렴, 침묵의 언어로 말하렴 * 2021년 10월 15일 금요일입니다.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할 때 마음이 편해집니다. 잘못을 인정할 때만 그 문제에 대해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카테고리 없음 2021.10.15

가을은 칵테일 한 잔 같다 _ 최옥

가을은 칵테일 한 잔 같다 최옥 가을은 칵테일 한 잔 같다 핑크레이디 아니아니 정열의 키스 그 붉은 입술에 닿아 한 잎 낙엽으로 부서져 바람 속에 섞이고 싶다 나무는 추억의 일력을 떼어내며 가고 오는 것들의 무게를 생각한다 늘 똑같은 무게로 산다면 얼마나 좋으랴 흔들릴 때마다 몸서리치는 나무 밑에 쌓이는 모든 것들의 가벼움 가을은 혼자, 혹은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칵테일 한 잔 같다 섞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또한 결코 섞일 수 없는 무방비의 날들 그 곳에서 나를 찾는다 이 가을의 어느 날 * 2021년 10월 14일 목요일입니다. 안된다는 생각이 앞서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한 번 시도해보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

가을 아침 _ 박명순

가을 아침 박명순 햇살이 잘게 부서지는 강가에 머리를 말갛게 행구어낸 아침은 새벽 안개를 헤집고 창문을 빠꼼히 열고 들어온다 이제는 제법 선선한 기운이 오돌도돌 소름을 돋게 하지만 열어논 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담박에 가슴에 안겨 재롱을 떤다 은행잎 이파리 살짝 흔들고 지나가는 햇살에 이름모를 새의 조로롱한 노래소리 또로록 굴러 떨어지고 나팔꽃은 늦은 꽃망울을 열어 가을 아침을 노래한다 창가에 온 가을 햇살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아침 따스한 연잎차 한잔으로 온몸을 향기롭게 데우고 오늘 하루를 또 찻잔에 담아본다 따스함이 감도는 하루로 * 2021년 10월 13일 수요일입니다. 때로는 의도적인 변화가 필요한 법입니다. 새로움을 위해 변화를 갖는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홍승환 드림